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을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 것같은 행동을 하다가 중도에 변하여 중교를 떠나는 사람을 두고 한국불가는 은어로 “말뚝신심”이라 논평한다.
이법철(이법철의 논단 대표) 한국의 종교계에는 각기 지극한 신앙자(信仰者)들이 있다. 부처님을 독실히 신앙하는 남녀들, 하나님과 예수님을 독실히 신앙하는 남녀와 천주님을 독실히 신앙하는 등 남녀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백년도 안되는 인생에 신앙이 자주 바뀌는 남녀들을 부지기수로 목도하였다. 영원히 변치 않을 것같이 신앙심을 불같이 표현하여 육신의 일부를 훼손하는 남녀도 있다.
1967년의 해인사는 또다른 호칭이 海印총림(海印叢林)이다. 총림은 중국불교의 총림을 모방한 것이요, 불가의 종합수도원이라는 뜻이 있다.
해인총림에는 여러 부문의 책임 승려들이 있다. 불교의 계율을 전문 연구하고 전수해주는 율원(律院)이 있고, 책임자는 율주(律主)로 호칭했다. 선원(禪院)의 책임자는 선원장(禪院長), 불경을 배우는 강원(講院)의 책임자는 강원장(講院長)으로 호칭 되었고, 해인총림의 가장 큰 어른의 직책 이름은 방장(方丈)이었다. 당시는 해인사 방장은 이성철(李性徹)대종사였다.
당시 해인사 율주는 일타(日陀)스님이었다. 그는 20대 때, 불같은 말뚝 신심에 의해 자신의 손가락 네 개를 부처님 앞에 사홍서원(四弘誓願)을 맹세하면서 손가락을 붕대에 감아 휘발유를 적신 후 스스로 불태웠다. 독자 여러분은 일타스님의 고통을 상상해보시라.
나는 생각하건대 부처님은 손가락을 태우는 자신의 제자의 행위를 내려보면서 무척 안타깝게 생각했을 것같다. 부처님이 6년 고행후 깨달은 진리에는 자신의 손가락을 태워야 성불한다는 가르침은 없다. 세월이 흐른 후 일타스님은 내게 이렇게 실토하였다. “ 순간의 말뚝신심의 충동으로 부모님이 주신 멀쩡한 손가락을 태워 버려 후회한다네. 불교는 마음공부인데 부처님 앞에 손가락을 태우면서 기고만장(氣高萬丈) 하듯 하였으니…. 진실로 후회하네.”
어느 젊은 선사는 젊은 여성의 옷입은 모습을 두 눈으로 본 후 꿈속에 눈으로 보았던 여성이 알몸으로 나타나 은근히 품에 안겼다고 한다. 그는 황홀경에 깨어나서 자신의 수행력이 부족함을 자책, 자탄하였다. 그는 여성의 몸을 본 두 눈에 문제가 있다고 자책하면서 부처님 앞에서 사홍서원(四弘誓願)을 외치며 스스로 눈알 하나를 뽑아 버렸다. 졸지에 스스로 외눈이 됐다.
그러나 눈알 하나를 뽑는 말뚝신심을 보였어도 예쁜 여자의 알몸은 여전히 꿈속에 나타났다. 그는 깨달았다. 꿈속에 여성이 나타나는 원인은 뽑은 눈알의 죄가 아니라 마음에 원인이 있다고 깨달은 것이다. 그는 이미 뽑아 버린 눈알을 아쉬워하고, 후회했지만 원상복구는 불가능하다. 훗날 그는 사부대중에게 근엄히 법문을 하면서 자신이 스스로 눈알을 뽑은 것을 이야기 하며 “눈알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이니 사부대중은 자신의 눈알을 뽑은 것을 흉내내지 말고 오직 마음공부를 잘해서 성불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법문을 해마쳤다. 사부대중은 간증같은 법문에 우레같이 박수를 보내 경의를 표하였다.
사부대중은 외눈의 선사의 사연에 감격하여 별호를 지어 주었다. 일목선사(一目禪師)라는 호칭이었다. 그는 간증같은 법문으로 유명세를 얻다가 50대 후반에 돌연 40대 후반의 못생긴 공양주 보살과 인연을 맺어 함께 마포 나루 근처의 속가집에 여생을 마쳤다는 풍문(風聞)이다. 꿈속에 나타나는 여성의 알몸으로 번뇌하다가 눈알까지 뽑았던 그는 마침내 꿈속이 아닌 현실에서 여성의 알몸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일목선사의 이야기는 한국 불가에 전해오는 말뚝신심의 경계해야 할 사례가 됐다.
기이한 말뚝신심의 사례중의 백미(白眉)의 실화는 있다.
경남 고성의 모 고찰에서 기도하던 20대의 비구승이 기도중에 나타난 보살(菩薩)의 환상이 이르기를, “너의 신심을 증거하거라.” 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여성을 그리워하는 고뇌의 본산인 남근을 잘라 신심을 보인다는 발상에서 부엌에서 김치를 썰던 식도로 스스로 자신의 남근을 잘라버렸다. 비구승이 기도중에 스스로 남근을 자른 소식은 입소문을 통해 전국에 퍼졌다.
일부 속인 남자들은 부인이 분단장하여 사찰에 가는 것을 못마땅해 하던 중 그 소문을 듣고 감격하여 부인에게 외치기를 “남근 자른 그 비구승이 진짜 청정 비구승이다. 그 분을 찾아 기도하면 부처님의 응답이 있을 것이다.” 가난한 비구승의 고찰은 졸지에 여성 기도객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룬것은 물론 불전헌금(佛前獻金)으로 사찰을 대궐처럼 중창했다는 소문이다.
남근을 잘라버린 말뚝신심의 청정 비구승은 소변을 볼 때는 여성처럼 쪼구리고 보면서 남몰래 울며 후회하더니 어느 날 꽃잎이 지듯이 입적(入寂)하였다고 전한다. 남은 사부대중은 그 비구승을 불교의 계율을 실천궁행(實踐躬行)한 대선사요, 대종사로 추앙하고 있다는 풍문이다. 그의 진영(眞影)을 모신 조사전(祖師殿)을 준비한다고 한다.
나는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의 승려로써 50여년을 살아오면서 말뚝같은 신심으로 수행자 노릇을 하면서 손가락에 연비하고, 식도로 손가락을 네 개 내리쳐 자르는 신심을 보이는 승려를 7∼8명을 보았다. 그들은 대부분 훗날 크게 후회하였다. 대부분 언제 “부처님께 청정 비구승으로 살겠다.”고 맹세하였나? 인연있는 여성을 만나 불문을 떠나 여성에게 함들게 돈 벌어 바치고 잔소리를 들으면서 음양도(陰陽道)에 살다 죽었다.
어찌 승려에게만 말뚝신심인인가? 일부 남녀 불교인도 행운과 재수대통을 바라면서 부처님께 기도 하다가 쉽게 소원성취가 되지 않으면 기독교와 천주교 등에 개종하여 소원의 기도를 하다가 또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예 종교를 버리는 말뚝신심을 보여주었다. 마음의 안정과 의지처로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닌 오직 무병장수, 재수대통을 바라면서 종교를 신앙하는 남녀들은 변덕이 죽 끓듯 했다.
말뚝신심은 내가 아는 천주교 신부에게도 있다.
70년 초 어느 해 봄에 나는 극도의 영양실조와 독감으로 병들어 전남의 어느 본사에서 대책없이 햇볕이 좋은 절마루 기둥에 등을 대고 신음하고 있었다. 환상같이 신부 한 명이 두 명의 수녀들과 함께 앞에 나타났다. 신부는 모든 인간은 천주님의 품안에 있는 “형제자매”라고 설득하였다. 나는 형제자매님들에게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그들을 따라갔다. 신부는 내게 해방신학의 책을 권하여 일독을 권하고 “스님은 해방불학(解放佛學)을 실천해야 한다”고 설득하였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심 그들이 내주는 여러 고기 반찬이 있는 밥상을 탐했을 뿐이었다. 4일 후 나는 거짓말처럼 독감이 완쾌 되었다.
나는 수녀 두 분의 친절과 맛있는 밥상을 대하면서 일찍이 신부가 되지 못한 것을 후회하였고 부러워 하였다.
나의 행복은 5일만에 깨졌다. 읍내의 불교신도들 10여 명이 성당 앞에서 성당에 사는 나를 규탄하며 당장 성당안에서 나올것을 맹촉하는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나는 별 뾰족한 수 없이 성당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사찰에 돌아가 멸치 한 마리 없는 소금에 절인 김치만 대하려니 성당의 형제자매가 무척 그리웠다. 나는 다시 걸망을 매고 방랑의 길을 떠났다. 십여년이 훌쩍 흐른 후 다시 성당을 찾으니 예전의 형제 자매는 없었다. 나에게 해방신학을 열변하던 신부는 결혼하여 환속하고, 수녀 두 분의 행방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그날의 형제자매에 감사하며 행운을 기원한다.
나는 거듭 강조한다. 오래가지 않고 중도에 변질되는 신심이 한국불가의 은어로 말뚝신심이라 부른다. 따라서 말뚝신심으로 멀쩡한 눈알을 파고, 남근을 자르고, 손가락을 불에 태우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 하였듯이, 순간의 충동같은 말뚝신심에 부모가 준 건강한 육신을 자해하는 것은 부모에게도 불효이고, 부처님에게도 대역의 자해행위일 뿐이다. 말뚝신심으로 멀쩡한 신체를 훼손하고 그것을 무슨 난행고행(難行苦行)을 한 고승으로 자존(自尊)하는 것은 자신도 속이고 중생을 속이는 어리섞은 짓이라고 나는 강조한다. 나는 거듭 말뚝신심으로 종교를 택했다가 이해관계로 쉽세 종교를 떠나는 사람들에 깊은 이쉬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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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말뚝 신심이 아닌 영원한 신심이 있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