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재산 사건’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엊그제 한 일간지에 사설이 한 편 실렸는데 그걸 읽고 나는 깜짝 놀랐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그 신문이 근자에 와서 전에 없이 진보’를 가장하며 꼴 같지 않게 굴어서 사실은 그 집의 사설을 읽을 마음도 없다. 그러다가 우연히‘왕재산 사건’을 조작이라 할 수 없다는 그 헤드라인에 끌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읽고서 놀랐다.
그 사설대로 한다면‘왕재산’은 북한 노동당의 지령으로 남한에 조직되어 간첩활동 해온 혐의로 IT업체의 대표 등 5명이 구속되었다는 내용이다. 구속된 자들 중에는 전 국회의장 정무 비서관도 포함되어 있으며 압수된 명단에는 포섭대상으로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이름도 있다면서,“이대로라면 북한은 학계·노동계·시민단체 등에 이어 제도권 정당까지도 공작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오래 전에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요새는 왜 간첩을 잡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예전에는 해마다 바다로, 육지도 기어들어 오던 간첩들이 한두 놈은 붙잡히곤 했는데 근년에는 왜 조용합니까.”국정원장이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한 두건 수사 중인데, 아직은 증거가 충분치 못해 잡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 대답을 들은 지가 족히 2년은 더 된 것 같은데!‘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간첩을 그대로 두고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습니까. 남파된 간첩들과 놈들에게 포섭된‘간첩 침략자들’을 그대로 두고, 마음대로 활동하게 하고,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 놈들을‘좌파’니‘진보세력’이니 하며 치켜세운다면 우리는 앉아서 망하는 수밖에 없다고 이미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이 날마다 이 짓을 안 하고, 영국이나 프랑스에서처럼, 의회정치가 확고부동이라면 내가 왜‘보수’니‘우익’이니‘반동’이니 하는 누명을 뒤집어쓰면서, 이렇게 살아왔겠습니까. ‘친북’'종북’을 내세우는 역사의‘반동’세력을‘진보’라고 하기 때문에 내가 오늘 이 꼴입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의회정치만 자리를 잡는다면, 나는 좌파 진보·혁신 세력에 끼어서 싸우다 죽기를 바라고 있는 한 시대의 노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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