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갑자기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부산에 대거 내려온 이유가 궁금하실 것이다. 선거판에 큰 변화조짐이 있어 부산에서 큰 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 급해 모든 의원들과 최고위원들에게 23일 부터 3일간 영남지역에 집중하라고 부탁하고 부랴부랴 왔다.
박근혜대표 피습 이후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은 오르고 열린우리당은 주저앉았다. 민주노동당은 이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 사건 이전의 판세가 그대로 굳혀가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결국, 사실상 이번 지방선거는 끝났다. 동시에 열린우리당의 운명도 끝났다. 개혁이라는 자기 운명을 거부한 열린우리당은 이제 그 운을 다하고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정동영 의장이 어제 광주에서 했던 발언을 보면 차마 듣기 민망하다. 광주지역 언론사 편집국장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했던 발언을 요약해보면 “선거 끝나고 민주당과 잘해볼 테니 표 좀 주세요!”이다.
집권여당의 수장으로서의 체면은 둘째 치고 도대체 열린우리당이 왜 만들어졌는지를 다 잊어버린 모양이다. 민주당이 지역주의 정치 구태정치에 젖어 있는 낡은 정치세력이라면서 그 당을 깨고 나온 열린우리당이다. 그 당을 깨고 나오는데 앞장섰던 정동영 의장이다. 그런데 선거에 표를 구걸하면서 자신들이 깨고 나온 곳과 손잡고 간다고, 지역주의 정당이라더니 이젠 민주개혁세력이라고 지칭하면서 반한나라당’전선 중심에 서겠다고 한다.
말도 어이없는 말이지만, 꿈도 참 야무지다. 한나라당이 영남중심으로 꿈쩍 않고 있으니까 민주당과 손잡고 다시 호남에서 지역주의 정치 하겠다는 발상이다. 영남지역 포기하겠다는 뜻이고 사실상 열린우리당 해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부산에서는 부산정권이라고 하고, 광주에서 민주당과 잘 해보겠다고 말하는 이중적인 정치세력의 모습에 국민들은 이제 질릴 대로 질려버렸다. 국민들이, 광주에서든 부산에서든 이 열린우리당의 사탕발림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열린우리당은 이제 끝났다. 열린우리당 스스로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선거와 함께 열린우리당은 공중분해할 것이다. 대통령도 이미 마음을 접었고 열린우리당 내부는 이제 선거 이후 어떻게 살아남을지 삼삼오오 모여 쑥덕거리느라 선거도 뭐도 다 잊고 있다.
이렇게 망해버린 정당에게 표 주어봐야 아무 소용없다. 그야말로 사표다. 아까운 물 땅바닥에 쏟아버리는 일이 된다. 열린우리당에게 표를 몰아주어도 다음 대선에서 절대로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할 수 없다.
부패정치의 집약체인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고 민주진보진영의 핵심에 설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는 정당은 민주노동당이다. 열린우리당이 선거 이후 해산하고 지역주의 정당으로 되돌아가면 부산지역에서 한나라당 제대로 견제할 세력은 민주노동당 뿐이다. 우리가 제2당이고 부산경남의 유일야당인 것이다.
코리아리서치와 동아일보가 오늘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전국 정당지지도에서 △한나라당 41.5% △열린우리당 19.5% △민주노동당 13.6% 를 기록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총선에서의 정당지지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열린우리당은 지난 총선에서의 정당 지지의 반토막 밑으로 떨어졌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정당 지지도가 6% 차이가 나지 않고 있고, 같은 여론조사에서 부산지역은 열린우리당이 15.0%, 민주노동당 17.1%이다.
부산에서 무서울 정도의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이번 지방선거 이후 대선을 앞두고 15% 이상의 전국 지지율을 확보한 제3의 정치세력이 대권도전에 나서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진다. 늘 양강구도였던 한국 대선에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망해버린 정당, 해산할 정치세력을 대신해 반 한나라당 전선을 보란듯이 이끌어갈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모든 준비를 갖추었다. 부산시민들에게 이 점을 확고히 알리기 위해서 대거 왔다. 오늘 아침 부산민주공원에서 새롭게 마음도 다져봤다.
오후에 자갈치 시장을 돌면서 부산시민들의 마음을 민주노동당 장바구니에 가득 담아볼 생각이다. 부산민주공원과 자갈치 시장이 어디인가? 바로 부산 시민들의 자긍심 아닌가! 반독재 투쟁, 민주주의 사수의 대열에 늘 앞장섰던 부산시민들의 살아있는 정신 아닌가!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키고,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38.9%라는 엄청난 정당 지지로 밀어준 부산시민들의 믿음, 그 믿음, 그 지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팽개치고 배신해버린 열린우리당의 깨진 약속, 민주노동당이 다시 살리겠다. 깨진 쪽박처럼 허무하게 내버려진 개혁의 약속 민주노동당이 책임져 나가겠다.
부산시민들에게 이런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다.
지난 주 광주민중항쟁기간에 광주에 다녀왔다. 민주노동당 지지가 17.5%를 넘어섰다.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 정치사에서 영남과 호남, 전국 모든 곳에서 고른 지지를 확보한 정당이 제 3당으로 우뚝 서고 있는 것이다. 선거 이후 열린우리당이 해체의 길에 접어들면 민주노동당이 당당한 제 2정치세력으로 나설 것이다.
부산시민 여러분, 냉정해져야 한다.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의 무능과 좌고우면이 아무리 미워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부패세력, 수구세력일 뿐이다. 이 당을 지지하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우리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야무진 정당 하나 키워야 한다. 한나라당의 부패행진을 끝장내고 독점체제를 좌절시킬 정치세력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 한나라당의 압승보다 무서운 것은 열린우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 그 무능한 생명을 질기게 이어가는 것이다.
훌륭한 농부는 가을 풍년을 위해 완강하게 밭을 갈아엎는다. 미련없이 밭을 갈아 엎어야 한다. 그래야 새 농작물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다. 부산이라는 훌륭한 밭에 민주노동당이라는 좋은 씨앗, 김석준 이라는 훌륭한 작물을 뿌리고 키워보고 싶다. 이번 선거에서 다음 대선을 바라보는 민주진보세력의 대표주자 교체를 부산시민들이 만들어 달라. 허망한 사표를 기회주의 세력에게 낭비하지 말고 한국정치사에 대사건을 부산시민들께서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
천영세 공동선대위원장 부산 기자간담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