김갑수 앵커 :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도종환 시인, 현재는 민주통합당 의원이죠. 도종환 의원의 대표작 <담쟁이>의 일부를 읽어드렸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담쟁이> 뿐 아니라 교과서에 실린 도 의원의 시 전부를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유는 정치적 중립성을 내세운 건데요. 당사자인 도종환 의원의 심경을 들어보겠습니다. 도 의원님, 안녕하세요?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 (이하 도종환) : 네. 안녕하세요.
앵커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결정에 대한 심경은 어떠십니까?
도종환 : 정치하는 것이 참 힘들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정치를 선택하면 문학을 다 포기해야 하는가 이런 생각 때문에 마음이 착잡합니다.
앵커 : 교과서에 의원님의 시가 모두 7편이 수록됐다고 하던데요. 어떤 시들이 수록됐는지 소개를 해주시죠.
도종환 : 이번에 중학교 교과서에 심사에 들어간 시가 이 정도 되고요. 지금까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친 시는 20여 편 되는데요. 시와 산문까지 합해서요. 이번에 수록됐다고 이야기 들은 시는 `흔들리며 피는 꽃', `담쟁이', `종례시간 여백', 수제비' 라는 시와 산문이 들어있습니다,
앵커 : 저도 지금 언급하신 작품을 대부분 읽어봤습니다만, 수제비·종례시간·흔들리며 피는 꽃이 정치적 선동·선전과 연관이 있나 하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 평가원에 얘기를 들어보면요. "교육과정에 특정정당이나 종교, 인물들을 선전하거나 정치적, 개인적 편견이 담겨선 안 되기 때문에 수정을 요청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 같은 평가원의 평가 입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도종환 : 물론 교과서가 정치적으로 중립돼야 하고요. 교육적으로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것은 맞거든요. 그런데 이 시들의 내용이 특정 정당을 선전하는 내용이거나 또는 정치적 파장적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는 그런 내용인가 이것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까지 2002년부터 10여 년간 제 시가 교과서에 실려서 학생들이 배우고 공부해 왔어요. 그동안 전혀 교육현장에서 그런 문제제기가 없었거든요. 그런 게 있었다면 벌써 문제가 됐을 텐데 이번에 국회의원으로 활동을 시작하니까 문제를 삼게 됐어요. 그런데 지나친 과도한 해석과 우려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앵커 : 그런데 야당 의원들이 담쟁이라는 작품을 많이 좋아하긴 좋아하더라고요.
도종환 : 야당 의원뿐만 아니라 몇 해 전에 어느 신문에서 직장인 100만 명을 국내외 할 것 없이 자기가 내 인생의 시로 간직하고 싶은 시 한 편을 골라달라는 설문에서도 1위를 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담쟁이 산악회라든지 담쟁이 사랑이라든가 담쟁이 소모임 같은 것도 많이 있죠. 그래서 꼭 야당하는 분들만 좋아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거든요.
앵커 : 네. 혹시 평가원에서 공식적인 이야기를 들으신 바는 있으십니까?
도종환 : 아직 공식적인 얘기 들은 것은 없어요.
앵커 : 현재 보도만 되고 있는 상황이라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어요. 그런데 도종환 의원이 야당 의원이어서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후보의 대변인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도종환 : 지금 교육과정평가원에서 각 출판사로 보낸 공문에 보면 수정·보완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 중에는 국회의원 당선자이므로 부적절함, 이런 표현이 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 전부터, 당선되자마자 바로, 이건 안 된다고 판단한 거거든요. 지금 최근에 대선 후보의 뭘 맡았다 이런 판단이전에 이미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무조건 일단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거라고 봐요.
앵커 : 그렇군요. 정치적 관여가 된 수많은 집필자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공평한가, 국회의원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정치적 행보를 보인 저자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대표적으로는 서울대 박효종 교수가 있겠죠. 그분이 집필한 교과서가 현재 있는데, 박근혜 대표 캠프에 있단 말이죠. 이런 부분은 어떻게 판단을 해야 될까요?
도종환 : 정치적 중립성의 잣대가 어디에는 적용이 되고, 어디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 이런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잖아요. 이것은 너무 자의적인 해석이고 기계적인 해석이고 잣대가 일관성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하지요.
앵커 : 지금 말씀을 듣다보면 특정 후보의 대변인이라는 견제와는 관련 없이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그런데, 그것이 하필 야당이어서 그렇다고 판단하시는 것으로 들어도 되겠군요?
도종환 :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앵커 : 이번 평가원에 조치에 대해 여야가 따로 없이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강하게 "꼭 그렇게 해야 하는가“하고 문제제기를 했는데, 민주통합당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도종환 : 민주통합당은 이것은 정치 선전문도 아닌데 시가 이런 식으로 해석되는 것은 좀 과도한 처사다, 이렇게 입장을 보이고 있고요. 정치적 중립성 기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그렇습니다.
앵커 : 기준에 대해서는 평가원이 발표한 게 있는데 그 기준 자체가 문제라는 거겠죠?
도종환 : 그리고 이 기준이 이렇게 국제화, 정보화, 다양화되는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좀 들어요. 그것과 교과서 개발 방향에 보면 다섯 가지 항목이 있는데 그 중에 다양화되고 국제화·정보화되는 시대에 창의성·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그런 교과서를 개발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앵커 : 그런데 모든 것들은 명암이 있어서요. 도종환 의원의 시를 삭제하는 문제에 대해서 모두가 불공평하고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얘기를 하지만, 정 반대 상황이 있을 수도 있어요. 예컨대 상당한 정도의 우파적 성향을 가진 현역 여당 정치인의 작품이 개제될 수도 있는 거란 말이죠.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질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치인의 글이 교과서에 실리는 문제를 어떻게 판단해야 될 지 의견이 있으셔야 할 것 같은데요?
도종환 : 내용을 중심으로 기준을 삼으면 어떨까 싶어요. 그 글의 내용이 학생들에게 개인적, 파장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해서 이용되고 있는가 아닌가 이런 것들을 전문가의 관점에서 특히 교육적 관점에서 논의하는 그런 기준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요. 그렇게 과도하게 이용되도록 심의위원, 평가위원, 선정위원들이 수십 명이 몇 단계를 거치는 동안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교육적 차원에서 기준이 선정되고 심의가 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앵커 :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하자는 말씀은 어제 도종환 의원께서 국회에서 한 발언이 떠오르는 군요. 김춘수 시인도 1980년대 민주정의당 국회의원을 지냈는데 당시 시인의 작품 '꽃'이 교과서에 실린 것을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던 거죠. 그때와 지금은 왜 이렇게 잣대가 달라진 걸까요?
도종환 : 정치적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요. 또 기준이 애매하게 적용하는 때가 있고, 어떤 때는 과도하게 해석하고 어떤 때는 관용적으로 해석하고 이러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앵커 : 지금은 그러면 어떤 정치적 상황이라고 판단해야 할까요?
도종환 :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너무 긴장하고, 너무들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합니다.
앵커 : 교과서는 그 시기를 거친 학생 일생의 가슴에 남는 일인데 대통령 선거는 6개월 동안의 일이죠. 문단 반응은 어떻습니까?
도종환 : 문단에서도 진보적인 쪽이나 보수적인 쪽이나 이것은 안 된다는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작가회의에서는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요. 성명을 냈고, 문인협회 정종명 사장님도 시인의 신분이 바뀌었다고 해서 무조건 삭제하라고 하는 것 이것 자체가 정치적이라는 발언을 하셨고, 이문열 작가의 경우에도 이미 이 작품을 쓸 당시에 이념적 편향이 없었는데 뒤늦게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고, 안도현 시인도 내 시도 그렇다면 교과서에서 빼주길 바란다는 것도 트위터에 올렸다는 글을 봤습니다.
앵커 : 안도현, 도종환 이런 분들 작품 다 빼면 교과서가 썰렁해 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만 문단의 진보성을 대표하는 것으로 한국작가회의가 존재하고, 문인협회는 여러 성격이 다 모여있습니다만 어쨌든 한 목소리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앞으로 문방위 활동을 하시게 되지 않겠습니까?
도종환 : 그렇습니다.
앵커 : 이와 관련해서 제도적 대책이라든지 생각하고 있는 게 있으신지요?
도종환 : 이 사안은 문방위보다는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해당하는 사안이거든요. 어제 신문에 이렇게 보도되는 것을 보고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들이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을 하면서 대응을 하겠다고 말씀을 하신 것을 들었어요.
앵커 : 이 문제를 제기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상급기관이 교과부인거죠?
도종환 : 네.
앵커 : 그래서 그렇군요. 평가원에서는 자신들의 조치가 문제가 전혀 없다며 강행할 뜻을 펼쳤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이십니까?
도종환 : 그러면 저로서는 문제제기를 하고, 또 이건 좀 지나친 조치라고 항의하는 것 외에는 평가원에서 저를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를 제작하는 출판사, 16개 출판사 중에서 8개 출판사를 상대로 하고 있는 거거든요. 이 출판사들은 그동안 교과서 제작에 들어간, 투자한 재정적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것을 거부하거나 수정해서 제출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출판사는 없다고 해요. 그것이 어려운 점이에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만약에 채택되지 않으면 그동안 10억 이상의 돈을 투자한 것이 회수가 불가능하니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고 해요 그래서 그 점이 저는 걱정스러운 점입니다.
앵커 : 당 차원에서 접근을 한다든지, 대응을 한다든지 뭔가 계획을 세워야 될 상황이 됐군요?
도종환 : 네. 그렇습니다.
앵커 : 제가 오랜 세월 좋아하고 많이 읽어온 도종환 시인이 아니라 의원의 신분으로 인터뷰를 하게 됐어요. 그러니까 문재인 대선후보의 대변인으로 질문을 해야 될 것 같은데 언제 따로 기회를 만들어야 될 것 같습니다.
도종환 : 네. 그러시죠.
앵커 : 오늘 제 마무리 질문은요. 도종환 의원이 앞으로 얼마나 정치를 하시든지 영원히 도종환 시인으로서의 이미지가 훨씬 강할 거거든요. 시인으로서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 정치를 하는 행위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도종환 : 저는 문화예술인들의 복지라든가 지역 문화발전, 한국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제대로 된 방법을 위해서 주어진 기간 동안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들어왔어요. 그런데 이것을 단순하게 권력에 대한 야심 이런 것들이 있어서 들어왔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하실 수도 있지요. 그런데 정치는 주어진 기간 동안 하는 봉사이고, 문학은 제 생애에 있어서 훨씬 더 큰, 생애 전체와 관련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로서는 문학이 훨씬 더 크고 소중합니다. 그런 책임이 독자들에게, 정치적 책임보다 훨씬 큰 문학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문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제게는 굉장히 더 중요한 문제인데, 지금은 주어진 짧은 기간 동안 새로운 역할을 맡아서 봉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도 누군가 해야 되는 일인데 이번에는 저한테 이런 역할과 책임이 주어져서 이것을 하고 있을 뿐인 것을 저는 독자들께서도 국민들께서도 이해를 해주신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요.
앵커 : 알겠습니다. 앞으로 전개되는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민주통합당 도종환 의원과의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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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YTN 라디오 김갑수의 출발새아침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