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느닷없이 날아드는 현대인의 새로운 스트레스 ‘060’ 전화스팸이 최근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IT는 그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으나 그 이면에는 스팸 이라는 기생충이 자라왔던 게 사실이다.
바쁜 업무시간에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가 알고 보니 음란성 광고메일임을 확인했을 때 느끼는 분노’는 생각보다 크다. 아침마다 인터넷 메일함의 스팸메일을 지우는 게 귀찮은 일상이 돼 버렸고 무심코 열어본 메일의 낯 뜨거운 화면 때문에 주위의 오해’를 사기도 한다.
옵트인으로 060스팸 사라진다
보다 못한 정보통신부는 우선 060으로 대표되는 전화 스팸을 막기 위해 옵트인’이라는 처방을 내놓았고 지난달 31일 시행 이후 보름만에 상당한 실효를 보고 있다.
광고 수신 후 거부의사를 밝혀야만 재전송을 금지했던 기존 옵트아웃 방식과 달리 옵트인 제도는 사전에 수신자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광고를 발송할 수 있도록 한 제도 또 사전 동의를 받았다 해도 저녁 9시부터 오전 8시까지 야간시간대에는 추가적인 동의를 필요로 한다. 위반 시에는 건당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통부는 이 제도 시행 이후 060 전화스팸은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확한 감소 수치는 다음달 말께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스팸광고 수신자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이미 현격한 감소세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정보보호진흥원 스팸대응팀 관계자는 “민원인들과의 상담이나 모니터링 결과, 옵트인 제도 시행 이후 전화를 통한 스팸은 크게 줄어들었으며 특히 음란성 성인광고는 극히 적은 양만 발송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는 옵트인 제도로 인해 스팸신고가 보다 쉬워진데다 지난해부터 1000만원이었던 과태료가 최고 3000만원까지로 상향조정됐기 때문에 060사업자가 이를 무릅쓰고 스팸을 발송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대단히 커졌기 때문이다.
스팸메일 1일 50건-13.8건으로 감소
스팸 이메일의 경우 이번에 도입된 옵트인 제도의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이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불법스팸대응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스팸메일은 지난 2003년 3월 네티즌 1명의 하루 평균 수신건수가 50건에 이를 정도였으나 지난해 11월에는 13.8건으로 감소했으며, 특히 전체 스팸메일에서 음란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63%에서 8.7%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해 정통부가 유동 IP 650만개 가량을 차단, 스팸발송자들이 신원을 감추기 위해 포털사이트 메일을 이용하지 않고 유동 IP를 통해 메일발송기 등 별도 메일서버를 생성해 메일을 보내는 관행을 없앤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통부는 앞으로도 IP정보를 제공받는 사업자 범위를 포털사업자에서 스팸메일 차단 솔루션 업체 등으로 확대해 스팸메일의 발송경로를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스팸메일을 차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대학과 공공기관 등에 보급하는 한편 국제 스팸 대응기구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국제적인 스팸의 차단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옵트인 제도를 이메일에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불법 음란 내용을 담지 않는 한 이메일을 통한 광고는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에게는 유용한 마케팅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종합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 스스로도 가능한 조치 취해야
따라서 정통부는 올해 전화와 팩스에 도입된 옵트인 제도의 성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메일 광고에 대한 옵트인 제도 적용시 기대효과’에 대한 연구를 시행해 이메일에 대한 옵트인 제도 도입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통부 장석영 정보보호이용과장은 “스팸근절을 정통부의 역점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인터넷과 통신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완전한 근절은 어렵다”며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국민 들 스스로 가능한 스팸근절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그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과장은 이어 이동통신사에 직접 스팸번호를 알려줘 차단을 시키거나 포털사이트가 갖고 있는 스펨메일 차단 기능 등을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스팸과의 전쟁 이렇게 해 왔다
정통부의 스팸과의 전쟁’은 지난 1999년 이메일에 옵트아웃 방식의 스팸 규제책을 도입한 이후 꾸준히 진행돼 왔다. 2001년에는 옵트아웃 방식에 더해 ‘광고’ 표기 의무를 부여했으며, 2002년말 규제 대상을 전화와 팩스까지 확대하고 스팸대량 전송 규제, 형사처벌 규정 신설 등 조치를 취했다. 이어 지난해 과태료 부과 금액을 법정 최고 한도액인 3000만원으로 늘린 것이다.
정통부는 지난해 말부터 060 전화스팸이 크게 기승을 부리자 이에 대한 근절에 역량을 집중했다. 지난달 30일에는 2월 이후 정보보호진흥원 불법스팸신고센터에 들어온 신고를 조사해 35건의 전화스팸에 대해 모두 7억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이 중 다수의 번호를 운영해 온 한 스팸발송자에게 1억7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정통부는 또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193건의 불법증거를 확보해 사실 조사가 끝나는 대로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며, 유선통신사업자에 요청해 불법광고를 발송한 56개의 060 폰팅번호를 정지 또는 해지시켰다.
지난달에는 불법스팸대응센터의 신고 대응능력도 크게 강화해 기존 4회선이던 신고전화를 16회선으로 늘렸으며 민원처리 인력도 주3일 21명 체제에서 주5일 16명 체제로 보강했다.
스팸메일 동의 없는 광고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