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수의 변호인 변호사 오영중(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는 9일 오전 11시국정원의 중증장애아동 인권침해 및 심리적 고문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1. 사건 개요
중증장애아동을 자식으로 둔 피의자 송모씨 지난해 12월30일 내곡동 소재 국가정보원 조사실에 피의자신문을 받으면서 수사관으로부터 피의사실과 전혀 상관없는 아들 중증장애에 관한 조사를 반복해서 받음으로서 사실상 ‘심리적 고문’을 받았다.
국정원 하모 수사관은 첫 번째 조사(12월5일)와 마찬가지로 최초 주거지 압수수색 현장 상황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 물론 피의자는 1차 조사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던 중이다.
그런데, 조사도중 수사관은 피의자에게 ‘지난 번 주거지 압수 당시 아들이 많이 아프던데, 병명이 뭐지요?’, ‘압수 당시 아픈 아들을 앰블란스에 태워 모처로 이동했는데, 이동한 곳이 어디인가요? 몰라요?’라고 질문했다. 계속 진술을 거부하는 피의자에게 수사관은 다시 다그쳐 묻기를, ‘계속 진술을 거부하는데, 아들이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것인가요? 아픈 아들에게 관심이 없어요?’, ‘계속 심문투쟁을 하는 데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취지의 질문이 이어진다. 이에 변호인은 수사관에게 ‘왜 피의사실과 상관없는 피의자의 아들, 더구나 중중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에 관해 반복 질문하느냐? 이러한 조사방식은 피의자와 아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모독하는 행위다’라는 취지의 항의를 한 바 있다. 피의자와 변호인은 이날 오후 조사를 거부하면서 국정원의 공식사과와 재발장지책을 요구하는 변호인의견서를 제출하였다.
2. 진술강요와 심리적 고문, 그리고 인권침해
보기에 따라서는 국정원 수사관의 이러한 수사내용이 통상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일상적인 질문이 가능하다고 볼 여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1년 째 수없이 반복되는 병원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24시간 곁에서 병간호를 해야 하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상황이 좀 다르다. 피의자의 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뇌병변’이라는 질병으로 사지가 서서히 굳어가고 있다. ‘자식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 소원인 피의자에게 자식의 장애에 관한 반복적인 조사와 신문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아마도 장애아동을 자식으로 두지 않는 부모는 쉽게 그런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를 거쳐 현재 국가정보원이라는 명칭으로 자리 잡은 우리나라 최고 정보기관에서의 고문수사는 없어졌는가? 고문과 진술강요는 반드시 물리적인 폭행을 수반하지 않아도 성립된다고 본다. 중증장애아동을 자식으로 둔 피의자에게 수사관이 그 아들의 병명, 치료정도 및 치료받는 장소, 부모인 피의자가 얼마나 잘 보호하고 관심이 있는지를 묻는 것은 수사기관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라고 볼 것인가? 아니다.
오히려, 헌법이 보장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피의자에게 가장 약점을 건드려 진술을 유도하는 ‘심리적 고문’에 해당한다. 국정원 수사관의 위 조사내용은 중증장애아를 24시간 돌보는 부모인 피의자의 피멍든 가슴을 후벼 파는 송곳임에 틀림없다. 당시 피의자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던 중이었기에 수사관의 모욕적인 말에 그 자리에서 바로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을 뿐, 중증장애아를 둔 피의자로서 받은 상처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수사관은 이미 주거지 압수절차에서 앰뷸런스를 동원할 만큼 사전에 피의자의 자녀의 장애 및 심신상태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조사내용 중 상당 시간 피의자에게 아들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수사관은 진술을 거부하는 피의자의 가장 큰 심리적 약점을 이용하면서 진술을 이끌어 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특히, 1차 조사 때는 수사관이 피의자에게 반말로, ‘아들이 좀 아프던데 잘 있는지?’ 묻고 나서 한참 뒤 진술을 계속 거부하는 피의자에게 화난 표정으로 ‘모, 계속 진술을 거부하는데 얼마나 버티나 두고 보자’라는 말을 한 바 있다.
아버지인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한 것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 한다’라는 헌법 규정 따른 것이다(제12조2항) 반면,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피의자의 아들은 비장애아동과 마찬가지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제10조) 나아가 신체장애자이기에 국가로부터 특별히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제34조 제5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지배하는 한국에서 헌법상 기본권이 단지 수사의 신속성과 필요성에 의해 무시될 수는 없다. 더구나 진술을 거부하는 피의자의 진술을 유도할 목적으로 중증장애아동인 자식을 이용했다면, 이는 견디기에는 너무나 힘든 내면세계의 아픔을 이용하는 위법수사이며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3. 결론 :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형법 제125조), 장애인 인권침해
위와 같은 피의자에 대한 국정원 수사관의 조사는 ‘심리적 고문’에 해당하여 형법 제125조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형사피의자 또는 기타 사람에 대하여 가혹한 행위를 가한 때’에 해당한다.
또한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은 내란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사대상이 되었다. 해당 아동은 자신의 병명, 치료정도, 소재지, 부모로부터 보호여부에 관한 사항 등이 수사내용으로 파악되어 향후 재판과정에서도 노출되는 될 우려가 높으므로, 이로 인해 헌법이 보장한 인간으로서 존엄성, 사생활, 개인인적정보에 대해 심각한 침해를 입었다. 더구나 중중장애인에 대한 기본권 침해는 매우 심각한 위법수사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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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중증장애아동 인권침해 및 심리적 고문수사 기자회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