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실망한 이념문제와 대북 문제에서 약간의 우려를 했던 이명박 후보 측이 오히려 국가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당당하게 할 말을 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유세를 하면서 한 대부분의 말은 오로지 한나라당 정통후보인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 말이었다.
오 정 인(소설가)
법과 원칙을 지킨다 했다. 이제 대선 15일 전이다. 이회창은 스스로 말하던 약속을 지킬 때가 아닌가?
여권은 단일화를 위한 급한 발걸음을 하고 있다. 야권후보 1위와 지지율 10% 이상의 격차, 살신성인의 자세로 한나라당을 위해,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한 것 같은데, 73세의 이 나라 원로(?)가 입으로 내뱉은 그 말(?)은 무엇이었던가? 거짓말인가? 단일화란 말도 이회창 씨 측의 누군가가 한 것 같은데. 이제 정말 살신성인의 자세로 야권도 단일화해야 할 때가 아닐까? 그런데 날이 새면 다시 그의 말이 달라지는 것 같다. 2002년도의 오만의 기억이 요즘의 그를 보면 곧장 떠오른다. 박근혜 의원이 인기가 있는 대구에 가서는 박근혜가 볼모로 잡혀 있다고 했다. 이 말은 박근혜 의원에게 모욕적이지 않는가? 그게 할 소리인가?
내가 잘못 들은 것일까? 기사를 잘못 읽은 것인가? 박근혜 의원의 행보는 내가 보기에는 그야말로 이성적이고도 원칙에 충실한 훌륭한 행보이고, 자신의 말에 책임지려는 사려 깊이 생각해 내린 훌륭한 결단으로 보인다. 적어도 73세의 이회창보다는 훨씬 더.
처음에는 이명박 후보가 위험할까 봐…. 난 스스로 스페어를 자처한 듯한 측근의 발언도 있었다.
이회창 씨의 출마 명분은 무엇인가?
구국(救國)인가? 노욕(老慾)인가?
스스로의 불출마 약속을 깨면서 나온 출마의 변이 큰 명분을 위한 개인 명분 깨기라고 했던가? 큰 명분이란 무엇인가? 나라를 위한 구국의 명분? 이명박후보로의 정권교체란 정권교체가 아니라는 말도 하는 것 같다 아닌가? 내가 잘못 들었는가? 이회창으로의 정권교체가 진정한 정권교체라는 의미라는 얘긴가?
요즘 이회창의 행보를 보면, 언행을 보면 도무지 나라를 위한 애국적, 우익보수적 의미가 전혀 와 닿지 않는다. 이회창에게는 우익보수로의 이 나라를 위한, 스스로의 소신도, 그 소신의 신념화도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자신이 창당한 한나라당 경선을 피해 있다가 누군가가 만들어 준 기회를 틈타서 치졸한 모습으로 탈당, 출마하기까지 해야 했던 확고한 당위성과 명분이 없는 것 같다. 그의 입으로는 분명 명분을 말하는데 그의 행보에는 그 명분이 전혀 없어 보인다. 북한의 대남총책인 통일전선부장 김양건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청와대를 다녀가는 동안 이회창은 그에 대한 제대로의 성명서 하나 저항의 말 한마디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면서 이회창은 가는 곳마다 정치계산적 이명박후보 공격은 잊지 않는 것 같다. 그런 태도가 구국의 명분인가? 입만 열면 우익보수의 이 나라를 위해 이 한 몸 마지막으로 바치겠다고 연설 때마다 외치던 그 말 역시 거짓말이었던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마음속으로는 정치적 계산이나 했단 얘긴가? 나는 이회창의 대답을 듣고 싶다. 인제 보니 자칫 늙고 추함의 정치적 탐욕으로, 정통 후보에 대한 정치도의적 경선불복을 한 사람으로서 더없이 치졸한 공격으로 보이는데.
가는 곳마다 원칙과 법치를 외친다. 스스로 깨어버린 원칙과 법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원칙과 법치라는 말조차 기회주의적 정치계산을 위한 찬란한 수사학적 미사여구였던가? 이회창 씨는 나의 이 물음에 대답해야 한다.
내가 아는 한 이회창 씨는 한나라당 경선 훨씬 전부터 출마의 기회를 찾고 있었던 사람이다. 기회와 명분을 찾고 싶은데 그게 도무지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아 더없이 암담하다고 어떻게 그 순간을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그의 측근 이홍주가 내게 한 첫마디였다. 그것이 지난 6월이었다.
이회창은 대선 출마를 마음속에 분명히 꿈꾸면서 그 한나라당의 상임고문 정도의 주요 원로로 대접받으면서도 일부러 경선을 피해갔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살벌하리만큼 치열했던 이명박후보와 박근혜 의원의 경선 혈투를 보면서 그들의 상처가 깊고 크게 날수록 잔혹하게 계산하면서 구경하면서 자신은 그 혈전을 의도적으로 피해 온 것으로 보인다.
굳이 예를 들지 않겠다.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끔찍한 혈전의 와중에 있는 정치후배의 구속기소라는 음습한 단어를 입에 담으면서까지 자신의 출마기회를 찾았던 그런 때를 굳이 예로 든다면 가장 작은 예도 그들 혈전을 치른 두 사람에게는 너무도 참혹한 기억이 될 것 같아서이다.
또다시 이회창의 입에서 터지는 오만의 말인 하늘과 민심이 그를 끌어낸 것이 아니다. 그들의 침체된 암담함에서 용기를 주고 마음을 추스르는 계산을 해 주어 그를 끌어낸 8할의 힘은 나의 실험정신과 노력이었다.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나? 라며 당시의 민심은 냉소적이었다. 그가 말하는 하늘은 그렇다면 나를 일컫는 것인가? 누구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시작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했다. 길을 몰라 암담해하던 그와 그 측근을 내가 5개월여에 걸쳐 집요하게 계산해 주고 용기를 주고 구태의연에서 벗어나라 충고해 주고 무소속으로도 이길 수 있다고 설득하고 부추겨서 마음먹고 끌어내었으므로 이제 내가 그에게 충고할 수밖에 없다….
내가 그렇게 한 당시의 이유는 있었다. 나의 기우였는지 몰라도 당시 우익보수당이라 믿었던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 등, 약간의 좌 편향, (중도란 우익에서 좌향이다)이 염려되었고, 정치목사를 비롯한 이명박후보 측의 몇몇 정치인들과 캠프의 사람들, 그들의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오만이 보기 싫었고, 그런 것보다 훨씬 더 역겨웠던 것은 그들에 편승해서 지지율 높은 곳만을, 단물만 찾아 부끄럼도 없이 달려가면서, 가는 곳마다 어천가를 불러대는 소위 자칭 우익 지도자라는 것들의 궤변과 요설들로 가득 찬 곡학아세의 찬미가들이 귀에 거슬렸고, 물론 그들 대부분이 지금은 이회창 쪽으로 급 쏠림 해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두 사람, 특수한 이유를 빼고는 거의 국물 족, 우익장사꾼들의 재빠른 변신이고 변화다.
이들 우익 장사꾼들이 이 나라 우익들을 분열시켰고, 자존심을 잃고 헐값에 여기저기 팔아먹고는 그들 스스로 짓밟히고 팽당하고 있었다.
시간만 있다면 한두 번 정도만 더 체로 걸러보면 알곡과 가라지가 백일하에 더 드러날 텐데. 그뿐만 아니라 역시 대세론에 엎어져 안주하면서 도배질하던 몇몇 언론들에 대한 반발심도 작용했었다. 내 염려의 칼럼에 대안이 없지 않으냐란 항변에 대한 통쾌한 대답도 증거로 사람들의 눈앞에 확실히 들이대고 싶었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최소한 나는 대세론이든 소세론이든 오만에 젖어 있던 후보들에게 반성과 참회의 순간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나라를 위해서.
불완전한 인간이니 누구나 결점과 실수는 있다. 나는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 더 많은 결점을 한 사람이다. 그러나 일개 범인(凡人)이 아니라 최소한 한 국가의 지도자를 뽑는 중차대한 문제니까 그들 후보를 국민이 단련시키고 반성시켜서 더욱 정제된 인격을 갖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나는 그런 면에서는 약간의 보람을 느낀다.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지율 부동의 1위인 이명박후보 측의 많은 부분이 시정되고 반성하고 자신들을 돌아보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 당시 나는 이회창이 우익보수 구국의 투사가 되어주리라 믿었다. 이제 와서 그의 정치적 탐욕을 눈치 채지 못했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맨 처음 그의 측근 이홍주에게 나는 그것부터 다짐받았었다. 솔직하게 말하라. 정치를 정말 접고 원로로 물러앉을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대통령을 꿈꾸며 출마를 생각할 것인가? 대답에 따라 얘기의 내용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회창의 측근은 당연히 출마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회창 끌어내기가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대답을 한나라당 경선 훨씬 전에 나는 이미 들었던 것이다. 그들의 숨겨진 탐욕이 내가 몰두한 이회창 끌어내기에 많은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솔직히 나는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의원 혈투의 경선을 보면서 기회를 기다리는 그들의 약삭빠르고도 게으른(?) 냉혹함에 진저리도 쳤었다.
10월 24일에 자신이 이회창을 시청 앞 무대에 세웠다고 떠들고 다니는 누군가는 이미 그 훨씬 전에 남대문 사무실에 찾아가서 이회창과 얘기해보고는, 이회창은 안된다고. 끝났다고, 누가 자기를 옹립해 주기를 바라고 있어서 역겹다고. 자신의 사무실 개소식에 이명박 측의 이춘식이 찾아와 주었으므로 이제 이명박을 밀겠다고 껄떡대는 걸 이회창이 곧 나올 테니 그를 위해 일하라고 설득했다.
그는 박근혜 밀겠다고 공개 지지선언을 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이회창 씨를 시청 앞 연설에 세우지 않겠다고 하는 세력들을 용서하지 말고 들이받으라고 코치했다. 그 이튿날 실제로 준비 모임에 그런 상황이 벌어졌고 그는 어느 목사에게 소리질러서 모든 단체들이 손을 다 떼게 하고, 그 준비모임에 초대도 받지 못한 국민행동본부로 가서 서 회장과 의논했던 것이다.
그러고도 바로 그 전날 저녁까지 이회창 씨가 나온다. 나오지 않는다. 변덕을 부려서 이홍주에게 전화했던 서 회장이 화를 내고 그 행사보다 더 먼저 잡혀 있던 속초 연설장으로 가려는 걸 말리고…. 그 전날 이 지지자들의 나와서 데모를 말렸다는 이홍주의 말에 그 빌딩 유리창이 다 박살 나면 어떠냐 말리지 마라, 사람만 많이 모이게 하라고 시키고…. 일일이 다 열거할 수도 없다.
그전에도 이회창은 후보가 기소만 되어도 당원권정지 된다는 칼럼을 내가 올리자 법조인인 이회창 씨가 당헌·당규와 법전 꺼내 검토 분석했다는 것과, 최소한 구속기소는 돼야 일이 될 것 같다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의견을 측근이 와서 알려주고 등등…….
나는 한 가지 일에 거의 미치는 스타일이다. 어쩌면 이홍주보다 내가 더 적극적이고도 정말 열심히 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대안이 여기에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 아니라고 증명해 내고 싶었고 오로지 그 일에 매진했던 것이다. 나는 그 당시 가는 곳마다 이 나라를 위해 나머지 목숨을 바치겠다고 외치고 다니는 이회창을 어느 정도는 구국의 투사로 순진하게 믿었던 모양이었다.
특히 더 그를 그가 몽매에도 그리워하는 언론의 카메라 앞에 세우고 싶어 했던 이유는, 지난 3월 1일 시청 앞인가 역전의 행사 때 이회창이 연설하고 싶다는 걸 누군가가 바로 전날 너무도 모욕적으로 전화해서 참석하지 말라고 거부해 버렸다는 얘기를 이홍주가 호텔 커피숍이라는 넓은 공간에서 내 앞에서 감정에 북받친 소리로 했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 봤는지 몰라도 늙은이로 보이는 그는 그 얘기를 하면서 순간적으로 울먹이는 듯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회창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나는 그에게 실망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탈당하지도 않고 미그 적대면서 해당행위일 수도 있는 행보를 2주간이나 계속했다. 정치계산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측근들부터 스페어론에서 살신성인의 단일화까지 나오는 대로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함부로 이말 저말을 기자들에게 하지 말라고 그들을 나무랐다.
원칙과 법을 말하면서 그는 원칙과 법과 정치적 도의까지 저버리는 일을 눈 깜짝 않고 해 낸 듯 보이기도 했다. 나는 작가적 입장에서 그가 그러면서도 최소한 인간적 고뇌나 양심의 가책을 깊게 느끼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당의 상임고문은 일개 당원과는 그 무게가 다르다. 정치적 목적을 숨기고 당내에서의 경선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유리할 때 탈당해서 출마하는 것은 정치도의상 명백한 경선 불복일 수 있다. 최소한 이회창은 2주 동안 한나라당에서 미적대는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아차! 했다. 저 사람이 정치계산부터 하는구나? 그의 그런 모습은 내게 충격이었다. 나는 이회창을 순수한 구국의 투사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의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믿었던 것이다.
설마 그 나이에 정치적 탐욕이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 정도라는 걸 진작에 알았다면 나는 그런 헛수고를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비후보 때에 지지를 부탁하러 들린 어느 천만 회원의 단체에서 2002년 때의 그의 냉정함에 대해 불평을 하는 사람을 만난 적도 있었다. 그 사회지도층은 아직도 그때의 빚을 갚고 있다고 하며 이를 가는 듯했다.
출마선언 후의 이회창의 행적은 거의 날마다 이명박후보에의 공격이었다. 구국을 위한 그의 언행과 공격대상은 이명박후보가 아니라 현 정권과 청와대를 들락거리는 북한의 통일전선부장 등과 여권이었어야 했다.
결국, 이회창은 정치계산에만 골몰하면서 자신이 만든 당의 정통후보를 공격하는 노욕의 삼수생에 불과했던 것일까? 수차례나 나를 만나러 와서 지혜를 얻고 용기를 얻어가던 이회창 씨 측근들 중 한 사람(?)의 싹수없는 배은망덕은 그의 나약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해서 두려움에 의한 소치일 것이므로 상대할 필요도 가치도 없다.
그 당시 수많은 이회창 지지자들이 내게 남대문 사무실이 이회창 씨를 망치고 있다. 얘기해 달라고 의논해 왔었다. 지목을 당한 그 측근에게 나는 악역을 자처하고 직설적으로 말해 주었다. 마음을 열어라. 두려워하지 말고. 이회창 씨의 신뢰를 잃을까 두려운 것인가? 이회창 씨를 크게 만들고 싶다면 오픈 마인드하고 두려움 없이 모두를 받아들여라. 왜 그런 불평을 듣는 바보가 되어 이회창 씨를 작은 사무실에 작은 사람으로 가두어 두려 하느냐? 막지 마라. 라고.
그러나 그는 스스로 그릇이 적고 두려워서인지 기어코 결코 적지않은 나이에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해하면서 결국 배은망덕의 싹수없음을 나타내는 모양이다. 나의 조언에 전적으로 의지하던 모자라는 머리로(내게는 그렇게 보인다.). 그 역시 그 나이에 정치적 탐욕을 마음속에 아직도 기른 건가?
심대평의 흉내를 낸다면 우리 경상도는 배은망덕에 싹수없는 것은 정말 못 봐준다. 자고로 그런 소갈머리로는 역사의 주인공의 주변도 될 리가 없다. 하늘은 그런 사람들에게 역사를 맡기실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이회창의 입에서 법과 원칙이라는 말이 나온다면 사람들은 냉소할 정도가 되어 버린 셈이다.
그래도 나는 이회창 씨에게 스스로 약속은 지키라고 말해주고 싶다.
대선 15일 전. 여권은 후보 단일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스로 입으로 말한 정권교체를 위한 살신성인을 실천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야권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이명박후보보다는 지지율로 봐서는 이회창 씨가 단일화를 위한 살신성인을 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지지선언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김대중 라인으로 알려진 김혁규는 범여권으로 구분됐다. 정근모는 열우당의 김선미 의원인가가 나와서 급히 만든 여권의 당에서 추대받은 사람이다. 무언가의 기기묘묘한 냄새도 약간 나는 상황이라고 느끼는 건 나만의 기우일까? 이회창은 그럼 여권과 손잡겠다는 것인가?
참고로 예를 하나 들겠다. 내가 대통령 예비후보였을 때, 이수성 씨, 강운태 씨, 김혁규 씨, 정근모 씨 등, 여권 6명의 예비후보가 단일후보를 내는 논의를 하던 중 강운태 씨와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 모두 개개인으로 만나보면 나름대로 다 훌륭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강운태 씨는 관료 행정직 출신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수적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얘기 중에 강운태 씨가 지나가는 말처럼 자신들의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나 역시 농담처럼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자 했다. 물론 그들의 사흘에 걸친 협상은 결렬되었고 그들의 경선은 치러지지 않았다.
동서화합의 큰 그림을 그리자며 경선이야기를 꺼내는 그에게 나는 공개적으로 좌향은 하지 않겠다고 우익 보수 쪽으로 오겠다고 말해 줄 수 있는가? 라고. 되물었다.
이회창 씨는 김혁규, 정근모와 연합할 때 그들에게 적어도 나처럼 그 정도의 다짐은 받을 수 있는가? 묻고 싶다. 그들에게 좌파정권이라는 여권과 손잡은 일을 공개적으로 반성하고 우익보수로 확실히 돌아오겠다고 국민 앞에 천명해 줄 수 있는가? 라고. 그리고 하필이면 지금 왜 그들과 이회창 씨가 무슨 이유로 손을 잡아야 하는가? 우습지 않은가? 혹시? 이명박 후보를 향한 적대적 단결력인가? 정치는 명분이다. 이회창의 명분이 그럼 그들과 부합되는 종류란 얘긴가? 이 부분도 이회창의 대답을 듣고 싶다.
내가 암담해하던 이회창 씨를 용기를 주어 끌어내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의 분주한 계산을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헌법을 존중하는 애국심과 순수한 구국의 투사로서, 흔들리고 허물어져 가는 이 나라에 우익 보수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인물로 알았고 국민에게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잘못 본 것일까? 솔직히 지나친 정치적 계산과 주적의 설정조차 방향이 틀린, 오로지 정치 자체에 함몰된듯한 탐욕이 보이는 것 같아 실망했고. (오해라면 풀리도록 대답해 달라.) 그래서 당의 간곡한 추대를 받아 나 스스로 대통령 예비후보로 등록까지 했던 것이다. 인터뷰마다 말했듯이 정치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이 나라에 우익보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이회창이 그 일을 해주리라 믿었었다. 그러나 실망했기 때문에 내가 나선 것이다.
그 후에 그쪽에 영입된 강삼재가 찾아와 주어서 얘기를 들어보니 조금은 다르지만 그 역시 정치 계산과 논리의 구태의연한 정치인이었다.
분명 이명박 측으로 구분되는 어느 기독교세력 쪽으로 묘한 접근들이 오고 있다는 소문도 이미 들린다.
이회창의 컴백은 구국의 차원이나, 흔들리는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순수한 애국심보다는 결국 정치계산과 정치꾼들이나 하는 한나라당 분열책동과 지분 늘리기, 야합과 같은 치사한 손내밀기 등등, 오로지 이명박과 한나라당 죽이기인가? 라는 의혹이 일기 시작할 정도다. 이런 의혹이 부디 나의 오해이기를 바란다. 그에 대한 솔직한 대답도 듣고 싶다.
나는 그 기독교 세력에게 대선전에 절대로 쉽게 움직이지 말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권후보시절 차떼기의 잔금문제는, 잔금뿐 아니라 그 전체의 수백억 원의 정치헌금이 차떼기로 이루어진 명백한 범법이다.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가 되었든 당시의 이회창 씨의 부하들이 실제로 교도소에서 실형(刑)까지 살고 나온 범법행위가 맞는 것 아닌가? 부하가 살고 나왔지만 그 몸통은 바로 이 회창씨 자신이다.
그런 그가 법적으로 끝났다고 자신은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는 문제인가? 도의적으로 이회창 씨가 정말 한점 의혹 없는 그런 문제인가? 자진해서 수사를 받았다고 하기 전에 부하들이 교도소에 갔던 그 이상으로 그 자신이 교도소에 갔어야 했던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자신의 책임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그는 스스로 교도소에 가야 떳떳한 것 아닌가? 내가 도의적으로 너무 지나친 생각인가? 공소시효가 다 지난 것인가?
그 후 수년간, 별다른 수입이 없었던 이회창 씨로서 남대문의 단암빌딩의 사무실 운영은 무슨 돈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가? 자원봉사라고 하겠지만 그래도 인건비와 관리비와 운영비는 들었을 것 아닌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21층과 2층 등등 몇 개 층의 그 거대하고 화려한 사무실들은? 도대체 무슨 돈으로 누가 얻어준 것인가? 빌렸다면 누가 빌려 준 것인가? 선거법이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선관위는 미리 파악을 해서 국민에게 발표해 주면 좋겠다.
기사에 의하면 수입이 그리 크지 않은 아들들이 한 사람은 집을 늘리고 다른 한 사람은 십억이 넘는 집을 샀다고 하는 것 같다. 그 기사가 잘못된 것인가? 출정식 날 늦게 온 이유가 9억(?)이나 하는 유세차가 늦어서라고 했다. 불과 며칠 전에 5억의 등록비를 빌려서 내었다고 했던가? 그리고 대선이 끝나면 총선체제로 가고자 당을 만든다고 한다. 이회창 씨의 그 이해 못 할 돈들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국민에게 밝혀줄 순 없는가? 누구에게서 빌린 것인지? 2002년 내가 반발했던 어느 모임에의 한 여사가 대접했던 하루 점심값이 아마 한 번에 천만 원(?)이 넘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국민은 보지 않는 것 같아도 다 보고 의아해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다시 한 번 이회창 후보에게 권유한다. 스스로 입으로 말한 살신성인의 약속을 지킬 때가 된 것 같다. 정통성이 있는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이제 노욕의 오해에서 벗어나는 게 어떤가? 야권도 그 어느 때보다 힘을 합해야 할 때가 아닌가?
그야말로 정권교체의 기대가 이회창 씨로 말미암아 또다시 물거품이 된다면, 그때는 정말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 아닐는지? 그럴 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 국회의원들을 빼내오는 (?)그런 책동을 했다면, 그리고 그 일을 경천동지할 일이라고 표현했다면, 몇 달 전까지 그 당의 대접을 받던 고문으로서 한나라당을 더는 분열시키려 하지 않으리라 믿고 싶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도 하지 말기 바란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이회창 씨로의 정권교체가 과연 진정한 정권교체인가를 단언할 수 없어서이다. 북한의 대남공작책임자인 통일전선부장의 서울나들이를 보면서 이회창 씨가 하는 모든 것을 보면, 이회창 씨가 과연 우익보수의 정통적 후보라고 내가 믿었던 일이 옳은 선택이었는지조차 지금은 너무도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뜻밖에 주변사람들로 인해 이념적 우려를 주던 이명박후보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이 내가 예비후보 때 밝혔던 대북 정책과 비슷하다. 자긍심 있고 대한민국주도적인 대 북한관으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청와대 방문을 이명박후보는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뭐 하는 짓인가 하고 거론이라도 했었기 때문이다. 노정권이 박은 대못을 하나하나 빼어 내겠다는 말도 이명박 후보는 분명히 했었다. 이런 상황은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에 대한 나의 기존의 시각에 변화를 주는 점이다.
나는 내가 예비후보 때 주장했던 국민연금 반환 등의 정책과 대체 에너지 문제의 공약을 이회창 씨측이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한나라당후보에게 주겠다. 국민연금에 대해 스트레스를 느끼는 국민이 77%라는 통계가 나왔다. 에너지 문제는 세계적 고민이고 관심이다.
우리가 실망한 이념문제와 대북 문제에서 약간의 우려를 했던 이명박 후보 측이 오히려 국가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당당하게 할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이회창 후보가 유세를 하면서 한 대부분의 말은 오로지 한나라당 정통후보인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너무도 확연히 비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이회창 후보로의 정권교체만이 진정한 정권교체일까? 나는 이제 이회창 씨의 그 말에 동의하지 못할 것 같다.
아울러 심대평 씨가 난데없이 보수 대연합의 중심이 되겠다고 떠드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 무언가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된다고 선언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야말로 오만의 극치다. 심대평과 국민중심당의 그간의 행보도 알고 있다. 그 정도의 정치력으로는 지역감정 유발의 충청권 일부 정치인은 되겠지만, 이 나라 우익 보수 대연합의 중심인물로는 내가 올려주지 못하겠다. 말조심해 주기 바란다.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말을 먼저 했으니 그에 답하겠다.
우리 경상도는 그런 것 정말 못 참는 정도가 아니라 용납 못 한다. 그런 사람들이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서는 어렵다고 보며 된 적도 없다. 라고.
내가 이회창 씨를 대통령후보로 끌어내려고 했던 모든 수고를 나는 지금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 그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에게 더없이 치졸한 탐욕의 기대를 불러일으켜 이 나라 정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 것 같아 실로 곤혹스럽다.
이 기회를 통해서 국민 앞에 깊이 사죄한다.
다시 한 번 변명하지만 나는 그가 헌법과 원칙과, 스스로 약속을 지키는 대쪽. 그리고 이 나라의 우익보수의 자존심을 세워 줄 구국의 투사이며, 이제는 정치에 초연할 나이인 70대. 스스로 외쳐 왔듯이, 정치를 초연히 떠나 남은 마지막 생을 나라를 위해 순수하게 우익보수의 선봉장으로 바치겠다는 이 나라의 존경을 받는 원로인 줄 알았었다.
그런데 그는 내 순수한 기대를 저버린 것 같다.
부디 이회창 씨가 노욕의 기회주의적으로도 보이는 차떼기 몸통 정치가, 명분 없는 삼수생이 아닌, 이 나라의 존경을 받는 우익 보수의 선봉장으로 깨끗이 돌아가 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대선 15일 전.
이제 이회창 씨는 스스로 한 말의 약속을 한 번쯤은 지킬 때이다. 진흙탕에서 마지막 용기를 내어서 발을 빼기 바란다.
이 나라의 내일을 위해 나의 마지막 자문에 인생의 마지막을 진정한 애국심으로 바치기를. 이회창의 살신성인으로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루어 내리라 믿는다. 대한민국에는 후보 현수막에 사진 찍혀 남아 있는 채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며칠 만에 포기한 심대평의 충청도만 있는 게 아니다.
하늘과 스스로 오만하지 않으려 후보등록을 자제한 오정인의 경상도도 있다. 우리 경상도는 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명예이다.
물론 나는 손바닥만 한 우리나라 지역끼리 지역감정의 조장을 할 생각이 전혀 없는 세계인이고 지구인이다. 그러나 심대평의 지역감정 우발적 충청도 발언은 한 번 더 그에게 확실히 돌려주어야 할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재론하고 있는 것이다.
이회창 씨는 대쪽답게 스스로, 혹은 그쪽 측근들의 말을 지켜서 구국의 명예로운 살신성인(殺身成仁)을 하리라 믿고 싶다.
우리 경상도는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 
창(昌), 살신성인할 때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