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는 22일 오후 6시30분-8시 국민대서 (언론도 대선 후보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강연을 개최했다.
언론도 대선 후보 검증에 나서야 한다 전문.
2007 국민 선택과 언론의 역할
2007년 대통령 선거가 이제 7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느 때, 어느 나라에서건 대통령선거가 중요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만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와 우리 민족의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차대한 선거로 그 의미가 지대한 것 같습니다.
87년 민주화이후, 한국사회는 5년 주기의 대선을 통해 질적 변화를 이루어 왔습니다. 소위 시대정신으로 표현되는 국민의 요구는 대선국면에서 각 당과 후보자의 비전과 정책으로 집대성되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선은 그동안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책대결’이나 ‘공정한 후보검증’을 통해서 최적의 대통령을 골라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입니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는 그야말로 막중한 자리’입니다. 때문에 선진 각국에서는 그 나라의 최고책임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하고 치열한 ‘검증’의 잣대를 들고 후보의 정책과 도덕성, 인물 됨됨이뿐만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 알고자하는,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을 확인해왔습니다.
미국 대선에서 유력주자이던 게리하트 상원의원이 중도하차한 것도, 부시대통령이 마약복용 혐의로 곤욕을 치른 것도, 현재의 유력 주자인 배럭 오바마 의원의 대학재학시절 주차위반 과태료 미납사실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 등 그동안의 우리나라 대선 문화와 관행에 비추어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까지도 그야말로 철저하게 검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습니까? 다시 한 번 돌이켜 봅시다.
과연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처럼 공정하고, 치열한, 그리고 엄중한 ‘검증’의 관문이 있었다면 오늘날 노무현대통령이 존재할 수 있었겠습니까?
4년 전의 대선은 ‘검증’이 아니라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이 대선 전 과정을 지배했을 뿐입니다. 2002년 대선을 직접 치루었던 당사자의 한사람으로서 볼 때, 지난 대선은 기양건설, 세풍, 총풍, 병풍 등등 온갖 ‘유언비어’와 ‘정치공작’으로 당시 유력주자였던 한나라당의 이회창후보를 악의적으로 음해하고, 그 정치공세의 당사자였던 노무현 후보는 ‘전국 순회 국민경선’이니 선거 막판의 ‘후보 단일화프로그램’이니 하는 전대미문의 대 국민사기극으로 선거판을 정상적인 ‘검증과 선택’이 아닌 ‘이미지와 이벤트’의 부수물로 만들어버린 참으로 희한한 선거였습니다.
그 뿐입니까? 결과적으로 온통 거짓과 악성 유언비어로 확인되었습니다만 그 중차대한 선거국면에서 대한민국 언론은 이회창후보에게만 집중된 온갖 ‘루머’를 여과없이 보도하였고, 단순히 보도만 한 정도가 아니라 이를 확대재생산 시킨 반면, 노무현 후보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검증’ 자체가 없이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가 막히고, 문명 민주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우리 모두의 눈앞에서 버젓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과거사는 뒤로하고 앞을 바라봅시다.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올해의 대선은 예년과는 달리 여,야의 대선후보 선출이 크게 늦추어 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국민들의 대선후보 알기가 충실히 이루어지기 힘든 상태로, 자칫 대선후보 선택이 이미지 중심의 ‘분위기 선거’로 전락해 버릴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라는 뜻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주권자로서 국가 최고 통치권자가 되고자하는 인물들에 대해 충분히 살펴야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것은 결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각 정파의 정치공학적 이해관계 때문에 ‘국민’을 중심으로한 고려없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이래서는 안됩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정치권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최소한 다음 대선부터는 교섭단체 이상의 정당은 대선 투표일 180일전 까지는 당의 대선 후보자를 선출하여 국민들의 후보자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이루어내어야 할 것입니다. 선거전략 차원에서 후보자를 감추려는 눈속임의 불공정 행위는 제도적으로 방지시켜야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민주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18대 국회에서의 입법을 강력히 제안합니다.
그나마 대선후보 선출일정이 가장 빠른 한나라당의 경우에는 이제 내부의 불란을 해소하고 본격적인 대선 후보자 경선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아마 이제부터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것입니다. 후보자들은 저마다 읽은 국민의 마음을 정책과 비젼으로 담아내 국민 앞에 이를 선보이고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대한민국호’의 선장으로서 그 책무를 다할 만한 인물인지에 대해 도덕성과 심지어 건강까지도 검증을 받게 될 것입니다.
굳이 학술적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현대사회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은 인품, 명확한 정책목표, 설득력, 국민 의회 언론과의 관계, 정책추진능력, 참모 주변인을 고무시킬 수 있는 능력 등 참으로 여러 가지 분야에 걸쳐서 검증이 되어야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모든 것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을 받아야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관 한명 임명하는데도 후보자의 온갖 문제에 대해 인사청문을 하는데, 하물며 대통령이 될 사람에 대해서야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대통령 선출과 관련해 몇 차례의 토론회를 제외하고는 제도적으로 ‘후보검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미국이나 여러 선진국들처럼 각 정당이 자체 경쟁과정에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장치도 확립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각 정당이 정략적으로 후보 선출시기를 늦춘다면 국민들은 그야말로 불량제품을 걸러낼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신성한 한 표를 던질 것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참으로 걱정스럽고, 유감스러운 현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 다시 4년 전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이 국가적으로 위중한 시기에 대한민국을 선도하고 이끌어갈 지도자를 ‘제대로’ 뽑을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이자, 과제입니다.
다양한 국민의 요구와 이를 제도화하는 정치권력과의 사이에는 ‘언론’이라는 매개 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2007년 국민의 올바른 선택 여부는 국민과 권력의 매개체로서 언론이 얼마만큼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느냐에 달려있다고 판단됩니다.
부실한 검증은 결국 국가적 불행과 국민의 고통, 그리고 국가적 위기로 돌아온다는 소중한 경험을 우리가 또 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나라당이 정당사상 처음으로 후보검증을 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아직 그 경험이나 시스템적, 그리고 본질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정당차원의 대선후보 검증을 국가적 차원’에서 보완하고 채워 넣어야 할 책임이 ‘언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 언론인 출신으로서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의 존재의미’가 바로 이런데 있지 않나 확신합니다. 그러나 지난 2002 대선에서 한국의 일부 언론은 형평성을 잃고 집권세력의 공작에 의해 추진된 ‘이회창후보죽이기’에 편승했던 유감스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법원의 판결로 명백한 허위사실로 판명되었음에도 어떤 언론사도 그 책임을 진 바 없습니다. 그 결과는 무엇입니까?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판단을 오도한 후과를 우리국민들이 지금까지 혹독히 치르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의 잘못이 온 나라를 멍들게 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언론사가 있으며, 또한 그에 종사하는 사람이 얼마입니까? 언론이 중심을 잃으면 그 사회는 정의를 상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회적 균형자로서의 책무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정말 우리 언론이 분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언론은 비록 개별정당의 대선 후보자 선출과정의 검증단계일지라도 그 사안의 중차대함을 직시하고 국민이 언론에 부여한 최고의 과제인 ‘대선후보자 검증’에 더욱 적극적으로, 그리고 철저하게 나서야 할 것입니다.
지금 세간에는 여러 대선 후보자들과 관련하여 온갖 추측과 소문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에 대해 진실을 알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언론의 의지는 아직 잘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YS정권 당시 ‘윗물 맑기 운동’차원에서 추진되었던 공직자 재산공개과정에서 언론사들의 각별한 관심과 검증노력으로 우리 사회의 공직풍토가 획기적으로 쇄신된 바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DJ정부와 현 노무현 정부에서도 주요 공직자 임명과정에서 정치권이 해 낼 수 없었던 혹독한 언론의 검증이 부적절한 인사를 막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부 주요직에 대해 겨누었던 언론의 검증의 칼날을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향해야 할 때입니다. 언론은 국민의 올바른 선택이 자신들의 펜 끝에 달려 있다는 확고한 사명의식으로 스스로를 곧추세워야 합니다.
자칫, 언론이 후보검증을 부실한 ‘통과의례’ 정도로 치부하고, 본연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언론이 대선과정에서 ‘아무 일도 안한’ 소극적 부작위 정도의 책임만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봉쇄하고, 부적격한 후보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부여한 매우 엄중한 책임이 뒤따르는 문제가 되고 말 것입니다.
아직 다른 정파의 후보선출 일정은 구체화되기 전이니만큼, 본격적인 후보 검증 국면에 들어선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몇 마디 당부하고자합니다.
한나라당의 경선 후보자 검증은 비록 당의 주관 하에 이루어지지만 그 성격은 결코 한나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직시해야합니다. 대한민국의 원내 1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일이고, 또 가장 유력한 주자를 보유한 정당의 일인 만큼 결국 그것은 대한민국의 일이고, 우리 국민 모두의 일입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검증은 반드시 당내 검증이 아닌 국민검증의 형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비록 50%의 국민선거인단이 포함된 선거인단이 대선후보를 선출하지만 명실상부한 국민후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검증과정에 온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국민검증이 꼭 필요합니다.
국회인사청문회 방식의 도입과, 온라인 생중계는 물론 실시간으로 시민패널들 및 일반국민들의 질의, 응답 등이 가능토록 해 국민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한나라당후보를 국민후보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정파적 이해를 뛰어 넘어 올바른 대선후보자를 국민 앞에 내놓는 일은 모든 정당들의 기본적 책무이며, 이들에 대한 바르고도 철저한 검증을 통해 국민들의 후보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은 언론의 책무입니다.
더불어 올바른 후보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것은 국민들의 기본 책무로 2007의 선택은 이렇듯 모든 주체들의 책무완수에 의해 튼실한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 전 상원의원 앨런심슨이 하버드대 강연에서 했던 말로 지도자에 대한 자질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강의를 마칠까합니다.
인품을 갖췄다면 다른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다. 만일 인품을 갖추지 못했다면 역시 다른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다.”
언론도 대선후보 검증에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