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전해오는 말이 있다. 정법(正法=1천년), 상법(像法=1천년), 말법(말법=1천년)이라는 3천년 설이 전해오는 데, 참구(參究)해 볼 비의(秘意)가 담겨있다.
이법철(이법철의 논단 대표) 정법시대에 불교 수행자들은 오직 부처님의 깨달은 법의 말씀을 믿어 의심치 않는 진리 밀씀의 시대였다. 상법의 시대는 부처님의 상(像)에 의지하여 경배하며 신앙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말법의 시대에는 부처님의 말씀인 대장경도 배우지 않고, 부처님의 상(像)도 진심으로 존중하여 경배하지 않고 오직 불상에 공물을 놓고 경배를 하며 진리 보다는 피화구복(避禍求福)하고 일학천금(一攫千金)만 소원하는 기복불교(祈福佛敎)로 빠진다고 한다.
말법시대에는 부처를 닮는 난행(難行), 고행(苦行)을 실천하며 진리를 깨닫는 참된 수행자는 희소한 가운데, 오직 고해 중생에게 피화구복을 역설하여 재물을 모우고 처자가 있는 승려들의 전성기를 이룬다고 전한다. 바꿔말해 말법의 시대에는 청정 비구승이어야 할 승려가 처자 부양을 위한 책임으로 재물에 대한 탐욕스러운 소유욕에 의해 정법의 진리 공부와 진짜 마음공부하는 수행자는 희소해진다.
불교에서는 앞서 언급한 정법시대, 상법시대, 말법시대가 지나면 새로운 불교 진리의 말씀을 가지고 불교를 중흥할 새로운 부처님 즉 미륵불(彌勒佛)이 출현한다고 전한다.
과연 미륵불은 어느 때나 인간의 몸으로 화현하여 나타나 말법시대의 불교를 정법시대로 되돌려 놓을 것인가? 나는 오늘 말법시대의 어느 승려의 이야기를 화제로 삼아 대오각성을 촉구하고자 한다.
어느 산골에 큰 고찰이 있었다. 고찰의 이름은 J사로 하자.
고찰의 최고 높은 조실(祖室) 승려는 가명으로 만허(萬虛)라고 호칭한다. 만허 조실이 부처님의 법을 전하는 J고찰에는 불전에 공양물(시주)을 바치는 남녀 신도들이 희소하였다. 고찰에 사는 승려들은 너무도 가난하여 대부분 풍요로운 사찰로 떠나갔고 고찰은 텅 비어 적막만 흐르고 있었다. 왜 빈찰이 되었을까? 만허조실의 법문은 한결같이 “각기 마음공부를 잘하여 성불하자”였다. 그것을 신도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대부분 신도들은 피화구복으로 단시일안에 신불(神佛)의 가호는 물론이요, 영가의 귀신들이라도 도와주어 일확천금(一攫千金)하기를 오직 소원할 뿐이기 때문이다. 성불은 스님들이나 하고, 중생은 무병장수와 재수대통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J고찰에서 4km 주봉(主峰)의 산쪽에는 오래된 암자 고암(古庵)이 있었다. 고암은 언제부터인가, 시주자의 발길이 끊기고 따라서 암자에 사는 승려들도 떠나 텅 비어 폐사의 길로 접어들어 있었다. 암자의 뒤에는 집채보다 큰 바위가 신비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오래전에 인적이 끊긴 고암에는 승려들은 떠나 없었지만, 고암의 마루밑에는 제법 큰 능구렁이 한 마리가 마치 혼자 암자를 지키는 수호신처럼 은거하여 마치 선승이 좌선하여 선정을 닦듯 꽈리를 틀고 있다.
어느 날, J고찰에 60대 중반의 승려가 나타나 주지에게 은근히 두둑한 돈봉투를 건네고 고암의 암주(庵主)가 되었다. 그는 자칭 법호 왈 기봉대사(奇峰大師)였다. 그의 옆에는 눈에 신기가 충만한 40대 후반의 최(崔)보살이 시자처럼 서 있었다. 기봉대사는 최보살에게 탄식하듯 이렇게 말했다.
“ 이곳 암자가 텅빈 이유는 승려들이 신도들에게 ”마음 닦아 성불하자“는 말만 하였기에 신도들의 발길은 끊어 진거요. 중생은 마음속에 무병장수를 원하고, 재물을 얻고, 부귀영화를 바라고, 죽어서는 직행으로 극락세계에 태어나기를 간절히 원하는 데, ”현세의 욕망을 모두 버리고 떠나자“는 법문만 하면 신도들은 떠나바리지. 우리 여기서 고달픈 중생을 위해서 일장(一場) 연극이나 해보세. 저 큰 바위가 돈을 몽땅 주겠는데.”보름 후, 고암에는 남녀 신도들이 떼로 몰려와 돈과 쌀과 과일과 떡, 등을 내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기봉대사는 신도들에게 “자신은 미륵불의 화신”이라고 주장했다. 부처님에게는 진리의 깨달음을 얻기 보다는 무량대복(無量大福)을 받는 피화구복의 기도가 옳다고 주장했다. 고암의 뒤에 있는 큰 바위에 기도하면 중생의 한 가지 소원은 성취시켜주는 천지의 기운이 서려 있다고 주장하였다. 졸지에 큰 바위는 중생의 소원 가운데 한가지 소원을 고속으로 이루어 주는 석불(石佛)님이 되었다. 모든 종교에서 “말씀의 권능”은 고암에도 큰 효과가 있다.
기봉대사는 신도들 각자에게 사주, 관상 등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를 해주고, 피화구복하는 기도를 해주겠다고 역설하였다. 또, 죽은 부모와 조부모는 물론 영가천도를 하면 무량대복을 받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하며, 귀신을 보지 못하는 승려에게 영가천도를 하면 천도는 되지 않고 오히려 영가로부터 재앙을 얻게 되고, 오직 자신만이 지옥에 빠져 고통받는 영가를 보고 구원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명부(冥府)의 지장보살과 염라국 십대왕은 수시로 만나는 절친이라고 주장했다.
피화구복에 미친듯한 신도들이 “천도비와 기도비를 얼마나 내면 되나요? ” 기봉대사에게 질문하면 기봉대사는 신도에게 크게 꾸짖었다. “나는 일생을 청정한 비구승이요, 무소유사상으로 살아왔소. 돈에 대한 이야기는 나는 모르오. 건너 방의 기도성취한 최(崔) 보살에게 물어보시오.” 기봉대사는 돈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사양의 손사례를 쳤다.
외로운 고암은 피화구복을 하겠다는 남녀들은 목용제계하고 큰 바위 밑에 다투워 돈을 놓으며 “한가지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기봉대사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최보살은 소원성취의 기도금을 받아 챙기고, 기봉대사는 피화구복과 소원성취를 위해 목탁이 아닌 북과 태징을 마구 쳐대며 소리쳐 “소원성취 사바하”를 외치고 외쳤다. 남녀들이 정신없이 피화구복에 소리를 처댈 때, 밤이면 마루 밑에 꽈리를 튼 능구렁이는 도량을 순시하듯 하면서 분노의 눈빛을 보였다.
중생의 입소문이 무섭게 퍼져 나갔다. J고찰의 몇 안되는 남녀 신도들도 일확천금(一攫千金)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돈을 싸들고 고암으로 달려갔다. J고찰은 쌀이 없어 굶어 죽을 판이 됐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해 봄날, 만허조실은 귀에 들어오는 여러 정보를 분석한 후 혼자 고암에 올라갔다. 그날도 기봉대사는 목탁이 아닌 북과 태징을 마구치며 고암이 떠나갈듯이 큰소리로 “소원성취, 사바하”를 외치고 있었다. 남녀 신도들도 “소원성취, 사바하”를 합창하고 있다.
만허조실은 기봉대사에게 엄숙히 이렇게 말했다. “산즉산(山卽山)이요, 수즉수(水卽水)인데 이 무슨 망발이요? 그대는 진짜 부처님의 제자가 아니오. 당장 암자를 비우시오. 알겠소?”
그날 밤 기봉대사는 최보살과 떠날 짐을 꾸리면서 “당장 떠날 것을 통고하고 떠난 만허조실을 향해 욕설을 퍼주었다. ”말세 중생을 제도하려면 팔만세행(八萬細行)의 방편법이 필요한 것인데, 허구헌날 “마음깨쳐 성불하자”니 중생이 절에 오지를 않지. 중생은 어느 종교를 믿던 이해득실을 따지는 게야. 피화구복이 없고 무병장수, 재수대통의 “울며 통회하여 복받는 기도가 아니면 아까운 돈을 왜 헌금하나?” 고암의 마루밑에서 기봉대사의 말을 능구렁이는 듣더니 혀를 냘름 거렸다. 기봉대사가 고암을 떠나는 이른 아침 능구렁이는 기봉대사의 발목을 능구렁이는 힘껏 물었다.
다음날 능구렁이에게 물려 절둑거리고 걷는 기봉대사의 등뒤에 그동안 고암에서 수입본 돈다발을 보자기에 싸서 머리에 이고 따르면서 최보살은 만허조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기봉대사는 최보살에게 이렇게 위로하였다 한다. “마누라, 너무 역정내지 마시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듯이, 일확천금의 화두를 삼아 기도하는 중생은 많으니 다른 곳에서 기도사업을 다시 합시다. 중생의 탐욕에 불을 이용하면 돈버는 사업이니까.”
위의 이아기는 일제 말에 조선의 양심적 고승이라는 전남의 본사요, 고찰인 J사의 고승인 만허조실과 고암에서 구름같이 남녀신도들을 모와 재수대통과 무병장수, 일확천금의 기도로 큰 돈을 번 기봉대사와 선문답같은 대화를 나눈 이야기이다. 그들은 제행무상으로 모두 죽었다.
진리 보다는 일확천금의 기도에 목을 메는 것같은 어리석은 일은 어찌 일제 때 뿐인가? 작금에도 한국의 어느 재벌부인은 일학천금하기 위해 돈 때문에 조계종을 떠난 모 노승에게 재수대통을 위해 특별기도비조로 330억을 바쳤다고 항설은 전한다. 생활고로 죽어가는 중생을 찾아 자비를 실천해야 하거늘 이 무슨 짓인가?
우치(愚癡)가 극에 달했지 않는가. 집안이 고속으로 망하는 비법은 남편은 허구헌날 도박장에서 일확천금의 꿈속에 도박을 하고, 부인은 남편의 재수대통을 위해 허구헌날 소 잡고, 돼지 잡아 굿판을 벌이면 그 집안은 고속으로 망한다. 또 어미는 아들의 재수대통을 위해 거액의 돈을 뿌리듯 하고, 아들은 대도박같은 일확천금을 위해 정경유착을 하면 역시 고속으로 망조가 드는 것이다. 나는 세간에 교훈으로 애써 경종(警鐘)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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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천금의 기도를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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