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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캠프들 금산분리 공약 무책임해
금산분리 강화? 은행 주인 찾기가 먼저다
대선캠프들, 금산분리 공약 무책임해
대선캠프, 너도나도 금산분리
미디어펜 보도에 따르면 23일 3대 대선 캠프가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소득 재분배와 재벌개혁(사실은 재벌규제)이다. 그리고 각 캠프는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캠프가 금산분리를 주장하고 나선 명분은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국민이 예금한 돈을 재벌이 함부로 갖다 쓰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새누리당이 금산분리 원칙을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 증권, 신용카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까지 확대, 적용하겠다고 주장함으로써 민주당이나 안철수 후보 측보다 더욱 강력한 금산분리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금산분리, 그런데 더 강화한다?
현재 재벌 등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의결주식 소유한도는 은행지주회사의 경우 9%, 은행의 경우 4% 미만이다. 이명박 정권이 금산분리 완화를 시도했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된 바 있다. 따라서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경우 여전히 금산분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금산분리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재벌개혁 공약의 콘텐츠를 채우기 위해 억지 춘향 격으로 금산분리를 갖다 붙인 감이 없지 않다. 사실 선진국 중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15%로 설정한 미국 정도를 빼고는 금산분리를 시행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더구나 금산분리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막연하고 애매한데 비해, 그로 인한 폐해는 실질적이고 심각하다.
금산분리로 우물 안 개구리 된 한국 금융
금산분리를 주장하는 측의 핵심논지는 금산분리를 강화해야 재벌의 은행 사금고화를 막을 수 있고, 이익만 추구하는 재벌이 무리한 사업으로 은행의 리스크(따라서 전체 금융시스템과 국가경제의 리스크)를 높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논리적으로는 옳지만 실제로 그럴지는 의문이며,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한 지극히 보수적인 주장이다. 그리고 이런 주장은 한국 금융기관의 글로벌경쟁력 약화,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 금융기관 지배, 산업과 금융자본이 결합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의 상실과 같이 금산분리로 인해 지금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상당한 폐해는 감수하자는 주장이다.
관치금융과 주인 없는 은행 문제부터 해결하자
무엇보다도, 금산분리를 강화하면 한국 금융의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는 관치금융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금산분리로 인해 주요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에 주인이 없다보니 정부가 정책이나 규제수단을 동원해 이들의 자금배분과 인사에 직접 개입하는 관치금융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관치금융으로 인해 가장 부가가치가 높고 효율적인 부분으로 흘러야 할 자금 흐름이 정부나 정권의 정책적,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되거나, 전직 관료가 낙하산 인사를 통해 은행 경영자로 오는 경우도 많다.
낙하산으로 온 은행 경영자의 임기 또한 정부나 정권의 향배에 따라 단기에 그치고 있다. 그러니 이들에게 주인의식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주인의식이 없는 경영자는(그리고 그 조직원은) 조직의 경쟁력을 키우고 장기적ㆍ거시적인 안목에서 사업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기 쉽다. 더욱이, 여러 연구에 따르면, 주인 없는 금융기관의 생산성은 주인 있는 경우보다 낮은 것으로 나왔다.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세계화로 인한 수많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나, 제조업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강력한 국제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이 출현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왜 외국자본은 되고 산업자본은 안 되는가
금산분리를 완화하면 금융기관이 재벌의 사금고가 된다는 생각은 너무 지나친 우려다.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것 말고도 대주주적격성심사 등 여러 현행 규제로도 그런 사태는 막을 수 있다. 기실, 지금은 금산분리를 강화하기보다는 금산분리로 인한 폐해를 제거하고 한국의 은행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시급하다.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거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도로를 폐쇄하는 것과 같다. 그로 인한 폐해는 혜택을 훨씬 초월한다. 그리고 현재 주요 은행지주들의 외국자본 지분율은 50%를 훨씬 넘거나 그에 근접한 수준이다. 왜 외국자본은 되고 국내 산업자본은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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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강화? 은행 주인 찾기가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