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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펀드’로 넘겨…한전 등 릴레이 민영화 원천불가
경쟁력 있는 IB 육성…국내 금융산업 강화 촉매역할 기대
금융위원회는 5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기업금융 부문과 대우증권 등 금융자회사를 묶어 산은지주회사를 설립해 민영화를 추진하고, 산은 기능 중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맡을 한국개발펀드(KDF)를 설립하겠다고 2일 밝혔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6월 중 산업은행법 개정안과 KDF 설립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쯤 산은지주회사가 설립한 후 지배지분 매각 과정을 거쳐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말인 2012년 민영화가 완료될 예정이다.
산은 민영화는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CIB) 육성이라는 국가적 아젠다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다.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는 산은과 국내 선도 증권사인 대우증권을 결합해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투자은행의 성장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고부가가치 모험·혁신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위험자본을 공급하는 IB의 육성을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 금융회사들은 제한된 국내시장에서 금융시장은 소매금융 위주의 획일화된 업무에 치중, 변변한 투자은행이 없는 상태이다.
산은 민영화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재편을 촉발, 인수합병(M&A), 신규업종 및 해외시장 진출을 촉진함으로써 국내 금융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경쟁력 강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하고 있다.
산은 보유 공기업 지분은 어떻게?
금융위는 산은을 금융자회사를 거느린 산은지주회사와 한국개발펀드(KDF)로 분할해 산은지주회사를 민영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산은을 둘로 쪼개서 지주회사만 민영화시키고 KDF는 정부가 100% 지분을 가진 정책금융기관으로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 지분은 KDF로 넘어간다.
현재 산은은 한국전력의 29.9%, 토지공사의 26.66%, 한국관광공사의 43.59%, 한국자산관리공사의 26.92%, 중소기업은행의 12.53%, 대한주택공사의 11.6%, 한국수자원공사의 9.6%, 한국감정원의 30.6% 등 공기업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가 2일 산은 민영화 추진전략을 발표하자마자, 인터넷에서 일부 네티즌들이 “산은을 민영화하면, 이러한 공기업 지분도 인수자에게 넘어가 한전과 같은 공기업이 자연스럽게 민영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산은이 보유한 공기업 지분(15조원 가량)은 거의 다 KDF로 넘어간다며, 특히 법적으로 공기업 지분은 정부 또는 산은과 같은 정부계은행이 아니면 보유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에 산은 민영화로 공기업 지분 매각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윤만호 산업은행 이사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전, 수자원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등 공기업들은 한국개발펀드(KDF)로 넘어가고, 바로 매각해서 현금화가 가능하거나 매각 과정에 있는 대우조선 등은 산업은행에 남긴다”고 말함으로써, 산은 민영화에 따른 공기업 지분 매각은 사실이 아님을 시사했다.
KDF의 정책자금은 어떻게 운용하나
산은 민영화 대금을 재원으로 한국개발금융(KDF)을 설립,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수행하게 된다.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도록 하고，KDF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우량 중소기업이나 창업 초기의 잠재력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KDF는 연말에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 하이닉스 등 구조조정기업과 한국전력 등 공기업 주식의 일부，그리고 부채를 넘겨받아 자본금 5조원 규모로 설립된다.
이어 내년 1월에 산은지주사 지분 49%를 현물 출자받아 이 지분과 구조조정기업 지분의 매각대금으로 총 15조-20조원을 조성하게 된다.
KDF는 과거처럼 직접 대출，직접 보증으로 하지 않고 전대·재보증·투자 및 유동화지원 등 온-랜딩(On-Lending) 방식으로 지원하게 된다.
온-랜딩은 전대의 뜻이지만, 정책기관이 중소기업을 직접 심사·지원하지 않고 민간금융회사를 통해 간접 지원하는 방식을 통칭한다.
전대는 KDF가 금융회사에 자금을 공급하면 금융회사는 KDF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소기업을 심사해 대출하는 것을 말한다.
재보증은 중소기업에 금융지원을 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유동화지원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이뤄지게 된다.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는 KDF가 직접 하지 않고 모태조합(Fund of fund)에 투자해 간접적으로 하게 된다.
산업은행 민영화의 배경
사실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산은 본연의 정책금융에 대한 역할이 축소된 반면, 상업금융의 역할이 확대돼 민간 금융회사와 업무영역이 충돌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지난 1954년 4월 국책은행으로 설립된 산업은행은 성장동력산업 육성, 경제위기 극복 등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5년말부터 국책은행의 시장마찰 문제가 제기돼 역할재정립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통적 정책금융 수요가 감소하고, 산은과 일반은행의 업무영역이 중첩되면서 시장마찰 문제가 발생했던 것. 회사채 인수와 주선업무, 우량기업에 대한 단기운영자금 대출, 우량 벤처기업 직접 투자 등에서 민간금융회사와 마찰 문제가 두드러졌다.
감사원도 2005년 10월-12월에 감사를 통해 여건변화에 따른 국책은행의 역할 재정립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이후 옛 재정경제부는 2006년-2007년 국책은행 역할재정립 작업을 추진, 2007년 9월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을 확정 발표하기에 이른다.
옛 재경부가 수립한 방안은 산은 IB부분과 대우증권을 합해 매각하고, 산은은 순수정책금융만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존치하는 것이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산은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정책금융을 KDF로 설립하는 방안으로 수정된 것이다.
옛 재경부 안과 비교할 때 산은 민영화 방안’은 민영화를 통해 시장마찰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산은지주회사 전체를 매각함으로써 한국의 대표적인 IB로 조기 구축한다는 의지가 내포돼 있다.
금융위는 CIB로의 발전은 IB기능이 산은의 대기업 금융, 해외 네트워크 등과 결합할 때 성공가능성이 높으며, 산은의 IB기능만 분리해 매각할 경우 종전의 역량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산은지주사의 투자가치 높아
산은 민영화는 산은을 오랜 기업금융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지주사 형태의 CIB 체제로 전환하고 국내외 M&A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조기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CIB는 금융회사가 종래 보유하고 있던 기업금융 관련 노하우나 조직, 인력 등 강점요소들을 극대화하고 의도적·전략적으로 기업금융 중심의 투자은행업무 확대 추구를 통해 발전한 투자은행을 뜻한다.
금융위가 공개한 CIB 발전전략에 따르면, 1단계로 투자은행으로 산은지주사를 투자은행으로 신속하게 전환한 후 글로벌 경쟁력있는 강점 분야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를 추진하게 된다.
2단계로는 핵심역량을 확산시키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단계로, M&A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해외 수익비중을 확대함으로써 국내 소매금융전문 은행과 차별화된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블루오션을 추진하게 된다.
금융위는 산은지주의 투자가치에 대해 투자은행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IB 업무를 개척하고 선도적 지위를 유지해 온 과정에서 풍부한 운영성과(트랙 레코드)를 축적했고 대기업과의 오랜 관계도 이미 구축해 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지난 4월 골드만 삭스는 산은지주의 투자가치에 대해 IB, 구조조정, PI 등에 있어 강점을 지닌 유일한 국내은행으로 희소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본시장의 지속적인 규제완화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등 한국정부의 노력과 맞물려 성장잠재력이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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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민영화되면 보유 공기업 지분 어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