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이제 한국사회에서 노인들의 생존권 투쟁으로, 에너지 문제와 핵발전의 근본적인 구조를 폭로한, 혹은 님비의 화신으로 뚜렷하게 각인된 한 사건이다.
밀양 송전탑 싸움은 이제 햇수로 10년이다. 그리고 중단됐다가 재개되기를 반복한 공사는 지금 열 세 번째를 맞고 있다. 지난 10월 1일 공사 재개이후 밀양 주민들은 지금 100일을 넘는 시간 동안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전쟁이다. 사람이 죽었다. 그러나, 그 목숨의 값을 야멸차게 무시하고 입을 막고 있다.
오는 1월 23일은 故 유한숙 어르신의 49재가 되는 날입니다. 사람이 억울하게 죽고, 그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시신을 냉동고에 모셔 놓고 유족들이 거리를 떠도는 일은 용산 참사로 마지막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금 유한숙 어르신의 유족들은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시간을 한 달 넘게 지속하고 있다.
고인이 음독하신 뒤에 경찰관이 와서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는 말씀을 직접 녹음까지 해 갔는데, 아무런 불화가 없으며, 아무런 금전적인 문제도 없는 집안에서 ‘신변 비관, 돼지값 하락’ 등의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고인의 죽음을 왜곡하고. 고인의 명예도, 밀양 송전탑 문제가 74세 노인의 목숨까지 앗아간 안겨준 비참한 고통도 모두 감추어졌다. 지금 우리가 서울 이곳 국회로 올라온 것은 이제 정치인들이 나서 달라는 간곡한 호소를 전하기 위해서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밀양 주민들의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주민들의 90% 가까운 수치가 높은 수준의 우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열 명 중 한 명은 기회만 있다면 목숨을 끊을 것이라고 한다. 천지간에 사람의 목숨보다 것은 없다. 그 목숨이 지금 경각에 달려 있다.
이런 처지에서도 공사를 강행하는 정부와 한국전력, 그들이 이렇게 미친 질주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정권의 비호가 있기 때문이다.
밀양 주민들은 이렇게 호소합니다. ‘사람이 죽어간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반드시 사람이 죽게 되어 있다. 그러니, 공사를 중단하고 대화하자!’
그 이야기가 그렇게 어렵고 들어주기 힘든 이야기입니까?
간곡히 부탁합니다.
밀양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아버지를 냉동고에 모셔놓고 한달 넘게 거리를 헤매야 하는 유한숙 어르신 유가족들의 슬픔을 생각해 주십시오.
국회가 먼저 나서고,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나서 주십시오. 제발, 이 공사를 중단시켜 주십시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故 유한숙 어르신 유가족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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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주민 정신건강피해 증언과 국회 중재 요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