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동양화가 김선두(중앙대 교수)씨 전시에 가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시원스럽게 그은 호방한 먹선 옆으로 오밀조밀한 이야기를 담은 작은 창들이 떠 있다.
화랑가에서 대세인 정하고 개념적인 작품이 아니라 구수하고 다정하고 흙 냄새 풍기는 그림이다.
전시 제목은 ‘고향의 속살’(8~21일 학고재 아트센터). 김씨가 동향(전남 장흥) 문인들과 함께 고향을 여행하며 받은 감흥, 보고 들은 풍경과 전설을 담은 개인전은 ‘로드무비 같다’는 평도 받는다. 비경을 품은 천관산, 그리운 옛집, 회진항 허름한 다방, 장터 가는 버스, 섭섭 할머니, 누렁이, 또 동백꽃과 영산홍과 고구마줄기와 담쟁이 덩굴…. 정겨운 남도가 고향이 아니라도 어린 시절 골목길을 떠올릴 수 있다.
“장지기법, 수묵담채 등 모든 테크닉을 동원해 현대인의 고향을 그려보았습니다.” 애절하게, 흥겹게, 때론 간드러지고 멋들어지게 소리를 내는 듯한 붓질이다. “생먹을 이렇게 까맣게 쓰면 옛날에 혼났는데…. 화가라면 자기 맛을 낼 줄 알아야 해요. 자기 형태와 선이 있어야지요.” 벌건 언덕을 그린 ‘허기진 연’은 황량하지만 맑고 투명하다. ‘푸른 밤의 여로’에서는 신비로운 밤하늘이 펼쳐진다. 둘 다 가로 7m가 넘는 대작이다.
20년간 서민의 애환과 남도 풍경을 화폭에 담아온 김 화백은 ‘들꽃의 아름다움과 잡초의 생명력’을 그리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 나온 그림들이 그의 솜씨. 작가는 요즘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본격적인 산수화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산을 타면서도 스케치하느라 바쁘다. “대충 촬영만 해오면 대상과 교감하고 호흡할 수가 없잖아요. 자연을 대우해 줘야지요. 그냥 사진으로 찍어만 가면 자연이 ‘너 싸가지 없다’고 싫어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