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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김동수 차관 국제금융 연금술사들의 오만과 도덕적 해이 경계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황금은 예로부터 부와 권력의 상징이다. 황금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 결과가 때로는 전쟁과 살육으로 나타나기도 했고 또 때로는 황금의 땅이라는 엘도라도의 전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가장 극단적인 예를 들라면 아마도 연금술의 탄생일 것이다.
연금술은 인공적인 방법을 이용해 비금속(卑金屬)을 황금으로 바꾸고자 했던 일종의 화학술이다. 그 유래를 따져보면 기원전 알렉산드리아부터 시작해 이슬람 세계를 거친 후 중세 유럽에 퍼졌다고 하니 가히 화학 그 자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데카르트와 근대 역학의 체계를 완성한 과학자 뉴턴조차도 한때 연금술에 탐닉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니 연금술의 광풍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1929년 대공황 이후의 최대의 글로벌 경제위기라고까지 불리는 경제상황을 앞에 두고 한가하게 웬 연금술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작금의 경제사적 사변(事變)을 지켜보면서 황금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꿈과 탐욕은 현재도 진행형이라고 느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서당 개 삼년이년 풍월을 읊는다’는 옛말처럼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이라는 단어는 이제 경제의 문외한들에게조차도 너무나 친숙한 용어가 되었다. 현재 전 세계 경제를 거의 패닉상태로 몰고 간 주범이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신용도가 아주 낮은 사람들을 상대로 주택 시세와 비슷한 금액으로 융자를 해주는 대신 금리가 높은 금융상품을 말한다. 주택가격이 상승하거나 안정될 때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주택경기가 침체로 접어들고 거품이 꺼지자 상환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주택대출은 부실 채권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대출은행들은 이미 이럴 가능성에 대비해 서브프라임 대출을 증권화해 자산담보부증권(CDO)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채권을 발행함으로써 그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시켜 놓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금융공학이라고 불리는 연금술이 작동했다. 많은 투자자는 월가의 연금술사들이 만들어낸 복잡하고도 현란한 상품구조에 휘둘려 서브프라임 모기지나 CDO가 진짜 황금이 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신기루에 불과했고 잔치는 거기서 끝났다.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진 것은 그린스펀이 말한 것과 같은 1세기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한 경제 혼란이다.
이 같은 지구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 각국 정부들은 국제적인 공조체제를 구축하며 전방위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다. 위기를 겪을 때마다 오히려 시장은 발전하고 진화해 왔다는 것이 시장경제의 살아 있는 역사였다는 점을 반추해 본다면 지금의 상황을 빌미로 시장경제의 이념과 원칙을 훼손하거나 후퇴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인식 위에서 정부는 앞으로도 규제완화와 감세 등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개선하고 공공부문을 선진화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들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게 되면 지금과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더라도 충분한 면역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연금술은 황금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갈망이 만들어낸 학문이고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과학사에서는 아주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 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인류의 삶을 유익하고 풍요롭게 한 여러 가지 발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연금술은 지극히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적인 학문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얼굴의 모습으로 계속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연금술사의 오만과 도덕적 해이만큼은 경계하고 대처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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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