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9월 1일 일본 관동지방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지진 피해로 민심이 악화되고 사회질서가 혼란스러워지자 일본 정부는 재일 한국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고 있다는 악의적 소문을 퍼뜨렸다. 일본인에게 재일 한국인에 대한 적개심을 유발케 하려는 속셈이다.
이에 군경과 민간인이 조직한 자경단은 불심검문을 하면서 재일 한국인으로 확인되면 가차없이 살해하였다. 치안 당국은 혼란 수습과 질서 회복의 명분하에 자경단의 비인도적인 범죄행위를 수수방관하였고, 일부는 가담·조장하기까지 했다.
일본군경과 자경단은 재일 한국인이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살해했으며, 상당수는 암매장되었다. 일본 정부는 피해자 수를 축소 발표했고 그 책임을 물어 자경단을 조사하였으나, 형식에 불과하였다. 결국 재일 한국인 학살 사건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진 사람은 전혀 없다.
이 역사적 대사건이 일본의 근현대사에서 거의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고 학살된 재일 한국인 희생자 수와 신원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정부와 사회가 진상규명이나 사죄는 커녕 87년 동안 그 사실을 숨겨왔으니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재일 한국인 학살사건의 진상규명과 재일 한국인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지 않는 것은 결과적으로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의식으로 남아 있어 망언을 일삼는 정치가가 있는 걸 봐도 87년 전 상황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수상을 비롯한 도쿄도, 치바현, 사이타마현, 가나가와현의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관동대지진 재일 한국인 학살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 등 정치적, 법적 책임을 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