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투기과열 지역의 민간아파트에 한해서만 분양원가의 일부항목만 공개하기로 결정한 1.11대책은 참여정부가 부동산 문제의 해결에 확실한 의지와 강한 책임감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이번 대책에는 공공택지의 분양원가 공개 항목이 좀더 세분화되어 확대되었을 뿐 민간부문의 분양원가 공개 항목은 7개 뿐이어서 그 효과도 미미할 것이 뻔해 허울뿐인 미봉책으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우롱시킨 것이다.
이에 11일, 분양가 산정의 적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통한 집값 안정화 및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전면공개”및 분양가상한제의 민간부문 확대”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게 됐다.
그렇다면 왜 분양원가 공개만이 거품이 껴있는 아파트값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것 일까?
- 분양원가 공개”는 “反시장”적 아닌 꼭 해야 할 “親시장”적인 정책!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입장 쪽의 주장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한마디로 자유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반시장적인 정책”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즉,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하는 것은 핸드폰이나 자동차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모든 물품의 원가를 공개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며, 이는 자유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들 주장은 오히려 경제학을 모르는 무지(無知)에서 기인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일컫는 “완전한 시장”이란 근본적으로 수요자와 공급자간에 “완전한 정보공유”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아파트 분양시장은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지어지지도 않은 아파트를 단지 모델하우스의 벽지와 조명 등 일부 정보만을 보고 구입해야 하는 선분양제도”가 대다수여서 수요자가 공급자에 비해 정보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어 왔다.
결국, 현재의 아파트 선분양제도 하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간의 공정한 거래”를 위해서는 건설업자가 분양 시에 아파트 원가와 관련된 일련의 정보를 구매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일반 공산품처럼 아파트가 다 지어진 다음에 이를 구매하는 “후분양제도”에서는 선분양제 하에서의 원가공개 의무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 바로 “親시장적인 경제논리”인 것이다.
사실, 이제까지 우리의 불평등하고 왜곡된 건설분양시장 속에서 건설업자들이 시장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불합리한 경제행위를 계속적으로 영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로잡아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으로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방치해 온 것이다.
- 원가공개”는 기업손해 보는 게 아닌 정상적인 분양가책정을 위한 것!
며칠 전 박병원 재경부 제1차관이 라디오 방송에서 “분양원가 공개는 비용을 싸게 해서 이익을 남기겠다는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장애를 초래하는 부작용이 있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고 말하며, 결국 분양원가 공개가 건설공급 위축을 불러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고 주장했다. 소위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일관된 논리이다.
그러나 이들이 과연 아파트 분양가 산정방식을 제대로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의문이다. 상식적으로 “아파트 분양가”는 “분양원가”와 건설사들이 가져갈 “이윤”을 합친 것이다. 이제까지는 일부 대형건설사들이 이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지역의 시세”를 기준으로 책정함으로써 분양원가에다 엄청난 폭리를 취해 “고분양가 현상의 주범”이 되어 왔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바로 이러한 “분양가격의 투명성을 통해 건설사들이 가져가는 이윤을 적정하게 맞추자”는 것이지,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아파트를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깎아 손해를 보라는 것이 아니다.”
결국, 원가공개를 통해 정상적인 가격으로 아파트를 공급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또 다양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 줌으로써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자는 것이며, 그래야 장기적으로 수요가 다양해지고 시장이 커질 수 있다.
-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일부 건설업체, 그 이유는 폭리 때문!
이처럼 역대정부와 참여정권이 현재의 불합리하고 왜곡된 분양시장 구조를 묵인하고 옹호해 오고 있는 것은 IMF사태 이후,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맞추는 “부동산 경기부양”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건설업계 안에서도 일부 대형건설업체들과 중소건설업체들 간의 경기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그로 인해 00년 (-)2조6,237억원이던 도급순위 상위10대 건설사들의 당기순이익이 하던 것이 해마다 급증, 5년 만에 무려 2조3,011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건설업체들과 소위 경제전문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원가공개 시 채산성 악화와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내세워 원가공개를 반대한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대형건설업체들의 지나친 분양가 폭리를 자인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 건설공급 위축 때문에 원가공개 못한다”는 것은 건설사의 엄살!
또,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건설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도 말도 안 되는 논리다. 기업에게는 이윤창출을 위한 계속성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즉, 기업이라는 곳은 그 이익이 작다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항상 그 환경에 스스로 맞춰가게 되어 있다.
과거, 노태우 前대통령이 주택 2백만 호를 공급했을 때 당시 분양가 상한선 제도로 인해 건설사들에 남는 이익도 별로 없었음에도 불구, 건설시장에는 자재품귀 현상이 날 정도로 건설사들이 엄청나게 아파트를 지었다..
이처럼 단순히 분양원가 공개가 건설공급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인과관계에 있어 매우 약한 논리이다.
현재 중소형 건설업체들은 후분양 등 참신한 기업활동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대형 건설사들과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히려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기업의 투명성 확보와 공정하고 자유로운 건설시장 구조를 확립한다면 기업 간 경쟁을 촉진시켜 건설시장이 더욱 활기를 뛰게 될 것이다.
- 시행초기 단기적인 공급위축은 한시적인 조세감면, 금융혜택 등 공급유인책을 통해 해결 !
물론 모든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될 초기에는 당장 건설업체들이 바뀐 제도에 선뜻 나서기가 힘들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응기에 나타나는 단기적인 건설공급 위축은 제도 시행 후 한시적으로 조세감면 및 금융혜택, 각종 인센티브 부여 등의 공급 유인책을 통해 해결하면 될 것이다.
왜 분양원가 공개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