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은 우파 임을 강조하며 여중생 촛불시위 통일애국지사 묘비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홍 의원은 23일 밤 한국인터넷언론협회(회장 : 강승규 프리덤뉴스 공동대표)가 주최한 초청토론회에서 "개혁적 보수" "발전적 보수"를 역설하며 참가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noblesse oblige)
그는 한나라당을 "한국 보수집단의 중심"으로 규정하며 "보수집단"이 두 번 연거푸 정권 획득에 실패한 이유를 그동안의 "부패" 때문인 것으로 분석,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 나아가 "보수지도자들이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 이행을 안했다"며 "노블리스 오블리제 (noblesse oblige)"를 언급했다.
보수 지도자"들이 정작 "자기 자식들은 군대를 안보내거나 국적이탈"을 하는 등 도덕적 의무를 하지 않았기에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대선에까지 연결되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국민들이 ´박정희´를 존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솔선수범 과 부패하지 않았다 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부패한 정권은 김대중 정권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럴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들은 그렇게 믿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스스로 부패한 집단이란걸 받아들여야지, 우리만 부패했냐는 식은 안된다"며 "반성"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여중생 촛불시위는 중도세력 이 아닌 친북좌파´가 한 것
이같은 홍 의원의 주장에 ´한나라당의 대선 패배는 부패 때문이 아니라 선거전략 때문´이라는 반론이 나왔다.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패배의 원인은 병풍 등 음해공작 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반성´보다도 능력 이라고 반박했다.
홍 의원 역시 전략부재"를 인정했다. 이와함께 2002년 대선 당시의 이회창 체제 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회창처럼 당 장악력이 강한 사람은 없었다"며 "당시 당 체제는 내부비판을 못하는 철통같은 체제였다. 박근혜 이외에는 이 총재에게 다 승복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회창 후보가 여중생 촛불시위´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도 "이회창 총재가 잘못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날 전략적´이란 말을 자주 사용했다. 우파정권 탄생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한나라당은 표면적으로는 냉전구도(남북대결논리)´로 나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즉 정치를 하려면 左도 右도 아닌 다수의 ´중도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들에게 과거와 같이 맹목적 반공주의´로는 어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몇몇 참석자가 이회창 후보가 여중생 촛불시위에 참석한 것도 중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 차원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홍 의원은 "나는 참석을 반대했다"며 "그들은 중간층이 아니고 친북좌파"라고 답했다. 더불어 "그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했고, 우리 지지세력들로부터 비난만 받았을 뿐"이라며 ´전략적 측면´에서도 옳지 않았다는 시각을 보였다.
비전향 장기수 애국지사 표현은 분명한 잘못
냉전적 시각 이란 것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위를 말하는 것이냐는 내용의 질문들도 쏟아져 나왔다. 홍 의원은 이같은 질문에 대해 큰 틀에서는 "反김정일이 아닌 反北을 주장하는 것"으로 답했다.
북한정권과 북한동포´를 분리하지 않고 남북대결구도 로 나가는 것을 지양(止揚)하자는 주장이지만, 이는 지금의 이른바 우파´들은 물론이고 과거 반공정권 하에서도 김일성´과 이북동포를 구분하지 않았느냐는 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어서 참가자들과 격론이 벌어졌다. 아울러 북한이 굳건한 일인독재체제라는 점에서 反김정일로 나가면 결국 反北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차이점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이같은 내용의 질문에 홍 의원은 김정일 정권을 공격하는 북한인권법´과 동포를 돕는 ´대북지원´을 사례로 제시해 설명했다. 결국 이같은 정책을 병행하자는 것이다. 다만 대북지원 의 경우 체제 유지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투명성´이 보장된 지원을 강조, 무조건적 퍼주기에는 반대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비전향장기수들을 통일애국지사로 표현한 묘비를 철거하라는 주장도 냉전 논리인가? 같은 당 원희룡·고진화 의원은 그렇게 말했는데...라는 질문에는 "비전향장기수를 ´애국지사 로 칭하는 것은 국민감정에도 맞지 않고, 헌법 이념에도 반(反)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더불어 "그러한 행위를 옹호하는 것 자체도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같은 당 김용갑 의원의 논리 정도라면, 그것도 냉전적 시각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김용갑 의원의 논리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기에 말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정치는 善과 惡의 공존
이날 참가자들은 이른바 중도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 몇몇 매체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소위 우파 성향의 인터넷신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었다. 홍 의원 역시 그러한 점을 의식한 듯, 일각으로부터 받는 좌파´ 또는 ´포퓰리스트´라는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당 혁신위´에서 북한방송 전면개방 주장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혁신위에 있는 전향적(?) 의원 한 사람의 주장이었을 뿐"이라며 혁신위 차원의 주장이 아니다. 너무 나간다´는 말이 나왔고, 즉시 취소됐다"고 전했다.
사학법 장외투쟁´을 반대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가 아니라 병행투쟁하자고 한 것"이라며 "통과가 되어버린 것을 무효화 시키기는 어렵다. 다만 국회등원을 통해 개정 사학법에 담긴 많은 독소조항´을 재개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현실론 을 폈다.
집권여당이 사학법을 통과시키듯, 국가보안법도 통과시키지 않겠느냐 는 질문에는 "열린우리당이 그렇게까지 무리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함께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에는 정치인에겐 대중적 인기 가 필요하다"며 "나는 국익을 우선한다. 아르헨티나의 페론 처럼 실현가능성 없는 일을 국가 재정을 파탄내가며 벌이는 것이 아닌, 많은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반론을 펼쳤다.
홍 의원은 차기 대선까지는 이념 대결´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07년 대선은 좌·우 각각 대연합´을 구성, 그야말로 이념의 결전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열린우리당은 결국 민주노동당과 합칠 것이며, 한나라당 역시 범보수 대연합´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盧정권에 대해서는 "얼치기 좌파"라고 비난했다. 진짜 좌파라면 나라를 이렇게 끌고 가지 않는다. 그야말로 얼치기 좌파들이 설쳐서 나라가 이 모양이 되어 간다"고 일침했다.
경제가 나빠야 야당이 유리하다(집권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네티즌들로부터 공격당한 내용에 대해서는 정책위 의장 출마와 관련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야당보다 여당이 더 경제에 신경써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인데, 한 경제신문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그렇게 보도했다"며 "내가 정말 그처럼 형편없는 발언을 했다면, 당시 50명의 기자가 있었는데 왜 다른 많은 신문에는 보도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검사 홍준표 와 정치인 홍준표´를 비교하며 대략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나는 근성 있는 검사였다. 검사 때 내게 걸리면 빠져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정치는 다르다. 검사는 선악(善惡)을 가리는 단순한 직업이지만 정치는 선·악이 공존한다. 악한 사람도 유권자요 국민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검사보다 10배는 힘들다"
홍준표 정치는 善과 惡의 공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