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남긴 작품 가운데 햄릿이 있다. 4백년 이상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있는 이 작품에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대사가 있다. 눈앞의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뛰어넘지도 못하며 그렇다고 돌아가지도 못해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하는 인간상을 있는 그대로 압축 표현한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인 김기룡) 지난 21일 충남도 권희태 정무부지사가 기자실을 찾아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자리에서 그는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 고통의 영혼에 돌팔매질과 화살을 가슴속에 간직하는 것이 고상한 정신인가 아니면 고난의 바다에 대항해서 무기를 들고 반대하면서 대항하면서 극복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며 햄릿을 인용했다. ‘도의원 재량사업비’ 논란의 한복판에 서있는 자신의 심정을 밝힌 것이다.
권 부지사가 이렇게 속내를 털어 놓은 것은 언론과 의회에서 의원 재량사업비 대신 도지사 시책사업비를 나눠쓰자고 제안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거짓 속에서 사는 것보다 진실을 밝히고 죽음을 택한 햄릿을 보면서 그만큼 거짓 속에서 사는 것은 고통스럽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더욱이 화살이 안희정 지사로 향하는 것을 좌시 할 수 없는 입장에서 보면 그 심정 이해하고도 남는다.
지난해 도는 올 예산 편성 때 도의원 1인당 5억원씩 44명분 220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감사원에서 31개 자치단체에 대해 감사를 벌여 의원 재량사업비 예산을 편성하는 시군에 대한 기관경고가 내려졌다. 이에 충남도가 이번 추경에서 재량사업비 편성을 제외시켰다.
이 과정에서 권 부지사는 개별적으로 의장과 의원들에게 이같은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 그럼에도 의원들이 강력반발 하고 있다. ‘의원 길들이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추가경정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도와 의회 간 양보 없는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화에 따른 도민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재량사업비는 예산 항목에는 없는 용어다. 소규모현안사업비가 적절하다. 재량이라는 용어가 잘 못 쓰여 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명확한 예산 항목이 없다보니 그동안 의원들은 관행적으로 풀 예산에 편성, 쌈지 돈 쓰듯 했다.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예산은 명확한 항목을 지정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에 어긋난 것이다.
도의원에게는 의정활동을 하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민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재량사업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권 부지사가 의원들이 도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을 제시한다면 시책화해서 도지사가 쓸 수 있는 시책추진보전금에서 지원하겠다고 제안 한 것은 적절했다.
다만, 이러한 제안이 의원들에 있어서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뒤 늦게 언론해명을 한 것은 잘못이다. 이번 일과 관련 언론과 소통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평소 언론과는 싸워 이길 수 없다면서 언론에 우호적이던 권 부지사가 이번 일을 간과(看過)한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생각나게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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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햄릿의 고민에 빠진 충남도 정무부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