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金東吉) 연세대 명예교수
불타버린 남대문 앞을 나는 아직 한 번도 지나가지 않았다. 구경삼아 그 앞을 지나가는 일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TV가 다 국보 제1호를 잃게 된 “한국의 비극”을 보도했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국가의 가장 소중한 문화재가 훨훨 타버리는 광경을 눈앞에 보면서도 속수무책인 한국국민을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못난 백성”이라고 멸시할 것만 같다. 자랑스러운 문화적 유물 하나도 제대로 지켜 내지 못하는 미개한 민족으로 치부할 것 같아 마음이 시리다. 앞으로 3년 걸려 2백억~3백억을 들여 복원을 하더라도 “국보”의 가치는 영영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한 마디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70이 다 된 늙은 방화범 전과자가 당국에 자수했다고 전해진다. 늙으면 죽어야 한다더니, 이 미친 노인은 “국민 앞에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국보를 제 손으로 불태우고 나서 대통령이나 쓰는 말 - “국민에게”를 운운한다는 것은 과대망상증이 아닌가.
시청. 구청. 문화재청은 이 민주적 재앙의 책임을 서로 떠밀기 에 바쁘다. 그렇겠지. 내 탓이오”하고 나서는 자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잿더미 앞에 국화꽃. 백합꽃 다발을 가져다 놓는 시민의 마음 - 젊고 잘생긴 한 여성은 그 자리에 서서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전쟁터에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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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성의 눈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