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 2006년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재벌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출자총액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재벌들의 여유돈을 끌어다 건설투자를 늘림으로써 내수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재정경제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에 대한 금리인상 중지를 압박하는 한편 혁신도시, 기업도시 행정복합도시 추진일정을 앞당기고 기업도시 등에 대한 특혜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심상정의원은 7일 참여정부는 왼쪽 깜빡이를 넣고 오른쪽으로 달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말로는 서민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재벌과 대기업만을 위한 정책을 펴왔다는 사실을 빗댄 것이다.
오늘 정부의 발표는 왼쪽 깜빡이를 오른쪽 깜빡이로 바꿨다는데 의미가 있다. 국민들은 그 동안 참여정부의 말과 실제 행태 사이에서 커다란 혼란을 느껴왔는데, 오늘 발표로 최소한 그런 혼란은 이제 사라지게 되었다. 참여정부는 이제 더 이상 서민을 위한다거나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빈말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는 일관되게 재벌과 대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참여정부는 토목공사와 건설부양을 통해 재벌들이 거대한 투기 이득을 얻을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왔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오늘 발표한 경제운용 방향은 그 동안의 정책기조를 재확인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 발생한 부동산 가격의 급등이 오늘날 양극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은 따로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참여정부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겠다는 말을 해왔다. 몇몇 투기완화 조치를 내놓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참여정부가 부동산가격 안정에 의지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전국을 무슨무슨 도시로 계속 개발하는 한 부동산 안정이 이뤄질 턱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정부는 다시 무슨무슨 도시 개발을 서두르겠다고 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안정 의지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재벌개혁은 참여정부의 선거공약이다.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재벌개혁을 포기하겠다는 얘기이며 공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그런데 정부는 오늘 재벌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체성을 희미하게나마 느낄 수 있게 하는 제도마저 폐지하겠다고 함으로써 참여정부는 선거공약에서 제시한 그들의 정체성을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셈이다.
정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우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