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12일 오후 2시10분 자치정부 수반의 시신을 운구하는 헬리콥터 등 헬리콥터 4대가 라말라 동남쪽 상공에 나타났다.
이날 오전부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인 무카타 주위에 모여 있던 30여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은 “야세르”를 연호하고 격렬한 구호를 외쳐댔다. 그의 안장식은 투쟁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흥분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헬리콥터 행렬이 라말라 상공을 회전한 뒤 청사 서쪽에서 낮게 날아와 흙바람을 일으키며 착륙하자, 무카타 청사 광장과 담, 주변 건물 옥상을 가득 메운 이들은 팔레스타인 국기와 검은색 조기를 흔들고 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아라파트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워낙 많은 군중이 몰려들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유해가 20여분간 헬리콥터 안에 갇혀 있는 사태가 벌어졌다.
관이 내려져 2시40분쯤 광장에 깔린 붉은 카펫 위로 운구되는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그 뒤를 따라가며 하늘을 향해 승리의 V자를 그려보였고, 팔레스타인 경찰은 수십발의 조총(弔銃)을 허공에 쏘아댔다. 주민들은 “아라파트는 영원하다” “아라파트는 우리의 아버지”라는 구호를 목이 쉬도록 외쳤다.
한쪽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던 청년 4명은 실신해 응급차에 실려갔다. 일부 주민들은 무카타 담벼락에 아라파트를 추도하는 화환이나 “(예언자) 무하마드는 숨졌지만, 다른 이들은 살아 남아 투쟁한다”는 코란 구절을 붙였다.
아라파트의 관이 도착하기 앞서, 라말라 내의 이슬람 사원마다 주민들이 모여 아라파트를 추도하는 기도를 올렸다. 무카타는 이스라엘군의 거듭된 포격으로 그 동안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진 채 방치돼 있었으나, 밤샘 작업으로 이날 오전 일찍 청사 앞 광장은 깨끗이 정리됐고 묘지로 쓸 공간도 준비됐다.
라말라에서 가까운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시내는 온 도시에 이스라엘 경찰관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폈다. 팔레스타인인 등 아랍인이 주로 거주하는 동예루살렘에서도 주요 도로에 이스라엘 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에 앞서 예루살렘 구(舊)시가 내에 있는 이슬람 황금 사원에서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리는 아라파트 수반의 장례식 시간인 오전 11시에 맞춰, 무슬림들이 모여 아라파트를 추모하는 기도회를 가졌다.
이스라엘 경찰은 황금 모스크와 유대교의 성지인 통곡의 벽이 있는 예루살렘 내 성전산(하르바이트)으로 진입하는 도로에 10겹 이상 바리케이드를 쌓고, 여성과 45세 이상의 남성 팔레스타인인들만 출입을 허용했다. 공중에는 이스라엘 보안당국이 띄운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된 비행기구가 계속 정찰했다.
"그는 가도 남은자는 투쟁" 코란구절 외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