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이런 포부를 밝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같은 날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기업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같은 내용이 전해지면서 정·재계에선 일시적 충격과 함께 술렁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재계 일각에선 그 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아메리칸 드림´이 가시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될 정도다.
물론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방안이며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정·재계의 시각은 곱지 못하다. 현 정부의 반재벌 정책이 점차 강화되면서 국내 여건이 어려워지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일각에선 본사이전 장소로 로스앤젤레스(LA)와 앨라배마를 지명하며 만일 삼성이 본사이전을 시행할 경우 고용불안과 막대한 국고유출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주간현대에선 삼성과 현대의 행보를 추적했다.
노무현정권 하에선 재벌 존재여부 불투명 인식 팽배
병술년 새해 벽두부터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화두의 시발은 바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신년사다.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시무식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올해는 해외 곳곳에 제2의 삼성을 건설하고 세계 1등 제품을 더 늘려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의사결정과 기술개발을 더욱 빠르게 하고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와 같은 소프트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몽구 회장은 "적극적 투자와 전략으로 글로벌 기업의 위치를 확고히 다져나가자"며 내실경영 생활화·글로벌 경영 지원체제 정착·비상관리 경영역량·투명과 윤리경영 등 4대 경영방침을 설정했다.
하나…올해도 만만찮은 경영환경
그러면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걸까. 정·재계 안팎에선 이를 두고 두 총수의 의중 파악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글로벌화를 외치며 본사를 해외로 옮긴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을 정도다.
갖가지 분석 중 현재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반재벌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되면서 두 총수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이건희 회장의 경우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인 ´X파일 사건´과 장남 이재용 상무의 전화사채 불법 증여 등에 대한 수사로 인해 최근 몇 년간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 그럼에도 이런 현안들은 진행형이기 때문에 심기가 올해도 편치만은 않다.
현재 이건희 회장은 미국에 체류 중이다. 폐암 후유증 정밀진단이 그 이유다. 하지만 세간에선 지난해 X파일 수사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해하고 미국으로 출국, 상황을 지켜보며 머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지배적이다.
정계 한 관계자는 "X파일로 대표되는 뿌리깊은 정경유착 관계는 국가최고권력자의 선정과정에까지 삼성의 검은 돈이 파고들었다는 명백한 증거이고 삼성공화국의 현실을 보여줬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한국최대 재벌인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글로벌화를 외치며 본사를 해외로 옮긴다는 설이 난무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다른 일각에선 이건희 회장이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기도 한다.
IOC위원은 올림픽운동에 공헌 할 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으로 소속국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국가에 파견된 IOC의 대사로 간주한다는 게 그 이유다. 따라서 IOC위원은 업무에 관한 한 소속 정부로부터 구속을 받지 않고 자주성을 행사 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이건희 회장의 아메리카 드림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둘…경영권 승계 자신 없어
설득력을 얻는 또 다른 것은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불안 이다. 일례로 삼성의 경우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각종 편법과 불법 수단이 동원됐다는 의혹 속에 정부와 시민단체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
예컨대 제도의 허술함 덕분에 재벌의 재산대물림 행태는 발전의 발전을 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이건희·정몽구 회장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 때문에 두 회장은 해외 본사 건설을 서두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삼성은 지난해 특히 이재용 상무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인수에 대한 법원의 유죄판결 등으로 인해서 재벌의 지배구조와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 대한 도덕성과 합법성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대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현대기아차 사장은 글로비스 상장을 기점으로 주식시장을 비롯한 정·재계 안팎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적 승계란 게 그 이유다.
일례로 증권가에선 기아차 주식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 비상장계열사가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선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이들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한 후, 배당금이나 지분 처분 등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물론 이처럼 이들 회장이 압박 받는 것은 지난 2003년 법원 판결과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감시로 인해 재벌의 경영권 승계 과정이 요구받는 도덕성과 투명성에 기인한다.
한 단계 높아진 왜곡된 재벌들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경제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해묵은 과제 중에 하나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들 회장의 입지가 점차 좁아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셋… 반기업 정서 속 기업 못해!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본사´ 이전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또 다른 것은 국민들이 느끼는 반기업 정서다. 한 마디로 반기업 정서가 팽배하고 노조가 경영진을 압박하는 상황에선 기업경영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지난해 10월, 한국갤럽에선 일반인과 기업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조사 기업인들의 68.4%는 국민의 반기업 정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부자와 기업 소유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고 기업인들이 느끼는 반기업 정서의 수준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일반 국민들의 전체적인 기업 호감도가 2004년 보다 조금 높아졌는데도 대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오히려 5%포인트 이상 떨어진 점이다. 더구나 기업인들 가운데 반기업 정서의 수준이 점점 더 심각해졌다고 본 응답자가 31.6%로 충격적이었다. 이는 곧 기업인의 경영 의욕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반기업 정서가 심화되고 있는 이유로 기업경영의 투명성 부족 등에 따른 일반인들의 불신 심화, 일부 계층의 부도덕한 ´재산 불리기´와 빈부 격차의 확대 등이 지적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2006년 한국경제는 소비와 투자 회복에 힘입어 4.8%의 견실한 성장을 실현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8·31부동산대책과 사회 일각의 반기업 정서가 위험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제 반기업 정서는 경제성장률 5%를 가로막는 원인이자, 시장의 질서를 위한 최소한의 정부규제를 거부하는 명분이 됐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이 추구해야 할 목표로 소비자 만족이나 이윤 극대화보다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일부 계층의 부도덕한 ´재산 불리기´ 일반인들이 기업을 보는 시각도 반기업 정서 심화와 무관하지 않았다.
특히 재계에선 지난해 X파일 사건으로 재벌들의 추악한 정경유착과 반사회적 행태를 생생히 지켜본 국민들에게 대기업 오너에 대한 ´호감´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업경영의 윤리성과 투명성 제고"라며 "´노조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된다´는 선대의 경영철학을 떠받드는 대기업이 주도 한 국민들에게 과도한 친기업 정서를 바래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9월초 출국한 이 회장의 해외 체류 및 원격경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이 쏠려있다. 반삼성 기류´가 확산될 경우 ´금산법 처리´ 등 삼성과 관련된 각종 현안의 해결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엑소터스 성사 시 국내경제 붕괴
문제는 이 같은 해외 본사 이전설이 사실로 나타날 경우 미치는 파장이다. 그것은 바로 국내 경제가 붕괴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 이유로 우선적으로 꼽히는 것은 고용 창출의 불확실성이다. 삼성과 현대그룹의 경우 종사원만 13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만일 해외로 이전될 경우 국내 고용은 현저히 줄어들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따라서 그만큼 실업자가 양산되며 소비심리가 심각하게 위축되면서 국내 경제가 무너진다는 설명이다.
대규모 국부유출도 우려점으로 꼽힌다. 국내 재계 순위 1위와 2위를 자리잡고 있는 두 그룹이 해외로 옮겨질 경우 자산 역시 해외로 이전되는 것은 자명한 일.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국부유출 현상이 파생되면서 국내 경기는 그 여파를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하는 입장에 봉착될 것이며 국내 경제 붕괴의 촉발제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도미노 현상´이다. 국내 1위와 2위를 다투는 기업이 해외로 이전할 경우 여타 그룹들 역시 해외 이전을 고려하거나 감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이들 그룹 역시 자본의 논리에 맞춰 기업경영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생존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분석이다. 그렇게 될 경우 고용 안정·소비·경제성장 등이 파괴되면서 국내 경제 몰락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본사 이전 통한 기업 사수 특명 속 프로젝트 풀가동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극에 달한 현재 삼성과 현대가 글러벌화에 맞춰 해외로 본사를 옮길 것이란 추측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면서 "삼성은 L.A에, 현대는 앨라배마로 옮길 것이란 소문도 떠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런 추측에는 걱정거리가 있다. 국내 경제 미치는 영향이 그것이다"며 "일단 두 기업이 해외에 나간다면 국내 고용 창출은 더 이상 기대 할 수가 없을 것이고 막대한 국고 유출이 따르면서 국내 경제는 붕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해외에 제2의 삼성 건설에 대해 "사업계획 등 추진 중인 사안은 없고 신년사에 언급된 내용 이외엔 더 이상 없다"면서 "제2의 삼성 건설은 지난 5년 전부터 나온 말이고 세계 속의 명실상부한 기업을 만들자고 하는 의미일 것"라고 말하며 너무 앞서나가지 말기를 당부했다.
쥐도 새도 모르게 2백조 유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