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현일 기자의 시사펀치
밀양 송전탑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농성하는 움막에 대한 강제철거가 진행됐다. 햇수로 10년을 끌어온 싸움이고 길바닥에 농성을 한 것도 4년째라 한다. 고령의 어르신들, 대개는 할머니들인 주민들이 2천여명의 경찰을 비롯한 가공할 국가공권력을 어찌 당해내겠는가. 움막이 모두 철거되면서 송전탑 건설 공사를 막는 ‘물리적 장애물’은 일단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생각대로 우리 사회가, 우리 국민들이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호락호락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전문가와 환경단체, 주민들은 정부가 주장하는 밀양송전탑 건설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조목조목 반박해왔다. 설령 필요하다 양보해도 아직 시간이 충분하니 다각도로 대안을 검토하자는 주장마저 묵살하고 밀어붙이는 것은 정당성 없는 폭력일 뿐이다.
우리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를 겪었다. 이제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졌나. 돈보다, 편리보다, 효율보다 생명이, 사람이, 윤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거스를 경우, 언제든 세월호 참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엄숙한 경고를, 무거운 숙제를 모두가 받았다. 국민들에게는 위험천만하고, ‘원전 마피아’에게는 든든한 이윤을 보장하는 현재의 핵 발전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깨달음까지 밀양은 우리에게 주었다.
그런데도 이 정권은 모르쇠다. 관행척결, 적폐해소, 국가개조는 오직 자신들만 할 수 있다는 태도다. 그리고는 ‘법대로, 관행대로’ 무자비한 공권력을 휘두른다.
정부가 지었거나 짓고 있는 원전은 비리와 결탁이 빚어낸 가짜부품, 불량자재로 시한폭탄 같은 위험을 노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 원전이 생산할 전기를 대도시로 배송하자고 시골 주민들 삶터를 짓밟는 반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당신들의 말대로 하자면 ‘유병언 같고 청해진 같은’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알몸의 할머니들이 목에 감은 쇠사슬을 자르기 위해 금속절단기를 들이밀고, 수녀님과 여성 국회의원의 사지를 들어 연행하는 참상에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고,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하는 법이다.(최근 내정된 국무총리 후보도 역시 그러하다) 민심은 결국 공과를 고스란히 돌려준다. 움막을 부순다고 사람의 마음까지 꺾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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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움막을 부순다고 마음까지 꺾을 수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