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현일 기자의 시사펀치
규제 개혁을 강한 어조로 설파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급기야 “기요틴(단두대)”마저 들고 나왔다.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겠다고 말하면서다. 규제 개혁의 타당성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라도, 박 대통령의 거친 표현에서 규제개혁에 대한 단호한 의지가 아니라, 섬뜩함을 느낀다.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대통령의 이런 극단적 표현은 벌써 한두 번이 아니다. 예전에도 규제를 놓고 “우리가 쳐부술 원수”, “암덩어리”라 하는가 하면, ‘비정상의 정상화’는 “한 번 물면 살점이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놓는 진돗개 정신”을 강조했다. 이 밖에도 “국가 대개조”, “과거의 적폐”, “일벌백계 차원”, "강력히 척결하여 그 뿌리를 뽑을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사형 집행 도구이자 공포정치의 상징인 “단두대”까지 동원됐다.
대통령이 빈번하게 사용하는 이런 표현은 단지 규제 개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국회의 법안 처리 지연을 이유로 “국회의원이 의무를 행하지 못하면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말해 3권 분립을 부정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살벌하기까지 한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담긴 정서는, 그대로 공직사회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규제 개혁의 성과 대신 경직성과 대통령에 대한 추종이 심화되고 있다.
대통령이‘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이야기하자 검찰이 허위사실 유포 사범 엄정수사 및 상시 모니터링 방안을 찾는다며 부산을 떨었다. 그 결과는 군사정권 시절의 ‘관계기관대책회의’를 연상케 하는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였고, 결국 사이버 사찰 논란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이 썼던 “암 덩어리”는 헌법재판소에 정부 대표로 나온 법무부장관에 의해 통합진보당을 규정하는 표현이 되기도 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일 뿐 아니라 사유의 실태와 수준, 성품까지 그대로 드러낸다. 정치인은 자신의 철학과 구상을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불가피하게 선명하고 자극적인 표현이 종종 사용된다. 때때로 대중은 거기에 통쾌해하거나 열광하기도 한다. 그러나 논란을 빚고 있는 대통령의 언어는, 단지 자극적이라는 평가를 넘어 적의가 넘치는 수준이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타자를 선과 악의 기준으로 보는 이분법, 근본주의에 입각한 극단적 대결주의가 아니면 쉽게 나오기 힘든 표현들이다.
박 대통령이 틈만 나면 부르짖던 ‘국민대통합’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적대감이 가득한 대결과 분노의 언어가 차지하고 있다. 빈도수도 부쩍 늘어났다. 우리 사회가 전체주의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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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단두대'발언 너무 살벌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