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우리경제의 성적표가 지난 25일 발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4.6%, 바로 전분기(2분기)와 비교할 때 0.9% 성장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올해 5% 성장을 전망하며 예상했던 분기별 성장경로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 모습이다. 건설 등 일부 부문의 부진이 있었으나 수출호조세가 이어지고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세가 확산되고 있어 4분기 4%대 초반의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면 연간 성장률 5%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경기침체의 본격화,L 자형의 장기 침체국면 진입 등 많은 수사(修辭)를 동원하여 우리경제의 어려움과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를 거론하고 있다. 마치 7-8월 월별 경제지표를 둘러싸고 제기되어 온 경기 침체론에 방점(傍點)을 찍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연 지금 화려한 수사를 써가면서 경기침체 국면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지표를 중심으로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는 하방위험은 증가
정부도 낙관하지는 않고 있다. 3분기 성장률 및 최근 월별지표 등을 종합할 때 추가적으로 우리 경제를 위축시킬 위험요인이 잠재되어 있고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소비증가세가 4%대에서 3%대로 하락한 점이 7월 집중호우 등 불규칙 요인에 의한 것인지 보다 추세적인 변화인지를 보다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근 신규 취업자가 당초 예상했던 35만명을 하회하고 있는 등 고용사정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난 2년 동안(2005년 1분기~2006년3분기) 지속된 유가 급등으로 인해 경제전체로 입은 손실만 해도 GDP의 7.7%를 차지한다.
국내 경제활동은 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총소득(GDI)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개인 저축률도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인 3.9%로 향후 소비증가세의 제약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건설부문도 내수회복과 고용사정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수출증가세가 둔화될 우려가 있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절상)되고 있어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저하되고 미국 경제가 주택경기의 급격한 위축으로 인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지속되어 왔던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위태롭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북한의 핵실험에 따라 우리경제의 지정학적 위험요인이 확대되고 있다. 아직 위험심리가 실물지표에 반영되지 않고 있으나 북핵을 둘러싼 위험요인이 점차 현재화되면서 지표에 반영될 경우 우리 경제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방 위험요인의 실물경제 영향은 아직 미지수
다만 아직까지 이러한 하방 위험요인들이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강화되고 있는 하방 위험요인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대책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10월에는 추석이동에 따른 조업일수 단축 등으로 인해 경제지표가 크게 부진할 소지가 있고 북핵 관련 심리요인도 실물지표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10월 지표가 발표되는 12월초에 모든 위험요인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여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위험요인만으로 우리경제가 장기 침체국면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성급한 것이다. 우리경제의 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우리경제에 부담을 주어왔던 국제유가가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OPEC을 중심으로 산유국이 감산계획을 갖고 있으나 최근 몇 년간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었던 석유 소비국이 비축량을 충분히 늘린 결과 유가 상승압력이 크게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및 유로지역의 성장국면 진입으로 미국발(發) 세계성장세 둔화를 다소 보완하고 중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우리 수출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우리 경제는 그동안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을 기울인 결과 대미(對美) 수출보다는 대(對)아시아 수출비중이 확대되어 미국경제 둔화로 인한 충격에 민감하지 않은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 성장세 둔화, 일본·유로지역 성장세 확대로 인해 금리격차가 축소되면서 환율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냉정한 판단과 적절한 대책 필요
경기상황에 대한 판단은 사실(fact)와 입증(evidence)에 근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와 미래에 대한 추측(conjecture)만으로 성급하게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오히려 심리변수를 통해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겉으로는 화려한 수사로 포장된 최근 일부 언론의 분석은 우리경제에 전혀 득이 되지 않고 지나친 감(感)마저 느끼게 한다.
그리고 만약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고 판단될 경우 어떤 처방을 써야 하는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과거와 같이 일시적 부양(pumping)만 한다면 부작용만 심화되기 때문이다.
우리경제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경기보완은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하며 그 구체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밀했다.
경기 침체 주장은 성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