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해양경찰서 경비통신과장 경정 박종철>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 북방파제 물량장에 정박중이던 지난 10일 오전 10시 20분께 채낚기 어선의 기관실에서 검은 연기가 솟은지 30여분의 시간이 지난 후, 반소된 어선은 더 이상 어선 본래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은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그을려 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육상의 화재와 달리 선박의 화재는 외부로부터의 소방활동 가능성이 매우 적어 자력으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화재가 커질 경우에는 선박을 포기해야 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므로 선내의 소화 방화에 대한 설비에 만전을 기하고 정기적으로 자체 방화훈련을 실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기온의 급격한 저하로 인해 선원들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위축된 행동이 야기되는 한편, 난방기 사용 증가로 인한 화재발생요인이 부쩍 증가하는 계절이다.
실제 지난 12월 3일 오후 4시경 군산 상왕등도 서방에서의 어선 화재와 다음날인 12월 4일 새벽 2시경 울산 방어진 근해상에서 조업중이던 채낚기 어선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전국적으로 겨울철 선박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우리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선박화재 통계를 보더라도 9건중 5건이 11월과 12월에 발생하였으며 특히, 지난해 11월 20일 주문진 동방 23마일 해상에서 발생한 어선의 화재로 인한 엄청난 재산과 인명피해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선박화재의 대부분은 소형 어선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대형 화물선과 유조선, 여객선 등에서의 화재를 상상하면 그 피해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선박화재사고의 주요원인은 크게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시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취사 및 난방기 사용 주의를 들 수 있다. 흔들리는 선박에서의 난로 등 전열기를 사용할 때는 고정장치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며 장시간 연속사용을 지양하여 과열을 방지하는 한편, 전기장판 등은 누수로 인한 합선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화약고와도 같은 선박내에서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하여야 한다. 기관실이나 가스시설 근처에서는 무분별한 흡연을 자제하고 선내에서의 용접행위 등은 절대 삼가야 할 것이다. 또한 선내순찰을 수시로 실시하여 화재발생요인을 사전에 발견, 차단하는 노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각종 장비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과 정비를 실시하여야 한다. 노후된 연료계통 배관에서는 연료유 누유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으므로 정기점검이 필요하고 전기배관과 가스시설에 대한 사전정비도 화재사고 예방을 위한 필수요건이라 할 수 있다.
항해중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는 당황하지 말고 우선 배를 정지시킨 후, 현장을 확인한 다음 선내에 비치된 소화장비를 이용하여 신속히 초동조치를 하여야 한다. 그리고 해양경찰 긴급번호 122에 신고하거나 통신기를 이용하여 인근 어선 등에 상황을 전파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선박화재의 특성을 고려하여 볼 때, 화재 후 조치보다는 예방이 최우선 과제임을 반드시 명심하고 세심한 관심과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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