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의미가 높아지고 있는 쌀 농업 직불제와 농작물 피해 보험제도 도입에 큰 족적을 남긴 장본인이 충북 청원군 출신으로 알려져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전 농림부 차관을 지내고 농촌발전에 기여한 서규용씨(59.한국농어민신문 대표)는 비록 현재는 공직은 떠났으나 아직도 농업에 많은 애정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서 전 농림부 차관은 충북 청원군에서 태어나 청주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려운 기술고시에 합격한 후 26세의 나이에 농산물 파주검사소장으로 공직생활을 시작 했다.
공직에 발을 들여 논 이후 신념과 청렴결백의 신조로 더불어 잘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한 평생 노력을 기울였고 지난 2002년 농림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서 전 차관은 특히 농림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남다른 열성과 노력으로 많은 일을 했다.
농림부에 있는 동안 일이 많기로 소문난 채소과장, 농산원예국장, 식량생산국장을 거쳐 차관보, 농촌진흥청장 등 농림부의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서 전 차관은 농민의 아들로 농정에 모든 힘을 쏟아왔다는 것이 그를 기억하는 동료나 주위사람들의 평가이다.
퇴직 후에도 열정은 식지 않아 앞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남은여생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이에 서 전 차관을 만나 그의 열정을 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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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규용 한국농어민신문 대표(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충북 한농연 명품전에 참석해 출품된 물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
▲어릴 적 추억에 대해 말씀해 달라.
제가 태어난 곳은 덕성초등학교 뒤 과수원집이다. 당시 친구들은 내가 과수원집 아들이라 맛있는 과일을 많이 먹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부러워하곤 했다. 생각과 다르게 저는 좋은 과일은 시장에 팔고 썩은 과일을 발라먹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많이 했다. 밤에는 오두막에서 호롱불을 켜 놓고 서리하는 사람 망을 보거나 밤하늘의 별을 벗 삼아 저의 꿈을 그려본 적이 많았다. 저는 과거 일 중에 소를 들녘에 몰고 다니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소가 칡넝쿨을 좋아해 그것이 있는 동산에 많이 오르곤 했다.
중학생 시절 소 풀 먹이기를 하면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는데 공부에 열중인 가운데 한번은 소를 잃어버린 일도 있었다. 당시 한번은 우리 소가 홀로 사는 이웃집의 콩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아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아버님께서는 저에게 혼내기 보다는 시험기간에 일을 시켜 미안하다면서 시험 잘 치렀느냐고 위로한 적이 있어 아버님의 깊은 사랑을 알 수 있었다.
▲미래의 꿈은 무엇이었나.
제가 태어난 곳은 충북 청원군 사주면 율량리 이다. 지금은 행정구역이 청주시로 편입된 지역이다. 덕성초등학교를 거쳐 청주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20리가 넘는 등?하교길을 교통수단이 없어 무심천변을 걸어 다녔다. 무심천변을 걸어 다니면서 나는 여러 종류의 책을 읽으며 꿈을 키웠고 사색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당시 "우리 농촌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우리 농민들이 더 잘 살 수는 없을까? 매일 꽁보리밥에 떨어진 옷을 입고 열심히 일을 해도 왜 못사는 것일까? 우리 농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농업정책은 없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게 무심천 길을 걸으면서 나에게는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농촌을 위해 큰일을 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그 때였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아들이 농사짓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등골이 휘어지도록 일만하고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농사를 바라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여기에 대학마저 농과대학 진학을 반대 했다. 그러나 나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촌을 위한 꿈을 펼치기 위해 고려대 농대에 진학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평생을 농업과 함께하고 있다.
▲공직생활은 어떻게 보냈으며 앞으로 계획은?
군대를 제대한 후 저는 농촌을 위한 열정을 불사르기 위해 농림부 공무원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 도서관에 파묻혀 기술고시 공부에 진력했다. 농촌을 위해 큰일을 하려면 반드시 거쳐야하는 관문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마침내 1972년 11월 제8회 기술고시에 합격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어느 곳에서든지 공평무사한 신념과 청렴결백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 업무에 매진해왔다. 일이 많기로 소문난 부서는 고루 거쳤다. 시간이 나는 대로 농촌 현장을 찾아 농민들과 대화하고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의견을 수렴했다. 때론 농민들과 함께 밤을 지내며 그들의 아픈 곳을 보듬어 줬다.
농림부에서 이런 열정으로 근무한 후 3년간 마사회 상임감사로 재직했다. 마사회도 농업과 관계가 깊은 곳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면서도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다양한 사업을 전개 했다. 우선 말 산업 육성을 통해 소득증대를 도모 했다. 종마육성은 물론 관련된 말 사육의 지원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온 것은 주위사람들이 잘 안다. 특히 우수한 종마의 육성을 위해 종모마를 수입해 우리 농가의 종빈마에게 무료로 교배를 시켰다. 이런 결과 농가의 우수한 경주마가 생산되고 이를 통해 많은 외화를 절약하고 농가소득의 증대 등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뒀다.
마사회를 그만둔 후 한농연 회장의 권유로 한국농어민신문사 사장직을 맡았다. 농민 권익 보호의 선봉에 있는 한국농어민신문의 활동상을 잘 알기에 흔쾌히 사장직을 수락해 지금까지 근무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일과 기뻤던 일은 무엇인가.
농림부 채소 과장 이던 1986년이 생각난다. 이때에는 고추가 대풍이 되어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이 대대적인 데모를 펼쳤다. 당시 의성군과 진안군 등의 데모대가 군청 앞에 고추를 적재하고 상당히 폭력적인 시위가 벌어졌었다. 전국적으로 1만 2500명의 데모대가 모여 과천 농림부 앞에서 매일 데모를 하였다. 이를 설득하기 위해 그들과 실랑이 하는 과정에서 제 와이셔츠가 찢어지고 흙이 범벅이 된 적이 있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 옷을 벗고 쉬려고 하니 집사람이 뒤로 돌아 훌쩍이며 울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게 떠오른다.
가장 보람이 있었을 때는 90년대 중반으로 기억된다. 1990년대 초반 흉년으로 96년도 정부의 쌀 재고가 148만석으로 15일 정도에도 못 미치는 물량이어서 어려움을 겪던 때다. 당시 청와대의 비서실은 재고량 부족으로 쌀을 수입해야 한다며 이를 요청해온 것이다. 그러나 저는 당시 강운태 농림부 장관과 함께 수입을 막고 현장을 다니며 생산을 독려하고 지원해 쌀의 대풍을 이뤄낸 바 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자세로 최선을 다한 결과 주위에서 많은 도움으로 슬기롭게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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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규용 한국농어민신문 대표(오른쪽)가 청원군청을 방문해 김재욱 군수를 만나 고향 발전에 대해 대화를 나눈뒤 악수를 하고 있다. |
▲공직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과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한 일은 어떤 것이 있는지.
농림부 차관보 시절 쌀 직불제를 도입했던 일과 농작물재해보험을 성사시킨 일이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정책이기에 추진하기에도 어려웠지만 성심을 가지고 임했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와 관련해서는 청원생명 쌀을 유명브랜드로 키운 것이 보람이다. 쌀 브랜드사업 초기 다른 지역과의 경쟁을 이기기 위해 지역에 많은 정보와 자료를 제공해왔다. 또 충북농정이 전국의 최우수 자리를 차지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도민과 함께 한 것이지만 충북도가 농정 최우수와 우수상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이 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역사회에서 하시는 활동은.
농림부에 재직하면서 어머님이 돌아가실 때 부의금으로 어머님의 함자를 따서 '정성분 기금'을 만들어 어려운 동료를 도왔으며 모교인 덕성초등학교 총동문회 장학회장을 맡고 있다. 지역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을 돕기 위해서다. 많은 장학생을 배출했고 그들이 미래 지역을 이끌 인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또 충북의 실버예술단 이사를 맡고 있으며, 청풍비전 21과 속리산경제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밖에 청주고와 고려대 출신의 모임인 고청회 명예회장으로 있으며, 청주중?고등학교 총동문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여러 가지 사회의 활동은 지역사회에서 무엇이라도 기여하고 이를 통해 살기 좋은 우리지역을 가꾸기 위해서이다. 몸이 허락하는 한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피하지 않고 열심히 할 것이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 당부하실 말씀은.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하나로 묶는 인적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지역 출신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다양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농림부를 거쳐 한국마사회와 한국농어민신문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왔다. 특히 지역의 발전은 정책이나 계획의 입안도 중요하지만 재원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인적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노하우도 가진 만큼 앞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다양한 교류와 활동을 펼치는 등 노력하겠다.
서규용 전 농림부 차관은
1948년생으로 충북 청원군 사주면 율량리가 고향이며, 청주중?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제8회 기술고시에 합격해 1972년 농산물파주검사소장을 시작으로 농림부 공직을 출발한 서 사장은 채소과장, 농산원예국장, 식량생산국장, 차관보, 농촌진흥청장 등 농림부의 주요 부서를 모두 거쳤다. '불도저' 또는 '독일병정'으로 소문난 서 사장은 일 앞에서는 공선사후의 신념과 청렴결백의 신조로 주변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아마 초단의 바둑실력을 자랑하는 서 사장은 운동취미가 수영이라고 한다. 주량은 소주 1병이지만 장관은 보좌하던 시절에는 술을 극복하는 능력이 뛰어나 기자사회에서 주당으로 소문나기도 했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농림부에서 구제역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습에 여념이 없던 시절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한 슬픔은 깊게 간직하고 있다. 존경하는 인물은 박정희 전 대통령. 애창곡은 '흙에 살리라', 혈액형은 B형으로 성격은 약간 급한 편이다. 부인 고용순여사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서규용 전 농수산부차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