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주자로 유력시 되던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최근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의 뇌물수수 혐의가 검찰에 포착되면서 한 원장이 받은 돈이 손 지사에게도 흘러 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어린 눈초리에 시달리고 있다. 손 지사의 최 측근으로 알려진 한 원장이 뒷돈’을 챙긴 것은 손 지사에게 모종의 ‘자금’을 대기 위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시각 때문이다.
한겨레 신문은 지난 4일자 1면에 손학규 경기지사 수억원 뇌물 포착’이라는 제목으로 “검찰은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전 경기도 정무부지사)이 브로커한테서 받은 10억원대 돈의 상당부분이 손지사에게 전달된 단서를 잡았다” “조합아파트 시행업체 컨소시엄인 O 건설의 권회장은 검찰에서 박혁규 의원과 손학규 지사를 함께 만난 자리에서 중간에 나와 손지사의 차 트렁크에 3억원을 넣어 보자기로 싼 돈상자를 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어 손학규 지사에게도 한 원장이 받은 비자금 중 일부가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K 건설의 권회장이 검찰에서 박혁규 의원과 손학규 지사 모두에게 비자금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내용을 인용, 한 원장과는 별도로 손 지사 개인이 비자금을 형성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를 접한 손 지사측은 자신의 비리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한겨레 신문사에 대해 오보의 책임을 물어 가장 엄중한 법정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일 손학규 지사는 기자회견을 자청, “본인 주변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송구스런 말씀을 올려야 할지 모르겠으나, 한겨레 신문 보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본인과 한나라당에 대한 테러 행위 라고 규정하고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최악의 보도”라고 혹평했다.
현재 손 지사는 한겨레 신문 발행인 등 5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대검찰청에 고소한 상태다. 또 손 지사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한겨레 신문사와 관계자 5명에게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한겨레 신문을 관할 하는 언론중재위원회 서울중재부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양측의 주장 중, 어느 한쪽이 무너질 경우 입게 될 타격은 양쪽 모두에게 치명적인 상처로 남게 될 전망이다.
실패한 로비 불과, P건설이 날 죽이려 해"
대검 중수부는 지난 4일 경기 오포읍 재개발아파트 건설시행사인 J건설과 장묘업체 M사로부터 각각 10억원과 5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 한현규 경기도개발연구원장을 구속 수감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 원장은 지난해 11월∼올해 1월 사이에 오포읍 주택조합아파트 건설시행사인 J건설로부터 1종 지구단위계획 변경승인을 받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총 4차례에 걸쳐 10억원을 받고, 판교 납골당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지난 6월 장묘업체 M사로부터 따로 5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것.
그러나 현재까지 한 원장이 받은 돈을 손 지사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확보되거나 확인된 단서가 없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올해 초 박혁규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8억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건설브로커 권모씨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박 전 의원과 손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손 지사의 차 트렁크에 현금 3억원이 담긴 돈상자를 실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이전 권씨가 박혁규 전 의원에게 8억원을 줬다고 했던 혐의도 후일 1심재판에서 2억원만 유죄로 인정된 사실이 있는 만큼 권씨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해석하기에는 신빙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분위기.
한현규 원장 역시 5일 오전 구치소로 향하면서 “손학규 경기지사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고 모든 것은 내가 한 일”이라고 주장하며 돈의 사용처와 내역은 재판 과정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한 원장은 구속되기 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포읍 재개발건과 장묘업체 로비 모두 실패한 로비”라고 주장하며 “검찰의 수사는 정치적인 의도”라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한 원장은 경기개발연구원에서 한달전 P건설의 오포지구 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연구용영보고서를 냈는데, 이 때문에 P건설이 사업권을 못땄다”고 밝히면서 “그래서 P건설이 나를 죽이려고 치고 나오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어 한 원장은 “검찰은 나를 통해 다른 누군가에게 돈이 건너갔을 것으로 보지만 사실이 아니고, 검찰은 박혁규 전 의원 사건때부터 2년동안 끈질기게 오포지구 개발건에 매달려왔다”고 설명하며 이는 정치적인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변했다.
한현규 파문은 빅3 죽이기 일환인가
최근 들어 한나라당 내 소위 ‘빅3’의 측근들이 잇따른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몸통’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 5월에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측근인 양윤재 제2부시장이 청계천 주변 고도제한과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박근혜 대표의 경우 지난 6월 박 대표의 유일한 특보였던 황인태 서울디지털대학 부총장이 학교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구속된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 역시, 손 지사와는 학교 선후배 사이로 손 지사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이후, 건설분야의 전문가로 영입된 인물.
이처럼 빅3의 측근들이 연달아 비리 연루에 개입돼 ‘낙마’하는 현상을 보며, 액땜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인 음모가 깔려있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손학규 지사는 “박혁규 전 의원과 김용규 시장을 면회갔을 때 저의 개입여부에 대해 검찰에서 집중적으로 조사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적이 있다.
따라서 검찰에서 ‘공명심’을 앞세워 일부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근거, 다소 무리한 수사를 감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한현규 원장이 밝혔듯이 J건설을 통해 P건설측으로부터 돈을 받았음에도 불구, 경기개발연구원에서 P건설의 개발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올려 P건설이 입찰에서 탈락, 이에 앙심을 품은 P건설측이 ‘사건의 전모’를 검찰에 이실직고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공직자가 떳떳치 못한 돈을 받고 자신의 권력을 남용, 그에 상응한 우대를 해줬다는 사실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며, 법의 엄준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의혹을 확대 재생산해 ‘정적 죽이기’에 이를 악용한다면 이것 또한 철폐돼야 할 악습 중의 하나일 터. 지금 이 순간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가리워진 음모’가 아닌, ‘당당한 자기고백’임을 정치권은 알아야 할 것이다.
누가 손학규 경기지사를 모함하고 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