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휘영청 떠있는 추석 연휴에 극장에 두런두런 앉아 영화란 송편을 맛보자. 가족들이 다함께 웃고 울 수 있는 ‘부담없는’ 맛의 영화가 다채롭게 꾸며져 있다. 이 가운데 23일과 24일 개봉하는 영화 세 편을 별미로 추천한다. 따뜻한 감동을 주는 ‘꽃피는 봄이 오면’, 반전의 묘미가 쏠쏠한 ‘빌리지’, 여성액션의 매력이 있는 ‘캣우먼’ 등은 골라 먹는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꽃피는 봄이 오면
한 CF에서 ‘거치른 벌판으로 달려가자’며 지친 친구의 어깨를 다독이던 영화배우 최민식이 이번에는 트럼펫을 들고 응원가를 들려준다.
‘꽃피는 봄이 오면’(류장하 감독)은 강원도 도계에서 가을과 겨울을 보내며 삶의 전환점을 맞는 한 남자의 인생 한 토막을 잔잔하게 따라잡는 ‘착한’영화다.
주인공 ‘현우’(최민식)는 별 볼일 없는 하루하루에 지쳐있는 트럼펫 연주자다. 번듯한 교향악단에 들어가 연주자의 예술혼을 불태우고 싶은 이 남자의 꿈은 현실의 벽 앞에서 맥없이 무너진다.
자존심만 남아있고 현실은 외면하는 현우의 모습에 여자친구 ‘연희’(김호정)도 지쳐있기는 마찬가지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현우가 도계로 떠난다. 전국대회를 앞둔 도계중학교의 관악부 임시교사가 그의 한시적인 직업이다. 별 기대없이 몸을 의탁한 그곳에서 현우는 웃음과 희망을 찾는다.
겨울이 녹아 봄이 오듯이 계절은 늘 돌고 돈다. 이 영화 역시 자연스러운 계절의 흐름처럼 특별한 갈등도, 사건도 없이 현우의 일상을 비춘다.
서울에서 온 선생이 실력없는 아이들을 지도해 전국대회의 우승으로 이끈다는 식의 극적인 스토리를 기대했다가는 높낮이가 심하지 않은 이 영화의 전개에 심심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과 사람에 대한 세밀하고 정감있는 묘사는 웃다가 코 끝이 찡해지는 기분좋은 감정의 유도한다.
이 영화의 향기 및 액센트는 전적으로 최민식이 책임진다. 관악기의 묵직하지만 온기있는 소리처럼 ‘엄마’(윤여정)에게 투정부리고, 또 주름을 깊게 만들어 웃는 최민식의 ‘사람 냄새’는 호소력의 깊이을 더한다.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는 소박한 위로를 얻고 싶다면 이 영화에 2시간을 투자해도 괜찮다. 12세 이상 관람가.
[추석특집] 놓치면 후회할 개봉영화 3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