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는 유교를 지도이념으로 건국되던 만큼 국초부터 무속에 대한탄압과 배척정책을 실시했다.
뿌리 깊은 무속을 일거에 말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중앙관서마다 부근당(付根堂)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말해준다.
16세기 향촌사회에 기반을 둔 사림파 세력이 집권하면서 무속의 말살을 주장한다. 이들 사림파는 자신들이 기반을 둔 향촌사회를 성리학적 질서로 재편성하고자 했는데, 이때 특히 자신들의 이념과 배치되는 무속이 문제가 되었다. 이에 그들은 집권과 더불어 무속의 근절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귀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다. 조선시대 유학자의 귀신에 대한 논의는 남효온,김시습에 의해 시작되는데, 이들의 논의는 귀신을 陰陽二氣의 운동 내지 보이지 않는 천지의 조화 작용으로 보는 성리학적 귀신관에서 출발하여, 사후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 귀신의 존재를 부정했고, 나아가 귀신이 인간의 길흉화복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했다.
성리학적 귀신론을 통해 무속의 존립 근거를 없앤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물리적인 힘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무속을 부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중앙에서는 무속 말살정책을 건의하고 추진했다. 이들은 무격의 동서활인서 배속 중지를 건의하고 무세 징수의 중단을 요청했다. 관리로 부임하면, 관권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무속의 금지와 탄압을 추진했다.
중앙 관서의 관리로 부임해서는 해당 관청의 부근당을 없앴으며, 지방관으로 나가는 지방의 무속적 전통을 근절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사림파의 집권을 계기로 무속의 사회적 기능은 사라진다. 무속적동제가 무격이 배제된 유교식 동제로 변모한다.
무속의 개인적 기능은 사림파의 집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유지된다. 무속은 현세긍정의 종교로서 현재를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은 내세의 구원이나 고매한 이상의 실현이 아니라, 현세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의 해결이다.
이 현세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해결 하는 데에는 무속을 능가할 만한 종교가 없으며, 생존의 종교로 자신의 영역을 유지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성리학은 인간 최대의 관심사인 길흉화복의 조절이나 사후 세계에 대해서는 해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선왕실이 사사로이 복을 비는 별기은은 조선 말기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대표하는 것이 고종의 왕후인 명성왕후의 별기은이다. 명성왕후는 조선왕조 역대 왕비 중 가장 무속에 심취했다고 하는데, 중국의 명장 관우를 모신 무녀를 총애하여, 그에게 진령군(眞靈君)이란 작위를 내리는가 하면, 관우의 사당인 북묘(北廟)를 지어주기도 했다.
19세기 초 순조 때 약 5천 명 정도로 추산되던 무격의 총수가 1935년에는 12,380 명으로 증가한다. 역사적으로 많은 탄압을 받은 시기인 조선시대에도 민중과 왕실에 살아남아 오랜 세월 그 명맥이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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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무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