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붓순나무 꽃이 날씨 걱정을 덜어내고 꽃잎을 펼치는군요.
찬바람 세차게 불던 때 서둘러 피었던 꽃들은 꽃잎 끝에 거뭇거뭇 상처를 입었는데 이제 피어나는 꽃에서는 뽀얀 윤기가 자르르 흐릅니다.(사진=제주도청)
붓순나무 주변으로 좋은 향기가 은근 슬쩍 피어오릅니다.
그런데 붓순나무와 후피향나무의 잎이 어지럽게 떨어진 바닥에서 무엇인가 돋아나와 있네요.
아-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땅에서 ‘머위’ 잎이 돋아나왔네요.
순간 머위의 쌉싸래한 맛이 떠올라 갑자기 분비되는 침을 쓰읍하고 삼켜봅니다.
잎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동그란 꽃차례도 솟아나와 있습니다.
겹겹이 싸인 포가 펼쳐져 포 안에서 숨죽이고 있던 작은 꽃들이 저마다 활짝 피어나면 마치 부케처럼 아름답지요.
조만간 낙엽만 수북이 쌓였던 숲 바닥에 작은 꽃다발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방긋방긋 웃어대겠지요?
머위는 잎과 잎자루뿐만 아니라 꽃봉오리까지 나물로 먹거나 차 혹은 약술로 담가 먹기도 하며, 근경(根莖)을 봉두채(蜂斗菜)라 하여 약용합니다.
비단 머위만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온몸이 복스럽게 새하얀 털로 뒤덮인 봉오리들이 솟아나오는군요.
‘솜나물’입니다.
식물 전체에 거미줄 같은 하얀 털이 나 있다고 해서 솜나물이라고 불리지요.
솜이 귀했던 옛날에는 솜나물의 잎을 말렸다가 부싯깃 솜으로 썼다고 하여 ‘부싯깃나물’이라고도 불리었고, 잎으로 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해서 ‘떡취’라고도 불립니다.
조만간 앙증맞은 솜나물 꽃들도 피어나겠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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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바닥에서 봉긋봉긋 솟아나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