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점용(동해지방해양경찰청 특공대장 경감)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100달러를 눈앞에 두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감세 등 국내 유가 상승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더 늘리라거나, 승용차 요일제 운행, 심야영업시간 제한처럼 더 강제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두 시각은 모두 타당성이 있다.
여기에는 중요한 문제점이 빠져 있다. 이제 석유는 더 이상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재화가 아닐뿐 아니라, 충분히 확보해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석유의 공급 여력은 한정적이지만 세계 석유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01년에서 2006년 사이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1일 석유 생산량은 165만배럴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국의 1일 석유 소비량은 257만배럴 증가했다.
수요 증가로 유가는 계속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다. 그만큼 석유자원의 확보는 갈수록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석유는 한정된 자원이어서 언젠가는 고갈될 게 분명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사용에 대한 국제적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2005년 발효된 교토의 정서에 따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질국들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온실가스 의무 감축에 들어간다. 세계10위의 온실가스 배출 대국이면서도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아직 감축 의무가 없는 우리나라에도 의무적으로 감축하라는 압력이 거세질게 분명하다.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인 CO2의 83%이상이 에너지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만큼 앞으로는 석유를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고유가를 일시적 가격 인하나 에너지 소비 억제로만 대처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에너지 효율을 근복적으로 높이고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을 통해 우리 사회가 이제 고유가와 친해지는 게 더 효과적이다.
지난 30년동안의 에너지 절약 정책으로 우리나라도 고유가에 대한 저항력이 제법 강해졌다. 2002년 이후 국가 에너지 효율은 5.2%가량 높아졌다. 특히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산업부문은 연평균 4%씩 개선되고 있다. 차량 대형화 및 자동변속기차량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판매 승용차의 평균 연비는 최근 3년간 8.4%향상됐다. 또 가전제품에 대한 효율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고효율제품의 시장점유율이 2002년 37%에서 지난해에 70%로 크게 높아졌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에너지 문화다. 한겨울에도 난방온도를 높인 채 속옷 차림으로 지내는 에너지 소비문화가 존재하는 한 아무리 훌륭한 에너지 절약 인프라가 있다 하더라도 국제유가 100달러시대, 나아가 기후변화협약 시대에 대응할 수가 없다.
합리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소비는 우리 사회가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하고 후손들이 살아갈 지구를 온전하게 지켜내는 원동력이다. 내복은 입고, 적절한 난방온도를 지키고 대중교통 이용과 같은 생활 속의 사소한 듯한 에너지 절약이 운전대에 앉으면 안전벨트를 매는 것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돼야 한다.
국제유가100달러 시대는 이제 에너지 이용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경고의 목소리에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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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를 살아가는 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