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3일 북경에서 6자회담을 통해 꼭지가 떨어졌다는 그 합의문을 놓고 마치 세계평화에 큰일이라도 벌어진 것 처럼 부시도 웃고 힐도 웃고 김정일도 웃고 김계관도 웃는 얼굴이 와싱턴의 봄, 평양의 봄을 약속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각이 있는 사람들은 물과 기름이 잘 섞일 수 있을까 하는 근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마카오 은행에 차압되었던 북의 자금 2천5백만 달러가 당장에 풀린다고 하여 일부에서는 그 돈이 달러 위조지폐를 만들어 번 돈인지 또는 마약밀매로 번 돈인지 아니면 핵 비밀이나 기술 중동 몇 나라에 팔아서 번 돈인지 왜 따지지도 않고 강도의 손에 다시 날선 칼을 쥐어 주는가하며 불만스러워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김계관은 매우 엄한 표정을 지으며 6자회담에는 참석도 않고 저의 집으로 가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무슨 불만이 있어서 그런가. 김계관이 얼굴에 미소를 띠고 사방을 둘러보던 것도 하나의 제스처였는가. 또는 연극의 한 장면이었는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마 미국은 또다시 무슨 당근을 마련해 가지고 김정일을 달래겠지. 그러나 이제는 이 말(馬)이 하도 영리해져서 당근에 놀아나지도 않고 채찍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면 무슨 다른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핵이 해결되기도 전에 쌀을 보낸다 등 북을 돕는 일에 솔선수범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더욱 한심하게 여겨질 뿐이다. 매우 불행한 시대의 한 단면이다.
잘 되어 가는가 부시와 김정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