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지루한 줄다리기를 계속해 오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1년 9개월 만에 통과됐다.
이 법률의 시행으로 이제 우리나라 법조인력의 선발과 양성제도는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었으며 법학교육에 있어서도 로스쿨을 유치하는 대학은 법학부를 없애는 등 큰 변화가 예상된다. 아직 시행령 등 세부적인 규정이 정해지지 않아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전문변호사 시대의 도래로 우리 시민들도 양질의 저렴한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우리 사회 전체의 구조적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대 법대가 없어지고, 현존하는 우리사회의 유일한 특권층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변호사업계에도 이제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중앙집권화는 전국적인 통일성과 공평성이라는 이름 아래 획일성을 강요한 나머지 지역적인 조건에 따른 다양성을 경시하게 되었고 지역마다의 개성 있는 생활문화를 말살시켜 버렸다. 그러나 21세기는 탈 집중의 시대로서 지방의 활력이 국가의 활력을 가늠하는 시대가 되었다. 지방화시대를 맞이하면서 지방이 창조와 핵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분권화의 과제는 사법분야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최근에 불거져 나온 부산지역에의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문제는 이를 말해주고 있다.
지방분권은 지역공동체의 형성과 시민사회의 정착을 통해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확보하고, 지역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여 모든 지방이 창조와 혁신의 주체가 되는 효율적이고 참여하는 정부를 만들려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지방의 활력을 통한 국력향상을 도모하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 있어서 지역의 혁신을 위해서는 선진적인 지식과 정보의 공유, 주체성과 책임성의 확립 및 개성과 다양성의 발현이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은 지역 간 선의의 경쟁을 유발하여 창조적 경영에 임하게 한다. 지방분권 하에서 지방의 선택은 다른 자치단체에 없는 것을 찾아 나선다. 공평과 평등이 아니라 개성화와 차별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은 다양한 실험과 실천을 통한 창조와 혁신의 확대재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지역 간의 경쟁은 지역발전의 촉매가 될 수 있다.
이제 우리 부산지역에도 로스쿨이 설립될 것이다. 이 때 지방분권과의 관계에서 지역대학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며, 지역의 인구 및 향후의 발전을 고려한 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 이유로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현 참여정부의 시책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지역균현발전과 지방분권’을 정책의 기조로 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지역대학의 발전을 위해 우선적 처우(Affirmative Action; 적극적인 우대조치)를 하자는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이념의 구현을 위해서도 지역의 사법적 문제를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지역의 법률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1세기를 살면서 아직도 변호사 1명 가지지 못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우리나라에는 상당 수 존재한다.
지역적인 조건에 따른 다양성, 지역마다의 개성 있는 생활문화, 지방의 활력을 통한 국력향상, 개성화와 차별화, 창조와 혁신의 확대재생산, 21세기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분권화와 다극화 등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제반사항들을 법적으로 규범화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법적 수요에 대한 법률서비스가 요구될 것이다. 이에 대비한 법률전문가의 양성은 지방분권화가 가속화될수록 더욱더 절실해질 것이다. 지역에 필요한 법률가의 양성은 곧 지방분권의 주요과제라 하겠다.
기존의 법조인 양성제도로는 지방분권화에 따른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로스쿨 인가 시 지역대학에도 적정한 배분을 함으로써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국민이 수도권에 모여 살 수는 없다. 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조차 받을 수 없다면 이는 이미 정상적인 국가라 할 수 없다. 지역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고, 건전한 지역의 발전은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한미FTA의 채결로 사법서비스의 현장도 급변하는 흐름 속에 놓이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지역에 대한 차별적 발상과 정수에 대한 아전인수 격 해석으로는 이 물결을 헤쳐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의 양성이 결정된 이상, 지역민의 사법서비스의 문제까지 고려하여 향후의 정책들이 결정되어져야 한다.
지방분권화시대에 따른 법조인 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