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대한 취재제한 조치가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취재제한 조치는 언론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보복폭행이다.
민주당 대변인 유종필은 23일 노 대통령은 반문명적이고 반인권적이고 반헌법적이고 반참여정부적인 보복폭행을 즉각 철회하기를 촉구한다.
노 대통령은 정치초년병 시절 언론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경험이 과도한 피해의식으로 굳어져서 잘못된 언론관을 형성하게 되었고, 그 잘못된 언론관이 끊임없는 언론과의 전쟁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 2002년 5월 31일 당시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경기도지사 후보 정당연설에서 한 연설 중 그의 언론관을 잘 나타낸 부분이 있다. 당시 민주당 대변인실 자료를 인터넷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다.
수만평의 사과밭에 가서 썩은 사과 딱 하나를 주어가지고 와서 ‘이 과수원의 사과는 다 썩었다.’ 이렇게 말하면 이 말은 진실이 아니다. 제가 천마디 말 중 한마디 쓰레기 같은 말을 했다고 그 쓰레기만 주워담으면 그것은 쓰레기통이다. 신문은 잘못하면 쓰레기통이 되니까 이런 것 주워담지 말아라 하는 것이다. 노 후보의 연설내용이다.
당시 제가 언론특보로서 그 연설내용을 전해 듣고 “썩은 사과를 찾아내는 것은 언론 본연의 기능이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다.
이번의 취재제한 조치는 기자들에게 사과밭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봉쇄조치이다. 썩은 사과 몇 개를 보고 장차 이것이 크게 번질 병충해라고 판단하여 사전경보를 하고 예방을 하는것은 언론 본연의 기능인데, 언론의 환경감시기능, 예방기능에 대해 이해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썩은 사과 하나라도 감추려고 하는 것이 관료들의 기본 습성이다. 쉬쉬 감추다가 사과밭 전체가 썩어 들어가는 경우가 가끔 있다. 언론은 그런 환경감시기능을 하는 것이다.
미국에 언론 관련 우스개가 있다. 언론에 불만이 많은 어떤 대통령이 “왜 신문은 좋은 일이 많은 데 좋은 일은 보도하지 않고 나쁜 일만 보도하느냐. 좋은 일만 가지고 신문을 만들어 봐라.” 이런 지시를 했다. 밑에서 그런 신문을 만들어다 바쳤는데, 날마다 톱뉴스가 똑같았다. ‘오늘도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졌다. 지구는 태양계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순항하고 있다. 지진도 없고 해일도 없다.’
노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과 불만이 많고 불신이 심하다. 후보 시절 ‘노무현 언론’을 갖고 싶다고 해서 참모들이 ‘모든 신문 방송이 노무현 언론이다. 한마디만 하시면 다 보도하는데 무슨 우리 언론이 따로 필요하냐’ 했더니 ‘아니다. 언론은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날 비판한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노무현 브리핑’이라는 언론 아닌 언론이 탄생했고, 인수위 시절 ‘인수위 브리핑’으로 간판을 바꿨고, 그것이 요즘 유명한 그 문제 많은 ‘청와대 브리핑’으로 됐다. ‘청와대 브리핑’도 다 족보가 있다.
취재제한 조치에 대해 정치권이 여야 없이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모든 언론이 비판 논조의 기사와 사설을 쓰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언론정책을 지지했던 민언련,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노조도 모두가 비판하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조치는 8월부터 시행된다 하더라도 7개월의 시한부 조치이다. 차기 대통령이 어떤 사람이 된다 하더라고 이렇게 문제 많은 언론정책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
언론에 대한 보복폭행을 철회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