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5일 법무부가 서민법제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사채이자율을 연40% 이내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부활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추진되는 이자제한법안은 △금전 기타 대체물의 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 이자율 제한 △최고이자율은 연 40%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함 △대부업법에 의한 등록 대부업자에 대한 이자제한 적용 배제 및 대부업법상의 제한이자율 하향 검토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1998년 이자제한법 폐지 이후 고금리 횡포 증가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와 고통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의 이자제한법 부활 입장은 다행한 일이다.
다만, 법무부가 추진하는 이자제한법의 적용범위에서 등록대부업체를 제외한 것은 모든 금전거래에 있어 체계적인 고금리 제한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그 효과가 의심스럽다. 법무부는 재경부와 함께 대부업체에 대한 이자율 제한선을 논의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등록 대부업체에 연66%의 고금리 영업을 보장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법무부의 이자제한법(안)에 대해 재경부는 연 66% 이자율도 지켜지지 않는데, 더 낮추면 사채업이 다시 음성화될 것”이라면서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고 혹평했다. 이런 반대론은 이자율을 낮추면 사금융업자들 자금공급이 줄어 고리대금 음성화가 촉진될 것’등의 논리다.
재경부를 비롯한 사금융업자, 등록대부업자들의 이자제한법 반대논리는 불법음성업체에 대해서까지 고금리를 보장하는 제도의 맹점에 대해 침묵하는 무책임성에 근거한 것일 뿐이다.
- 금리 상한을 체계적으로 규제하면, 미등록 대부업자 및 음성사채업자들이 활개친다는 주장에 대해(재경부 주장)?
재정경제부가 주장하는 금리인하 또는 제한이 고금리대부업체의 불법음성화를 초래한다는 주장은 고리대금업 육성론에 불과하다. 비정상적 고금리 영업을 횡행하는 왜곡된 대부시장은 시급히 축소시켜야 할 시장이다.
재경부의 주장은 고금리 제한에 따른 “불법 음성화”라는 한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으며, 금리상한 인하로 금융소비자 보호 등의 측면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다.
첫째로, 현재 고리 대부시장은 과도하게 팽창되어 있으며, 따라서 시급히 축소시켜야할 시장이다. 또 금리상한 인하는 과도하게 팽창 난립 중인 고리 대부업체 수의 축소와 고리대부시장의 축소를 촉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일본의 경우, 고리 대금업자들에게는 분명히 불행이었으나, 출자법의 상한금리가 연 109.5%였던 시기인 1983년에 22만개에 달하던 대금업자 수는 상한금리가 연29.2%인 2004년 3월 기준 1만여개 업체로 감소했으며, 95년 3월 73조 3933억엔에 이르던 고리 대금업시장도 2004년 3월 기준 46조 8040억엔으로 축소된 상태다.
다만, 일본의 경우 전체 고리 대금업시장의 축소(특히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리 대금업 시장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개인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리 대부시장은 95년 3월 13조 4022억엔에서 2004년 3월 19조 6550억엔으로 증가했다. 이는 99년 5월 대부업무를 위한 사채발행허용으로 대형 대금업체들의 조달금리는 크게 하락한 반면에 대항력 등이 취약한 소비자들을 상대로 하는 대형 대부업체 평균 대출금리는 21∼29%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40조원 이상의 수준으로까지 과도하게 팽창한 국내 고리대부시장을 수요자의 측면에서 보면, 전체 대출의 61%가 기존 신용카드사 은행 등의 20% 수준의 고금리 부채를 연 66% 가량(피해 신고자의 경우 평균 220% 수준)의 “초”고금리로 전환시키는 돌려막기 시장으로 불필요한 시장이며, 심지어 사업자금이나 생활자금 또는 유흥비와 과소비 등과 관련된 시장조차도 일반적으로 서민들에게 더 큰 재난과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축소시켜야 할 시장이다.
둘째로, 금리상한 인하는 서민들에게 이중적 이익을 가져다준다. 한편으로는 초고금리 부담과 피해를 줄이고 예방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설령 불법음성업체들에 의해 피해를 당하더라도 금리상한 초과분에 대해 반환소송을 할 수 있는 등 피해구제를 위한 가장 실효성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금융소비자들의 이중적 이익은 금리상한 인하로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는 큰 이익이다.
이자제한법이 폐지된 이후, 사채업자 수는 1995~96년 3천여 개 업체로 추정되던 것이 현재는 3만 5천여 개 업체(등록업체 1만 1931개 업체, 무등록 업체 2만 5천여 개 업체)로 폭증했고, 등록업체 1만 1931개 업체의 음성적 거래를 제외하더라도 불법 음성적 거래를 하는 대부업체들이 활개치고 있다.
더구나 사채시장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금리 부담은 현재 연평균 223%로 이자제한법 폐지 전 연 24~36%에 비해서 최저 450% 이상 최고 1000% 가까이 금리 부담이 폭증했다.
자금시장이 크게 왜곡되어 제도권 금융기관의 자금이 대거 대부업체로 유입되고 있다. 2003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은행·보험·저축은행 등 3개 제도 금융권의 대부업체 여신잔액은 3천 582억원이었고, 2004년 3월에는 제일은행이 자산유동화대출 방식으로 일본계 대금업체들에 자금을 지원했던 것이 드러난 바 있으며, 또한 당시 제일은행의 주장에 따르면 국내 주요은행과 국내외 50여개 금융기관들도 자신들의 자금을 대부업체에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다른 한편 제도권 금융기관인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사실상 대금업체화하거나 대금업체들로 변질되고 있다. 즉, 씨티 파이낸셜(수수료 3%와 이자율을 연 19.9∼44.9% 적용; 연체시 연 31.9∼54.9% 적용)·GE캐피탈(수수료 3% 이자율 연 19∼49% 적용; 연체시 연 30∼59% 적용) 등은 사실상 등록 대금업체 다를 바 없는 대출행위를 하고 있다. 심지어 뉴스테이트캐피탈, 동양파이낸셜, 동원캐피탈, 아세아캐피탈, 팬택여신투자금융 등 5개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아예 여신전문금융업 등록을 반납하고 대부업으로 전환했다.
이자제한법의 폐지와 대부업법의 제정은 대부업체 난립 조장, 대부업에 의한 폭리취급 시장과 음성거래시장 모두를 폭증시켰다. 또 서민들의 폭리부담?폭리피해를 키웠고, 제도권 금융기관마저 변질시키고 있다.
- 이자제한법 때문에 사금융 시장이 위축되면 서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에 대해?
1000만원을 빌려 1년 뒤 1660만원을 갚아야 하는 사금융 시장은 경제적 곤궁에 처한 사람들에게 폭리를 부담시키는 약탈적 대출시장일 뿐이며 시급히 해소되어야 할 암시장이다.
금융감독원의 사금융 이용실태 분석결과(2005년 1월)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듯이, 사금융 이용자의 66%가 부도 등 사업실패, 실직, 병원비·교육비 등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급전을 필요로 하는 절박한 사람들이다.
금감원 등은 이를 근거로 사금융시장이 위축되면, 서민들의 자금조달이 더욱 위축되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첫째로, 서민들이 절박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폭리부담과 폭언?폭행?협박?전화 방문 등을 통한 공포심 조장 등을 지속해서 받도록 방치해야할 특별한 이유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로, 현재와 같은 기형적 폭리구조에서 순간적으로 사채자금을 조달할 수는 있어도, 이들은 더 큰 원리금 상환부담을 안게 되고, 서민들은 더욱 절박한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사채시장 구조는 1000만원(주: 평균이용규모 900만원)을 빌렸다면, 적게는 1600만원(연 이자율 60%적용) 많게는 3000만원을 갚아야 하는 구조다. 월평균 200만원의 임금을 받는 사람도 월급을 거의 다 털지 않으면 갚기 어려운 구조인데, 궁핍한 서민들은 오죽하겠는가.
이처럼 절박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더욱 절박한 처지로 내몰리게 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며 서민들을 위하는 길도 아니다.
더구나 금융감독원 사금융 이용실태분석결과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사채시장 이용자의 압도적 다수인 83%가 사금융 이용을 후회하고 있고 이중 70%가 앞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변하고 있다(앞으로도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1%에 지나지 않음).
사채시장을 이런 식으로 방치 조장함으로써 어려운 처지에 있는 서민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결국은 재난과 고통만을 가져다주는 것이 현주소다. 1000만원 빌렸다가 3000만원 갚게 하는 사채시장이 활성화된 것 덕분에 서민들이 얻는 이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현행 연 66%의 이자제한도 지켜지지 않는 만큼, 연 40% 이자제한은 실효성 없다는 주장에 대해?
미등록 대부업자, 사채업자 등의 불법음성영업의 문제는 이에 대한 처벌 강화와 단속 및 관리감독의 실효성 도모를 통해 축소해야 할 영역이다.
일본의 경우 출자법상 형사처벌되는 금리상한을 인하(29.2%)한 2000년 6월 이후 출자법등을 위반하는 불법영업행위가 증가(2000년 불법금융 사건수 177건에서 2004년 432건으로 증가 단, 피해금액은 2000년 759억9168만엔에서 2004년 417억 6258만엔으로 감소)했다고 하나, 일본 고리 대금업의 불법음성화 문제는 금리상한 인하 및 고리 대금업자 수의 축소 등으로 인한 사회적 이익과 비교하면 극미한 수준이다.
어쨌든 일본도 불법 음성영업의 문제는 “등록요건의 엄격화”,“미등록업자에 대한 단속강화”등 처벌 강화와 단속 및 관리감독의 실효성 도모를 통해 대응하고자 하고 있다.
(외국 입법례)
프랑스
고금리 대금업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음(초고금리 시장은 거의 소멸)
프랑스는 소비자법전에서 금리규제
프랑스의 소비자법전
- 한국의 한국은행에 해당하는 프랑스은행에서 3개월에 한번씩 소비자금융, 부동산 금융, 사업자금융등의 시장평균금리를 조사 발표
- 프랑스 은행이 발표하는 시장평균금리의 1과 1/3배(133%)를 초과하는 금리는 폭리대차 이율로 규정
- 금리규제를 위반한 자는 2년의 금고형 또는 30만프랑 이하의 벌금에 처함
독일
고금리 대금업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음(초고금리 시장은 거의 소멸)
민법 및 판례에 따라 규제
- 시장평균금리의 2배를 넘는 이자약정은 폭리이고 무효임.
- 무효가 되는 이자약정의 경우 채권자는 원금이 남은 경우에 한해서 원금반환의 청구를 할 수 있을 뿐이며 이자의 청구는 전혀 인정되지 않음
시중금리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사금융업자들의 자금 조달 구조를 정부가 나서서 보호할 필요도 없으며, 서민들의 경제적 곤궁을 이용한 약탈적 대출행위를 보호할 필요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정부가 실질적인 서민 금융이용자 보호를 위해 △등록 대부업자의 이자율 최고한도를 옛 이자제한법 수준인 연 40%로 제한 △미등록 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 개인 간 사채의 최고이자율을 연 25%로 규제 △금융감독위의 대부업 실태조사 의무화 등에 적극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
이자제한에 반대 늑대들의 합참에 답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