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수 경제보좌관은 31일 낮은 품질의 중국제품이 국산보다 비쌀 때도 중국제품을 수입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어떤 상품은 가격이 올라갈 때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빈민에 대한 구제사업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돈을 땅에 묻고 사기업가에게 마음대로 파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실업과 경기문제의 해결방안이다. 법·도덕·패션도 경제학의 일부다? 야구 영웅이나 세계적 배우들은 한 푼도 못 벌어도 야구나 연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모두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에서 언급된 경제학의 거장들이 주장했던 내용이다. 하버드 대학의 최우수 강의상을 수상한 저자 토드 부크홀츠(Todd G. Buchholz)는 이러한 역설을 통하여 과거 경제학자들의 아이디어들을 생생하게 풀어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경제학이란 무엇인가’를 체득하게 한다.
교수에게나 통할 바보같은 소리
이 책을 읽는 데 즐거움을 더해 주는 것은 과거 경제학자들의 개인적 특성과 생활에 대한 에피소드를 곁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평생 독신이었던 애덤 스미스는 유럽여행 중에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국부론을 썼으며, 대학은 물론 정식교육도 못 받은 리카도는 학계의 거물과의 논쟁에서 결코 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장을 대학교수들에게나 통할 바보같은 소리’로 일축했다.
20세기 들어 최고의 경제학자로 간주되는 케인즈는 경제학 연구보다는 책, 미술품 수집과 각종 예술활동 지원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며 한때는 자신의 재능을 과소평가한 나머지 ‘난 어쩌면 경제학에 소질이 있을지도 몰라’ 하고 친구에게 토로하기도 했다.
과거의 유명한 경제학자 중에서 증권투자 등을 통하여 실제 경제적으로 성공했던 사람은 리카도와 케인즈 정도에 불과했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경제학 이론들이 현실과 고립된 상아탑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경제학자들이 각자 처했던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치열한 고민과 논쟁과정을 거쳐서 나온 것임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손 으로 유명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1776)은 미국의 독립전쟁(1776), 프랑스혁명(1784) 등 자유주의 사상이 빠르게 전파되고 산업혁명의 여건이 성숙되는 시대를 배경으로 그 당시의 지배적 사상이었던 중상주의를 비판했다.
리카도의 차액지대론과 비교우위이론은 곡물가격 인상으로 신흥계층인 자본가의 이익과 기득권 계층인 지주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곡물의 자유무역을 옹호하기 위하여 고안되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1867)은 자본주의의 성숙과 함께 노동자 문제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탄생하였으며, 케인즈의 일반이론(1936)은 1930년 대공황 이후 작동을 멈춘 시장과 대규모 실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발표했다.
시대적 요청 파악한 해결책 내와야
이와 같이 경제학의 대가들은 시대적 요청을 파악하고 이에 부응하는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이론과 역사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예측이나 이론이 반드시 옳았던 것만은 아니다. 인구폭발로 인한 인류멸망을 예측하여 당대 지성들에게 폭넓은 공감을 얻었던 맬더스의 인구론도 결국 틀렸으며, 국가개입의 효율성과 화폐의 역할을 믿었던 케인즈의 이론도 공공선택학파와 통화론자들에 의하여 대폭 수정되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아무리 훌륭한 경제학자의 경제이론도 항상 타당한 보편진리가 될 수 없고, 지금은 모두가 동의하는 경제예측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재삼 확인시켜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책의 말미에 있는 저자의 언급을 다시 한 번 새겨보며 감히 이 책의 일독을 권해본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 해도 피해자가 있게 마련이다. 자유무역은 국내의 일부 생산자들에게 타격을 입힌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이처럼 피해자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좋은 정책이 반드시 인기 있는 경제정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특히, 단기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피해자가 나온다고 해서 좋은 경제정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압력에 굴복하면 경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즉 좋은 경제정책은 피해자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사회 전체가 누리는 혜택이 증가하는 정책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다.
경제학 이론 엿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