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현일 기자의 시사펀치
첩첩산중, 갈수록 태산이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정국이다. 안대희 후보자가 6일 만에 낙마한 뒤 청와대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갈수록 정국이 더 꼬이고 있어서다. 벌써 세 번째 총리 인사 파문이다.
우선 문 후보자의 발언은 경악 그 자체다. “일본의 식민지배와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란 발언은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과는 무슨 사과’냐며 도리질을 하고, ‘일반인의 정서와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안하무인의 태도에 이르면 그의 정신세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가 어쩌다가 매국노 이완용 같은 인물을 총리랍시고 지명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헌법 부정의 문창극, 건국 이래 최대 인사 참사’란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국가 개조 운운하기 전에 청와대부터 개조하라는 지탄을 면치 못하게 됐다.
청와대의 이번 총리 인선은 정국을 파탄의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국민 66%가 문 후보자가 과거 발언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답해, 사퇴반대보다 3배나 많다. 야권은 말할 것도 없고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문 후보 지명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문 후보자는 자신의 발언이 왜곡 보도됐다면서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고 밝혀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인사 참사의 책임자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유임된 걸 보면 청와대도 문 후보자의 청문 절차를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셈이다.
문제는 연이은 총리 인선을 둘러싼 인사 적폐의 뿌리가 다름 아닌 청와대 자신에 있다는 것이다. 김기춘 비서실장 체제가 원인이다. 안대희 낙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진작에 김 실장을 경질하고 국정쇄신의 모양새라도 갖추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을 무시한 탓이다. 부통령 김기춘의 어깃장 인사, 으름장 인사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당장 7월 재보선을 준비해야 하는 새누리당으로서도 애가 탈 노릇일 것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새누리당 초선의원 6명이 문창극의 자진사퇴 촉구 성명까지 발표하였겠는가. 반발이 없다면 오히려 그게 더 비정상이다.
문제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 나라 총리의 임명권자가 박근혜인지 아베인지 헷갈린다는 자조마저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 문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오르게 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국회 청문 절차 자체가 국민과 국회에 대한 부정이요 모독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아니라면 박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수밖에 없다. 파국을 모면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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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의 수렁에 빠진 청와대의 인사 참극을 보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