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입법(立法), 행정(行政), 사법(司法)으로 삼권(三權)이 분리된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이다. 해방 후 67년 여가 지난 2008년의 대한민국은 아직도 정신적(精神的)으로 특권적(特權的)이고, 독단적(獨斷的)이고, 자의적(恣意的)이다. 특히, 사법 기관의 판단과 행태를 보면 너무도 자의적이다. 강자독식(强者獨食) 약자원몽(弱者怨夢)이란 말이 횡행하는 사회는 후진사회(後進社會)다.
1984년 미국 유학 시절, 12박 13일 동안 멕시코를 여행하며 경험한 일이다. 여행 첫 날, 본래의 계획과는 달리, 첫 돌을 갓 넘긴 딸과 부부만 1970년 미국산 자동차를 타고, 멕시코 국경을 넘게 되었다.
얼마 전 멕시코를 여행하던 미국인 2명이 종이공장에서 종이와 함께 나왔다’는 말을 듣고 떠난 여행이라 기대감과 더불어 공포감을 지울 수 가 없었다. 멕시코 북부 사막을 지나, 작은 마을 삼거리를 지나면서 경찰에 잡혔다. 10km로 달려야 하는데 30km로 달렸기에 속도위반을 하였다는 것이고, 시멘트 건물로 끌려가, 즉석에서 5달러(당시 1달러에 190페소 정도)를 주고 풀려났다.
오후 늦게 다시 검문에 잡혔다. 시멘트 건물 옆으로 우물이 있고, 권총을 찬 민간인 복장을 한 사람 둘과 마을 청년 여럿이 차 주변으로 몰려들어 자동차를 뒤지고 여행 목적을 물으며 입국서류를 요구하였다. 급기야 큰 목조 건물이 몇 채 있는 곳으로 끌려가게 되었고, 취조를 받고 나서야, 통관 수속이 완료되어 멕시코로 입국이 성사되었다.
당시 멕시코는 석유가 나는 나라로서, 미국의 영향과 지원아래 경제성장을 도모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나라였다. 하지만, 멕시코는 당시 여행하는 외국인에게 위협적이기까지 한 사법적으로 자의적인 국가였다. 빈부의 격차도 커서 스페인계와 유럽계 지배계층이 멕시코 원주민들보다 훨씬 부유하게 살고 있는 나라였다.
2008년 민사재판으로 대한민국의 법정에 서는 일이 있었다. 민사재판 전에 이미 형사의 건으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 판단을 거친 상황에서 마음 고생이 컸던 경험을 한 후, 법정에 서 보는 일이었다. 민사재판은 500만원, 2000만원, 543만원 등 소액 1심 재판이 진행되는 중이었다. 소액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법정에 여자재판장이 단독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었다.
재판장은 짜증스런 표정으로 또 짜증 섞인 말투로 변호사 없이 재판장에 나와 재판을 받는 원고와 피고들을 향해 질책(叱責)과 훈계(訓戒), 그리고 감정적(感情的) 즉흥적(卽興的) 결정(決定)을 서슴지 않았다. 제출된 답변서와 서류에 대하여 ‘무엇이 이렇게 많으냐’고 질문하였다. ‘아무리 옳다고 하여도 당사자가 법적 절차에 따른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재판을 한 번 더 연장한다’고 하다가 이내 감정을 바꾸어서 ‘그러면 이것으로 재판을 결심하고 다음 기일에 판결한다’고 하였다. 울분(鬱憤)을 감추지 못하여 억울한 마음에 말도 제대로 못하는 원고와 피고들은 충분하게 어쩌지 못한 채, 화를 가지고 법정을 떠났다.
하지만, 재판장은 변호사에게 표정을 바꾸었다. 만면에 웃을 띠고 배려(配慮)를 아끼지 않으며 질의하고 답변을 들었다. 변호사 역시 만면에 비굴한 웃음을 띠고 읍조리며 재판장에게 판결을 구하고 있었다. 사실판단(事實判斷)에 기초하여 법적(法的) 시비(是非)를 가리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지식적(知識的)으로 모자란다는 선입견(先入見)과 사회적(社會的)으로 돈이 없다는 편견(偏見)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여 화가 절로 났다. 그래도 판사나 재판장은 경찰 관계자나 검찰관계자 보다 나은 것인데도 그렇다.
아마도, 현실(現實)은 이럴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적(社會的) 제도(制度)의 실정(實情)과 경제적(經濟的) 수준(水準)을 감안해 볼 때, 재판장(裁判長)은 소송(訴訟) 사건의 심리(審理), 진행(進行), 판결(判決)에 이르기까지 지도(指導)하고 감독(監督) 한다고 되어 있으니 그 부담(負擔)이 클 것이라 생각된다. 법을 모르는 수 많은 국민이 변호사 없이 재판을 받으러 나와서 법 전문가들처럼 행동하지 못하여, 많은 업무 부담을 지고 있는 재판장이 홀로 대한민국 국민을 일일이 가르치고 도와주는 노력이 고통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법을 다루는 재판장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어 사전에, 법(法)이란 ‘국가의 강제력(强制力)을 수반하는 사회(社會) 규범(規範) 국가(國家) 및 공공기관(公共機關)이 제정한 법률(法律), 명령(命令), 규칙(規則), 조례(條例)따위이다’라고 정의된다. 정의(正義)란 ‘진리(眞理)에 맞는 올바른 도리(道理)’라고 정의된다. 공정(公正)은 ‘공평(公平)하고 올바르다’고 정의된다. 공평무사(公平無私)는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다고 정의된다. 여기서, 대한민국 국민이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나 재판장에게 정의(正義)롭고, 공정(公正)하여,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사람이 되기를 기대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 대한민국 국민은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 판사나 재판장은 자의적 현실적 판단을 하기 보다는 정의롭고 공정하고 공평무사한 판단을 하며 인생을 즐겨야 한다.
마음이 곧고 착하여 법의 규제(規制 가 없어도 나쁜 짓을 하지 아니하고 사는 사람도 있다. 법을 잘 지켜야 할 법률 기관에서 법을 다루면서도 도리어 법을 모르고 어기는 경우도 있다. 사리를 따져 가며 법식대로 해결하는 것보다 완력이 먼저 힘을 쓰고 사는 사람도 있다. 찬찬히 사리(事理)를 따져서 해명하는 것보다 당장 폭력(暴力)의 화를 입는 것이 더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법대로 가는 것 같다가도 그릇된 방향으로 가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법은 있는데, 옳은 것과 그른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 갈피(葛皮)를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법을 다루는 사법(司法) 권력(權力)의 당사자들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를 위해 정의롭고 공정하며 공평무사하게 존재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위해 즐겁고 아름답게 존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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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권력은 너무도 자의적(恣意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