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청사가 또다시 집단휴진을 선언한 의료인의 시위장소가 되고 있다. 이번에는 의료법 개정안이 이유다. 언론의 지면도 벌써부터 의료대란을 걱정하는 보도로 채워지고 있다.
투약, 간호진단, 유사의료행위 등 일반인이 보기에는 다소 생소한 용어들이 의료법 개정을 둘러싼 쟁점으로 소개하는 보도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보도를 접하면서 작년 내내 의료법 개정 논의에 참여했던 정책 실무자 일원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왜 이번 의료법 개정이 의료인 내부의 직역간 영역 다툼과 관련된 내용뿐이란 말인가?
각계각층 1년 토론 거친 합작품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단순한 1973년 이후 34년 만에 전면 개정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2005년 10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출범 이후 소비자, 전문가, 의사협회를 포함한 의료계단체 등 각계각층의 1년간의 토론을 거친 합작품이다.
또한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말 정부가 밝힌 서비스경쟁력강화 방안에 포함된 의료산업경쟁력강화방안을 위한 주요 제도개선사안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번 의료법 개정에 따라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여 여타 비영리법인과 차별을 개선하고 부대서비스와 연계된 의료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은 수익사업을 광범위하게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의료법인만 제한되고 있어 환자의 불편과 본의 아니게 불법이 발생되고 있다.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로 의료와 연계된 관광, 의료산업 및 연구개발에 투자 등 다양해진 의료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수익은 의료업에 재투자함으로써 의료기관의 경영합리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부대사업 확대와 함께 비전속진료 허용, 병원 내 의원 개설 등은 병원경영지원서비스,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활성화하여 의료자원의 효율화 및 병원 경영 개선을 도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의료법이 개정되면 작년말 정부가 발표한 병원경영지원회사를 통한 의료기관 네트워크 활성화가 보다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료계 제기 규제개선 사항 담겨
그 동안 불합리하다고 지적된 환자의 유인·알선 금지 조항도 이번 의료법 개정 대상이다. 이를 통해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의료 관광상품, 보험상품도 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간의료보험의 블루오션이라고 볼 수 있는 비급여 부분에서 실손형 의료보험도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그 밖에 이번 의료법 개정에는 의료기관 외국어 명칭허용 등 의료계에서 꾸준히 제기해 온 규제개선 사항이 담겨 있다.
반면, 쟁점이라고 하는 것들은 현행 의료법에서 입법이 미비해 의료현장을 반영되지 못했던 것을 신설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신설 조항이다 보니 의료인 내부의 직역간 견해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도 의료계가 대안을 제시하면 수용할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은가. 하기야 34년만에 전면 개정이고, 이번에 개정되면 한 동안 개정된 의료법에 의해 의료체계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의료인들의 기대뿐만 아니라 우려도 클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직역간 갈등만 보지말고 의료경쟁력 강화에도 관심을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번 의료법 개정은 지난 1년간 각계각층의 토론을 통해 이루어진 합작품이다. 소비자, 전문가, 그리고 의사협회를 포함한 의료단체, 정부도 그 어느 때 보다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여 왔다.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고민한 한 주체인 정부로서는 의료계가 전체 숲을 보며 의료법 개정안을 바라봐 줬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전체 숲에는 개별 의료인이 보기에 맘에 들기도 안들기도 하는 많은 나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환자와 전체 의료를 외면하며 전체 숲을 저버릴 것인가. 그 보다는 의료계와 정부가 서로 대안을 제시하면서 숲을 지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언론 보도도 의료계와 정부간의 갈등, 의료계 내의 직역간 갈등만 조명하기 보다는 의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되는 규제개선 사항도 관심을 갖고 보도해 주기 바란다. 지금 숲을 지나면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와 국민 보건 향상이라는 블루오션이 기다리고 있다.
의료 경쟁력 이란 숲을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