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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심도 부상도 그들의 투혼을 꺾지 못했다
기사등록 일시 : 2012-08-16 15:29:34   프린터

부제목 : 드라마 같은 감동 준 런던올림픽 영광의 순간들

한국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역대 원정 올림픽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이전까지 한국의 최고 성적은 홈에서 열린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달성한 종합 순위 4위(금 12, 은 10, 동 11개)고 역대 최다 메달은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거둔 금 13, 은 10, 동 8개지만 종합순위는 7위였다고 밝혔다.

 

최고의 성적만큼 감동적인 영광의 순간들이 끊이지 않고 터져 한국 국민들을 신나게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펜싱과 양궁, 사격에서 대량의 금맥을 캤다. 체조에서는 올림픽 참가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했고, 여자 양궁은 올림픽 7연패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 올림픽 대표선수들은 오심문제, 편파판정 등으로 불리한 환경과 눈이 부어 앞을 볼 수 없는 부상 등을 이겨내며 국민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준 영광의 순간들을 정리했다.  

 

세계가 반한 양학선의 1080도 기술 

런던올림픽 남자 체조 도마에서 양학선(20) 선수가 보여준 회전 곡선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양 선수는 도마 결선 1차 시도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난이도 7.4점의 초고난도 기술 ‘양학선’과 2차에서 난이도 7.0의 ‘스카라 트리플’ 기술을 완벽하게 성공시키면서,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1960년 로마올림픽부터 출전한 이후 52년 만이다. 

 

국내외 언론은 양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전하면서, 그의 인생스토리에도 많은 관심을 쏟아내며 감동했다. 미국 대표채널 CNN 방송은 9일(현지시간) ‘한국 체조 금메달리스트, 무일푼에서 거부로 거듭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모와 함께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다고 소개한 뒤 “이번 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신데렐라 같은 동화의 주인공이 됐다”고 전했다.  

 

도마 연기를 펼치는 데는 불과 4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체조선수들은 이 4초를 위해 4년을 준비하고 4000번, 4만번 점프를 한다. 전 세계 도마 선수들 가운데 허공에서 1080도를 돌 수 있는 선수는 양 선수가 유일하다. 그는 이번 올림픽이 끝나고 ‘양학선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양2’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공중에서 3회전 반, 즉 1200도를 도는 기술로 이를 성공시킨다면 다음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은 양 선수의 것이다.

 

펜싱, 금메달을 찌른 칼끝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펜싱은 매우 인상깊었다. 펜싱은 이번 올림픽에서 만들어낸 한국 스포츠 최고의 효자 종목으로 우뚝서는 기염을 토했다. 대회 초반 펜싱 대표팀 에이스 남현희가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신아람 선수가 ‘멈춘 1초’의 오심 문제로 억울한 피해를 당한 것이 선수들의 승부근성을 자극했다. 

 

펜싱은 태생적으로 팔이 길고 손기술이 좋은 유럽선수들이 강한 종목이지만, ‘한국형 발 펜싱’으로 이를 극복해 냈다. 빠른 발과 거리조절 등의 감각을 키우고 피스트 위에서의 울렁증’을 극복하기 위해 밥 먹는 시간 빼고는 훈련에 열중했다.

 

우리 펜싱 선수들은 금 2, 은 1, 동 3으로 모두 6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성적(금 1개, 동 1개)을 뛰어넘은 역대 최고의 성적이다. 특히 세계랭킹 10위에 불과한 한국 여자 대표팀은 세계 랭킹 1위 루마니아, 5위 미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은메달을 땄다. 오심으로 상처를 크게 입은 신아람 선수는 그제서야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축구 종주국 영국을 누른 홍명보호

2002년 월드컵 대회 4강 진출의 주역인 홍명보를 감독으로 한 우리 축구 대표팀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 획득에 성공하면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한국 축구의 올림픽 도전사는 1948년 런던올림픽 때부터 시작됐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첫 경기에서 멕시코를 5대 3으로 꺾고 8강에 올랐지만 스웨덴에 0대 12로 대패해 탈락했다. 이번 올림픽 전까지 한국 축구가 8강에 진출한 것은 1948년과 2004년 아테네 대회, 두 차례에 불과했다. 

 

8강전에서 축구의 종가이자 올림픽 개최국인 영국을 이긴 것은 이번 대회에서 벌어진 대표적인 파란이었다. 1대 1 동점 상황에서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르지 못했던 대표팀은 승부차기에서 영국을 무너뜨리고 마침내 한국 축구의 염원이었던 4강 진출을 이뤘다.

 

한쪽 눈으로 해도 이긴다

레슬링 김현우 선수는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세계 정상에 섰다. 오른쪽 눈이 퉁퉁 부어 시퍼렇게 멍이 들었지만, 금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는 그의 미소는 천사가 따로 없었다.   

 

김현우 선수는 16강에서 오른쪽 눈을 다쳤다. 8강, 4강, 결승에 올라갈수록 눈은 더욱 부었고 결승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누가 생각해도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강한 정신력과 그간 훈련을 통해 쌓은 기술로 극복해 냈다.

 

김현우 선수의 금메달은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0㎏ 정지현 선수 이후 8년 만이다. 아테네 이후 레슬링은 침체에 빠져 세계선수권, 베이징올림픽,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내지 못했었다. 김현우 선수의 금메달이 레슬링의 전성기를 다시 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새로운 금맥 발견한 사격

이번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은 사격에서 나왔다. 7월 28일 진종오 선수가 남자 10미터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이 시작이다. 이어 8월 1일에는 김장미가 여자 25미터 권총에서 금메달을, 5일에는 남자 50미터 권총에서 진종오와 최영래 선수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었다. 6일에는 마지막 종목 남자 소총3자세에서 김종현 선수가 은메달을 보탰다.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새로운 효자종목으로 떠올랐다. 원래 한국은 사격 소총부문의 강국이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여갑순, 이은철이 2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다 소총부문이 부진에 빠진 사이 권총부문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권총부문에서만 금 3개, 은 2개를 수확해 사격 종목 메달 순위 1위에 올르며 ‘사격 최강국’의 자리에 우뚝 섰다. 금메달 2개를 획득한 진종오 선수는 금메달을 딴 자신 만의 비법을 향후 후배들에게 전수해 사격에서 한국이 최고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다음 올림픽에서도 그가 금메달을 딴다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우생순은 끝나지 않았다

올림픽 8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한국 여자 핸드볼. 4강전에서 노르웨이에 패하고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스페인에 아쉽게 져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투혼은 국민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대회 초반부터 잇따라 발생했던 주축 선수들의 부상 때문에 매경기마다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 했다. 대회 1차전인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에이스 김온아 선수가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 공백이 생겼지만, 강한 팀워크로 이후 노르웨이와 덴마크전에서 선전했다.

 

선수들의 부상은 계속 이어졌다. 프랑스전에서 정유라 선수가 무릎 부상을,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전에서는 심해인 선수가 전반 팔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했다. 부상 악재와 체력 저하 속에서도 ‘우생순’ 특유의 투혼을 발휘해 4강 진출을 달성했다.

 

여자 양궁 올림픽 7연패

한국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변함없이 세계 최강임을 확인했다. 양궁 4종목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한국이 차지했다. 한국 양궁이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획득한 것은 1988년 서울,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4번째로 역대 최다 타이기록이다.

 

한국 양궁이 잘나가다 보니 견제도 심해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세트제’라는 새로운 룰이 도입됐다. 한 세트에 3발씩 쏴 5세트를 겨뤄 세트 스코어로 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기존 다득점제에 익숙한 선수들에게는 빠른 적응이 숙제였다. 또 한국 지도자들이 대거 해외로 진출하면서 기량이 평준화된 점도 불리했다.

  

1점차로 승부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한국 양궁이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하지만 한국 양궁은 여자 단체에서 올림픽 7연패를 이어갔고, 기보배 선수는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놓친 여자 챔피언 자리를 되찾았다.

 

교통사고에도 바벨을 든 여자

한국 여자 역도의 간판 장미란 선수는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에 크게 못미치는 성적으로 4위에 머물러 노메달 선수가 됐다. 하지만 장 선수의 4위는 금메달보다 값진 결과였다.

 

장 선수는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올림픽 무대와 작별을 고했다. 역도 선수로 황혼에 가까운 스물아홉 장 선수의 목표는 애당초 금메달은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였다. 점차 약해지는 체력 속에 설상가상 2009년에는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그에게 런던올림픽은 자신보다 한참 나이 어린 라이벌과의 대결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장미란은 이번 올림픽에서 마지막 투혼을 모두 불태웠다. 그가 바벨에 작별 입맞춤을 하고 경기장을 빠져나오며 두 손을 흔들며 국민 성원에 답례 할 때 감동하지 않은 국민은 없었을 것이다.

 

이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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