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로 인한 대규모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18일에는 한국음식업 중앙회의 음식점 업주들이 잠실에서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는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금융소비자협회는 오는 20일 한국주유소협회의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카드사들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자영업이 어려워진 것을 자신들 탓으로 돌린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본질적으로 카드사가 과도한 수수료를 취하지 않았다면 카드 수수료를 겨냥한 집회가 생길 이유도 없다.
지난해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챙겨간 수수료는 7조원에 달했고,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올 해는 8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카드사 수익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카드사 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 비중은 2000년 11.2%에서 증가세를 보여 유동성 위기로 카드 대란을 겪은 2003년 27.9%에 달했다가 이후 증가 폭이 커지면서 2007년(60.5%) 60%를 넘은 이후 60% 안 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비중이 높아질 수 있었던 것은 2000년 대 이후 정부가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내수 활성화와 세수의 투명화를 위해 개인에게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까지 도입하면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해왔다. 또한 카드 사용자들을 차별하지 못 하도록 하는 가맹점 의무사항을 두고 있다. 결제를 거부할 경우 신고 포상금도 운영하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은 수익이나 흑자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수익률에 있어서도 다른 금융회사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신용카드사들의 총자산수익률(ROA)은 작년 5.45%로 생명보험회사를 제외하고는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은행은 0.54%, 할부금융사(캐피털)는 1.91%, 저축은행은 -0.67%(2010년 7~12월)로 신용카드사와 큰 차이를 보인다.)
또한 신용카드사들의 종사자 1인당 수익액은 1억원을 상회해 금융권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 키워진 신용카드사의 수익이지만 카드사들은 막대한 규모의 흑자금액으로 카드대란 이후 중단되었던 배당을 시작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의 순이익은 2,616,116원이며 이 중 815,805원을 배당했다. 순이익의 30%가 넘는 돈을 배당한 것이다. 전업카드사의 주주는 은행과 재벌이 각 회사별로 8~90%에 달할 정도로 거의 모든 주식을 소유하고 있고 개미투자자는 거의 없다. 서민들을 통해서 거둬들인 이익을 금융자본들이 독식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수수료 역시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했다. 가맹점수수료는 대형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의 경우에는 1%대의 저율을 적용하고, 영세가맹점에는 2%대의 차별적인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금년 6월말 기준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은 2.08% 수준인데 대형백화점 및 할인점 등은 1%대 수수료율을 적용하지만 영세중소가맹점들에게는 2%대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이번에 음식업중앙회의 집회를 앞두고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0.2% 인하 하는 안을 내놓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까지 카드사들은 2004년 이래 여섯 번째 수수료 인하를 했다. 신용카드사들은 지금까지 막대한 흑자를 기록하면서 단 한 번도 스스로 수수료 인하를 얘기한 적이 없다.
소상공인들의 줄기찬 요구로 여론이 형성되어야 찔끔찔끔 인하해왔다. 연례행사처럼 여론의 압박이 있을 때마다 마지못해 하는 수수료 인하가 아니라 대형가맹점과의 차별없는 수수료 부과가 필요하다. 대형가맹점과 중소가맹점을 차별하는 것은 결국 금융의 약탈적인 속성을 보여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08%로 세계최고 수준이다. 체크카드 수수료 역시 1.8% 수준으로 대다수 국가들이 1%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수수료가 해외에 비해서 몇 배나 높아야 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신용카드사들의 경영 여건이 개선되었고, 신용카드의 사용이 정부 정책에 의하여 뒷받침 되고 있는 만큼 신용카드사들은 영세가맹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적정수준으로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를 낮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당기순이익이나 배당성향을 봤을 때 인하여력은 충분하다.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를 못 내리는 건지 안 내리는 건지를 스스로 증명하여야 하며 정부도 본분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인하할 경우 회사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렇다면 왜 대형가맹점에는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는가?
그리고 해외보다 몇 배나 높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정말 그렇다면 현행 수수료에 대해서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수수료 문제는 카드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것이라고 방관만 해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은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업종 규모별 카드 수수료 원가명세 등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한 차례도 가맹점 수수료 관련 자료를 요청하거나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진행중인 금융권 수수료 실태조사에서도 가맹점 수수료는 빠져있다고 한다. 금융당국은 더 이상 카드사들의 탐욕을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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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수수료 인하해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