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신보라
대학생들의 의견 표명방식 또한 도덕적이고 이성적이어야
다음은 6월 14일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9개 단체가 주최한 반값등록금, 냉정하게 따져보자!제하 긴급시국토론회서 미래를여는청년포럼 신보라 대표가 발표한 내용이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에 나타난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매우 비싸다. 한국 사립대 등록금은 미국, 일본, 영국 등 조사대상 11개국 중 미국 다음으로 비싸고, 국립대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등록금은 5년 전에 비해 국립대는 30.2%, 사립대는 25.3% 뛰면서 한해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맞았다.
대학생들이 느끼는 등록금 부담은 꽤 크다. 부모의 직장이 탄탄해 학자금 지원을 받게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력으로 4년 동안 3000~4000만원 가까운 등록금을 내야 한다는 압박을 겪게 된다. 학자금 대출 제도를 활용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졌지만, 20대부터 빚쟁이라는 사실이 주는 무게감도 많다. 그러다보니 과외 등 아르바이트를 부지기수로 하는 대학생들도 생겨난다. 학업과 아르바이트 사이에서 갈등하는 대학생들의 기사를 심심치 않게 접하는 이유다.
-등록금 문제 꺼내지자마자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 주장으로
정치권과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주장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계속해서 인상되고,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오르고 있는 등록금이 대학생 자신과 그 가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권의 ‘반값등록금’ 주장은 우리 사회에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화두를 던졌다는 데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이제나마 등록금이 왜 이렇게 오를 수밖에 없었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합리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록금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의 첫 걸음마라도 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록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 등 대학생단체들은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을 주장하고 나섰다. B학점, 부실대학 제한 등의 조건 없이 무조건 등록금을 반절로 깎자는 주장이다. 그리고서는 최근 10여일이 넘는 동안 광화문 일대를 점거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등록금 문제, 일방적 주장으로 해결보기엔 복잡한 문제 많아
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값을 깎는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물론 등록금의 합리적 조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합리적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다.
70%가 넘는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 수혜자의 등록금 부담률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어느 정도의 세금으로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것인지, 대학은 또 어느 정도의 자구적인 노력을 진행해야 할 것인지 다각도의 대안들이 함께 모색되는 방향에서 등록금 문제가 풀려나가야 한다. 자칫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등록금을 1000만원씩이나 내면서도 졸업 후 어떠한 혜택도 기대할 수 없는 대학을 국민 세금으로 먹여 살려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많은 대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에도 불만을 토로하지만, 그만큼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 또한 매우 크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졸업해도 세계 100위권에 랭크된 대학은 두 군데 뿐이고, 높은 교육의 질을 보장해주지도 못하며 남는 건 대학 졸업장뿐인 현실에 좌절하고 만다.
따라서 무조건 아무 조건 없이 세금으로 충당하든, 대학이 자체적으로 깎던 등록금이 반값으로만 되면 다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식의 주장은 아쉽게도 대학생들이 정말 원하는 대학의 질적 교육과 합리적인 등록금 조정의 범사회적 논의를 가로막을 수 있다.
-불법 시위 논란 나오는 소통 방식, 옳을까
어쨌든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소득분위 50%까지의 반값등록금 주장에 대해 한대련 대학생들은 ‘전면 반값등록금’을 내걸고 거리 집회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달 29일부터 광화문을 비롯해 서울 도심지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차도도 점거했고, 심지어 청와대로 행진까지 하려 했다.
그러나 불법 시위 논란이 나오는 소통 방식 과연 옳을까. 2011년에 1987년 방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대학생다운 의견 표출’ 방식이 아니다. 지금 시대에서는 SNS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권과 사회에 의견을 표명할 방법이 많다. 얼마 전 각 대학 총학생회장단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찾아가 등록금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는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마땅한 통로가 없었던 민주화 운동 당시에는 군중의 힘을 빌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대학생다운 방식으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데도 굳이 그런 방식을 고수한다는 건 스스로를 한계 짓는 일이 될 수 있다. 상대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할 말만 하겠다는 소통방식, 자신의 주장이 옳다면 말하는 방식이야 어떻든 상관없다는 것도 정당성을 가지기 어렵다.
-등록금 문제 해결에 대한 다른 의견은 묵살,
다른 세력들이 결합되며 시위는 점차 궤도를 이탈해
더욱 큰 문제는 등록금 시위가 10여일 넘게 지속되면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목적의 시위가 점차 반정부 구호 등이 등장하고 전문 시위꾼들이 가담하는 불법 시위로 변질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등록금 문제 해결에 대한 다른 의견들에 대해선 철저히 묵살됐다. 필자가 경험한 일례를 두 가지 소개한다.
6월 8일, 반값등록금 문제의 근원적이고 점진적 해결을 촉구하며, 지금의 등록금 시위를 지휘하고 있는 한대련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광화문에서 했다. 그 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주변에서 위 내용과 관련된 A4 한 장짜리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배포하고 있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50~60대 되어 보이시는 아저씨들이 다가와 에워싸더니 ‘여기는 왜 왔느냐’며 방해하지 말고 빨리 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유인물을 낚아채 반으로 찢어 바닥에 던졌다.
6월 10일, 대규모 반값등록금 촛불집회가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정치투쟁으로 번진 등록금 시위, 정치권의 표를 의식한 등록금 포퓰리즘 발언이 오히려 등록금 문제 해결을 더욱 요원하게 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느껴 청계광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결심을 하게 됐다.
청계광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청계광장 진입로 근처에서 ‘정치투쟁, 票퓰리즘으로 얼룩진 반값등록금…이러다 대학생들의 진짜 고통은 묻힙니다’라는 피켓을 들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40~50대 되는 아저씨들이 험담과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알바가 아니냐 대학생도 아니면서 누가 시켜서 들고 있는 것이다’, ‘이완용의 후손이나 다름없다 친일파다’ 등 모욕을 주는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피켓을 빼앗으려고도 했다.
필자 또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적극 지지한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식과 방법에 있어서는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계광장의 시위공간에서는 다른 의견은 일체 허용되지 않았다. 피켓을 보고 궁금증에 이런저런 의견을 물어보는 대학생도 정말 한 두 사람에 불과했다. 또한 그날 6월 10일은 6.10민주화항쟁 기념일이기도 했다. 아저씨들은 ‘민주화 항쟁의 수치’라며 손가락질 했다. 그런데 필자는 6.10 민주화 항쟁과 반값등록금 문제가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더 의문스러웠다.
6월 10일, 등록금 시위 현장에선 ‘MB OUT’구호를 매우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10시쯤부터 광화문부터 남대문까지의 도로는 무법천지가 됐다. 시위하던 사람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에 나서면서 교통이 마비됐다. 도로 곳곳이 쓰레기들로 어질러졌다. 그 광경을 함께 봤던 대학생 한 명은 “무섭다”고 표현했다. 과연 이러한 시위가 정말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일까.
-내리면 좋죠. 그런데 과연 될까요~?”
대학생에게 가장 큰 이슈는 등록금 문제다보니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게 된다. 정치권의 반값등록금 공약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많은 대학생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내리면 좋긴 하죠. 그런데 과연 될까요?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
워낙 정치권에서 대선이나 총선을 앞둔 시기에 되지도 않을 공약들을 내걸면서 국민들을 현혹했던 사례들이 많은지라 대학생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 발언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대학생들은 등록금 문제가 한창 논의가 됐어야 할 2, 3월도 지난 이 때에서야 이슈가 됐던 점, 하루가 멀다 하고 다시 말을 바꾸는 정치권의 분위기,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논의는 추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 등 때문에 반값등록금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또 탁상공론에 그칠까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등록금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우리는 대학생이다. 학문을 탐구하고 지성을 겸비하기 위해 고등 교육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의견 표명 방식 또한 도덕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한다. 주장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생다운 토론과 의사 표출을 기대한다.
또한 반값등록금 문제는 높은 등록금에 비해 턱없는 낮은 질 수준과도 닿아 있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학문 탐구와 전문성 향상을 위한 대학 교육을 선택하든 않든 대학 졸업장의 유무로 내 꿈의 실현 여부가 정해지는 사회를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 교육과 등록금 문제가 부디 값만 싸지는 지엽적 논쟁이 되지 않기 위한 범사회적 논의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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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대학생들의 주장과 행동 어떻게 볼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