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호(이하 앵커)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통해서 신자유주의를 비판해왔던 세계적인 경제학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3년만에 새 책을 냈습니다. 책 제목이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인데요, 이 책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장하준 교수의 시각에서 본 불편한 진실은 무엇인지, 또 국내 경제 현안들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연결해서 얘기 듣도록 하겠습니다. 장하준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이하 장하준) : 예, 안녕하십니까?
앵커 : 한국에 들어온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장하준 : 지금 한국에 있는게 아니고, 한국에 회의 때문에 며칠 갔다가 다시 영국으로 와 있습니다.
앵커 : 아, 그러셨어요? 벌써 출국을 하셨군요. 장하준 교수님의 책을 기다렸던 독자들에겐 참 반가운 소식인데요, 3년 만에 내놓은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장하준 : 글쎄, 우선 이 책을 통해서 얘기 하려고 하는데 우리가 경제 기본 원리다, 기본 상식이다 이렇게 알고 있던 것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들이 많은가. 그런걸 독자들한테 알려주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서 일반 국민들이 기본적 경제 이론과 경제에 관한 기본적 사실을 아는게 말하자면 시민으로서의 권리의 의무를 행사하는데 얼마나 필요한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경제 문제가 사실 우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경제 문제가 어렵고 복잡하다.’ 이런 생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 이건 내가 끼어들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서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가 사실 방역학 전문가가 아니라도 ‘식당이나 음식 만드는 공장에 위생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런 얘기는 할 수 있듯이 경제문제라는 것도 기본적 논리하고 중요한 사실만 알고 있으면 정부 정책 집행자가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에 대해서 옳은 행동을 요구할 수 있다는거죠. 말하자면 그런 경제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데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그런 얘기를 하고자 하는 책입니다.
앵커 : 전 작인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과 비교해서 지금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경제를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이번 책은 쓰여 졌습니까?
☎장하준 : 그렇죠. 지난번 책들보다도 한 발 내지 두 발 더 나간 건데요,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것은 평이하게 썼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학술서적이고, <나쁜 사마리아인>도 대중이 알기 쉽게 쓰려고 굉장히 노력했지만 각 책 한 장 한 장이 학술지 논문 길이와 맞먹는 호흡이 긴 책이거든요. 그래서 이 책은 <나쁜 사마리아인>은 우리나라에서는 수십만 독자들이 그걸 참고 읽어주셨지만, 사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만큼 많이 안 읽어졌는데, 이번에는 뭔가 좀 더 더 많은 독자들에가 다가갈 수 있게 주제도 과거처럼 세계와 후진국 경제 발전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더 광범위하게 선진국 문제도 다뤘고요, 그리고 글도 더 짧고 알기 쉽게 쓰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책에서도 얘기하지만 제 지론이 경제학의 90%는 상식을 일부러 복잡하게 만든거고, 나머지 5%도 완전히 기술적인 얘기 까지는 몰라도 기본 논리는 충분히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이런 거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경제 이론을 풀어쓰면서 독자들이 읽기 쉽게 쓴다고 최대한 노력을 했죠.
앵커 : 이번 책에서 대표적인 신화 예를 든 것이 FTA, 그리고 서비스 산업 국가, 복지 정책, 감세 정책 등 인데요, 어떤 근거인지 좀 부연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장하준 : 네,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하려면 한 가지에 2~3분씩은 해서 10분 정도 걸릴텐데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앵커 : 짤막하게만 예를 들어서 하나만 설명해 주십쇼.
☎장하준 : 네, 하나만 얘기하자면 최근에 영미를 중심으로 해서 우리나라에도 많이 퍼진 논리인데, 제조업은 이제 한물 건너갔고, 탈산업 시대가 왔으니까 우리도 이제 서비스중심 경제로 탈바꿈 해야 한다. 이런 논리를 많이 내세우거든요? 그런데 그게 사실 보면 탈산업 사회라는게 사실 일부에서만 왔지 전반적으로 온 얘기가 아니고, 무슨 얘기냐면 우리가 점점 제조업 생산성이 발달하면서 제조업에서 필요로 하는 노동력이 줄어들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공장에서 일을 하지 않고, 사무실이나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는 탈산업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제조업이 중요하지 않아서 탈산업화가 된 것이 아니거든요. 도리어 어떻게 보면 제조업이 발달을 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늘어서 노동력을 덜 필요로 해서 다른데서 상대적으로 고용이 느는건데, 사실 제조업이 생산하는 것이나 우리가 제조업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나 이런 것을 보면 옛날보다 더 많이 하면 많이 했지 더 적게 하지 않는단 말이죠. 그래서 그런 식으로 고용면에서는 중요성이 줄어들었지만 생산이나 소비면에서는 아직도 중요한데, 그걸 그냥 한쪽면만 보고 ‘옛날만큼 공장에서 사람들이 일을 많이 안하니까 제조업은 중요하지 않은 거겠지.’ 이런 식으로 생각한단 말이죠. 그런 식으로 흔히들 받아들이는 명제가 얼마나 허점이 있고, 실증적으로도 말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가. 그런 얘기를 하면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정책을 해 나가고 사회를 발전 시켜야 될까. 그 얘기를 그 답변에서 해보는 겁니다.
앵커 : 국내 경제 현안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국내에서 이른바 부자 감세 논란이 뜨거운데요, 한나라당에서 대통령 공약이었던 법인세, 소득세와 관련해서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안을 2013년도부터 철회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지금 논쟁이 뜨겁습니다. 우리 정부의 감세 정책 기조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십니까?
☎장하준 : 우리 정부 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지난 한 30여 년 동안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정책을 폈는데요, 첫째로 지적해야 할 건 세금이 낮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거든요, 세금이 낮아야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아프리카나 남미 후진국들 가면 국민소득 대비 조세 부담률이 우리나라 반도 안되는데, 그런 나라들 경제 잘 안되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세금을 얼마나 걷느냐. 세금 부담이 높다. 이런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걷어서 어디에 어떻게 잘 쓰느냐. 그게 문제거든요. 그러니까 예를들어, 어떤 상황에서는 세금을 깎아가지고 세 수가 줄어들면 예를들어 정부가 꼭 해야하는 사회 간접 자본이나 연구 개발비 등에 투자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그렇게 되면 도리어 기업한테도 안 좋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자꾸 개념을 세금은 무조건 나쁜 거다. 세금이라는 것이 마치 정부가 뺏아가서 태워버리는 것처럼 자꾸 생각하는데, 요구할 것이 ‘세금을 잘 써라.’ 이런 요구를 할 순 있지만, 세금 걷는 것 자체를 가지고 얘기를 하면 안되죠. 그래서 사실 세금이 높다고 경제가 잘 안된다는 증거도 없고, 특히 한국 같은 경우는 소득 수준에 비해서 세금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예를들어 세계에서 스웨덴처럼 세금이 제일 높은 나라라는 그런 얘기가 어느 정도 성립할지 모르지만, 지금 한국에서 결정적인 성장이 안 되고, 투자가 안 되고 그런 이유가 세금이다. 이런건 말이 안되는 얘깁니다.
앵커 : 세금을 걷는 것에 대해서 집착할게 아니라, 세금을 걷어서 어디에 쓸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그런 말씀이시고요,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여당과 야당 모두 복지 부분에 대한 예산 증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 같은 경우에 복지 정책이 잘 돼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고령화 문제가 겹치면서 특히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정년 연장을 하지 말아달라고 시위까지 하고 있지 않습니까? 복지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
☎장하준 : 글쎄, 우리나라에서 흔히 알고 있기로 유럽이 복지병에 걸려서 잘 안 된다. 이런 고정관념을 많이 갖고 있는데, 사실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첫째로 스웨덴, 필란드, 노르웨이 같이 세계에서 복지 지출을 제일 많이 하면서도 선진국 기준으로는 경제 성장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나라도 있고, 그리고 흔히들 지금 현재 유럽 여러 나라들이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게 과다한 복지 지출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잘못 알고들 계시는데, 사실 지금 현재 재정위기라는 건 금융위기로 인해서 은행들의 공적자금 투입하면서 나온 돈, 쓴 돈, 그리고 경기가 침체하면서 세수가 줄어들어서 생긴 구멍. 이런 것들이 주 원인이지 복지 이출 때문에 그런게 아니에요. 그런데 이걸 이데올로기 적으로 복지국가를 줄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나서가지고 마치 현 재정위기의 원인이 과다한 복지 지출인 것처럼 얘기하는 거죠. 예를들어 고령화 같은 문제는 사실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나라는 고령화 문제가 덜 심각합니다. 무슨 얘기냐면, 스웨덴, 노르웨이 이런 식으로 여성의 출산 휴가라던가 탁아 시설이라던가, 교육제도라던가 이런 복지 제도가 잘 돼 있는 나라는 사실 출산율이 소득???에 비해서 상당히 높거든요, 예를 들어 한국도 그런 비슷한 예지만, 이탈리아 같이 이런 제도가 잘 안 돼 있는 나라에서는 여성들이 사실상 출산 파업 상태에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도리어 그런 나라에 고령화 문제가 더 심각한거죠. 그래서 복지제도 때문에 뭐가 안 된다. 이런건 잘못된 생각이 많고요, 프랑스 같은 경우에 정년 연장 이런 것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는 건 사실 그걸 잘 설득을 해서 했으면 평균 수명이 얼마나 늘었는데 62세 까지 일하라는걸 사람들이 그렇게 싫어하겠어요. 그런데 문제는 말하자면 사고는 은행들이 다 쳐놓고, 부담은 국민들이 지라고 하면서, 그것도 사르코지 대통령이 윽박지르는 스타일로 자꾸 하니까 국민들이 화가나서 터진거죠.
앵커 : 네, FTA 문제요. EU와 FTA 체결을 했고, 국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고요, 미국과의 FTA도 서명한지 3년이 됐고, 11월 12일에 G20 정상회의가 있는데 그 전에, 쟁점 부분에 대해서 타결을 짓자. 미국 정부 측에서는 그렇게 자꾸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 매듭. 어떻게 짓는 것이 좋다고 보시는지요?
☎장하준 : 글쎄, 저는 옛날부터 한-미나 한-EU나 선진국들하고 하는 FTA는 지금 우리나라가 그 수준에 안 맞기 때문에 안 하는게 좋다는 주장이었거든요? 그래서 제 생각같은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미국이 재협상 요구 하고 나올 때, 차라리 그 핑계대고 안했으면 더 좋겠는데, 지금 많은 분들이 그걸 해야 우리나라 경제가 잘 된다. 이런 식으로 믿고 있으니까 제 입장에서 보면 참 안타깝네요. 뭐냐하면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끼리 자유무역을 하면, 예를 들어 유럽 연합의 핵심국가들이라던가, 사실 좋은 겁니다. 서로 자극도 되고 시장도 커지고 해서. 그런데 문제는 수준이 안 맞는 나라들끼리 하면 뒤떨어진 나라가 말하자면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거죠. 우리나라가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에 생산성이 80% 수준이라도 되면 그런 자극을 통해서 더 발전시킬 수 있다. 이렇게 생각 할 수 있지만, 그 생산성이 그런 나라들에 비해서 40~50% 수준인데 경쟁을 하게 되면 그것에 자극을 받아서 더 잘하기 보다 도태되는 경향이 많이 생기겠죠. 그리고 새로운 첨단 사업 같은 것이 나오지 못하고. 그래서 저는 원칙적으로 계속 처음에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한-미 FTA 추진했을 때부터 계속 반대를 했는데, 워낙들 그걸 좋아하셔서 제가 이런 얘기 한다고 바꾸시겠어요.
앵커 : 네, 잘 알겠고요, 최근에 세계 경제계의 가장 뜨거운 문제가 환율 갈등이었는데요, G20 정상회의 전에 G20 재무장관, 세계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환율과 관련해서 주요국들이 일단 경상수지 목표제를 통해서 좀 조절하자. 이런 얘기가 있었고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구체적인 합의도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요, 환율 문제.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장하준 : 글쎄요. 사실 저는 환율 자체가 문제라고 보지 않는데, 왜냐하면 미국 무역 적자라거나 중국 무역 흑자 이런게 환율 자체만으로도 어떤 그 나라 경제 구조들에 기인한 거거든요. 미국의 경우에는 빈부 격차가 엄청나게 확산되면서, 예를 들어 미국 최고 소득층 1%가 1979년에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던 비율이 10%였는데, 그게 요즘은 23%~24% 이렇게 되어 버렸거든요? 엄청나게 빈부격차가 확산이 된 건데, 그런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빚을 내서라도 자꾸 소비를 따라하고 싶어하고, 또 한편으로는 금융업이 과잉 발달 했기 때문에 금융업체들은 그런 걸로라도 돈 꿔줘서 돈 벌고 싶어하고 이런 구조가 있어서 자꾸 자기네 소비에 맞지 않는 과소비를 하는 경향이 생기고, 중국 같은 경우는 워낙 고성장을 하다 보니까 우리나라도 사실 80~90년대 그랬습니다. 소득은 계속 늘어나는데, 소비 패턴은 그만큼 빨리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소득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 소비가 늘어나는게 작거든요. 그런 이유로 점점 소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그 다음에 노동법도 미약하고 그러다보니 워낙 저 임금 노동자도 많지만 그게 빨리 안 오르고 이러니까 자꾸 소비를 구조적으로 못하는 거죠. 그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환율만 바꿔가지고는 이게 되지 않을텐데, 게다가 G20이라는게 어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거기서 합의 한다고 해도 안 해버리면 그만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큰 희망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앵커 : 끝으로 질문하나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경제 규모에 비해서 굉장히 외화 유동성에 취약하다. 이런 얘기가 많고요, 특히 외국자본들이 와서 놀고 가기 굉장히 좋은 무대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외환시장. 무엇 때문에 그렇다고 보십니까?
☎장하준 : 한마디로 말하면 개방해 놓으니까 그런거죠. 우리나라 금융 시장이 우리가 볼 때는 굉장히 많이 큰 것 같지만, 선진국 시장에 비하면 아주 손바닥 만 하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주식시장 상장 기준으로 하면 한국의 주식시장이 미국의 주식 시장의 2% 해에 따라 왔다갔다 하지만 2% 부근인데, 이론적으로 미국 주식 시장에서 돈 2%만 빼오면 한국모든 회사를 다 살 수 있단 말이죠. 물론 그렇게 까지는 안 오지만, 미국에서 아주 일부만 돈이 들어갔다 나갔다 해도 우리한테 큰 파도가 밀려 오는 거죠. 그러니까 구조적으로 그렇게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앵커 :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장하준 : 네.
앵커 : 지금까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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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YTN 라디오 인터뷰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