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2004년 6월경,초등학교에 다니던 K양(8세 정신지체3급)이 이모(58 사건당시 교감)으로부터 남자화장실로 끌려가 수차례 성추행을 당한 사건으로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부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한국여장연상담소)에서 3년에 걸쳐 상담지원 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피해아동이 모(母)의 강압적인 추궁을 받고 혼날 것을 염려한 나머지 즉흥적인 생각에서 교감을 지목함으로써 이 사건이 밝혀지게 된 경위를 비추어볼 때 장애를 가진 피해아동의 진술능력의 신빙성에 강한 의문을 들어 믿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재판부가 처음부터 피해아동이 정신지체장애아동이라는 점을 문제 삼아 피해아동의 일관된 진술은 전혀 무시하고 수사과정과 기법, 피해아동 측 참고인 진술내용가운데 의심이 들었던 부분을 강조하여 피해아동에게 불리하게 부각시켰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측 증인진술의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내용만을 강조함으로써 매우 편파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불구속기소한 상태에서 1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재판 기간 동안 시종일관 피고인 이모의 허위진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피해자인 정신지체장애아동의 진술능력의 신빙성과 증거물 확보에만 치중하는 등 2차적 피해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앞장서서 장애인의 인권을 짓밟고 차별과 편견의식을 단적으로보여 주었다.
재판부의 어처구니없는 판결은 증거물보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중요한 성폭력사건의 특수성과 장애와 아동이라는 취약성을 가진 피해자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반 인권적이며 시대를 역행하는 오판을 내린 결과이며, 다시한번 우리나라 사법부의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보수성과 장애에 대한 무지, 장애 인권의식 결여의 심각성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법기관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성폭력을 당한 장애아동이나 여성장애인 피해자로 하여금 장애인임을 증명하고 피해당시 항거불능상태였음을 입증하게 하는 등 피해자가 두 가지 범죄요건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야만 가해자의 성폭력범죄를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장애로 인한 취약성 때문에 진술능력이 부족하거나 항거불능을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가 미흡하면 명백한 성폭력을 자행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무죄판결을 내림으로써 억울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판결이 현실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같은 판결문이나 불기소이유서에서 조차도 ‘장애로 인하여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상태로 보기는 어렵다’는 등 같은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이중적인 가치판단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여성장애인 인권운동단체이며 전국연합조직인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과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는 이 땅의 200만 여성장애인을 대표하여 이번 정신지체장애아동 초등K양 항소심 판결을 강력히 규탄하며, 정부와 사법부에 다음과 같이 촉구하는 바이다.
하나, 여성장애인 성폭력 가해자를 엄중가중 처벌하라!
하나, 사법부는 법조인들에게 의무적으로 장애인식교육과 장애인성폭력교육을 실시하라.
하나, 수사재판과정에서 장애특성을 고려한 장애인성폭력 전담수사반과 전담재판부를 하루빨리 설치하라!
하나, 정부는 장애인생활시설 및 학교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피해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라!
성폭력 가해자 무죄판결 규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