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반대 2030 청년 공동성명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 신당 창당을 선언하며, 통합의 명분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내세웠다. 통합 신당은 이것이 정치개혁이자 ‘새정치’이며, 2012년 대선 공약이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실행하는 것이 ‘약속’을 지키는 정치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 ‘약속’을 번복한 새누리당을 비판하며, 6·4 지방선거를 ‘거짓말 정치 대 약속 정치’의 대결로 치르겠다고 천명했다.
우리는 약속을 지키는 정치의 중요성을 공감하며, 정치권에서 책임지는 정치가 상식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책임 정치의 뜻이 표피적으로만 해석되는 것에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후보자들이 난립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더구나 현행 선거법상 14일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선거기간 동안, 유권자들은 6∼7개의 공직 선출을 위해 12-30명의 후보를 검토하고 투표를 결정해야 한다. 선거기간을 제외한 평상시에는 정치활동이 포괄적으로 금지되고 정치정보 공유조차 제한적인 체제에서, 무소속 기초의원이 임기동안 무엇을 했는지 제대로 알 수 있는 유권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또 무소속 의원이 의정활동을 잘못하고 이른바 ‘먹튀’를 했을 때, 이후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우리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무책임 정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을 긍정하든 부정하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 행위의 주체는 현실적으로 정당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새정치의 내용이 있다면 그것은 정치에 책임을 질 주체를 형성하는 것, 즉 정당이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단위인 시·군·구 등에서부터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다.
틀린 약속을 지키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가 아니며, 틀린 것을 바로잡아 결과적으로 공동체에 이로운 정치를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책임 정치’다. 기초공천제 폐지는 결코 새정치가 아니며, 오히려 무책임의 정치다. 청년,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제도권 진출을 돕고, 풀뿌리에서부터 가치와 정책 중심의 정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새정치다. 시민들이 후보자의 공약 이행을 감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를 통해 기초단위에서부터 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새정치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출발점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이다.
녹색의 가치를 지지하는 청년들이, 노동 있는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청년들이, 복지국가를 이루고자 하는 청년들이, 같은 가치와 목표를 지향하는 정당을 선별하고 이를 실현할 후보를 선택하거나 만들어낼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통합 신당은 소수자의 정치 참여와 풀뿌리 책임 정치를 보장해온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무조건 폐기할 것이 아니라, 이 제도를 사적 이익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 사용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에 새정치의 역량을 집중해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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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새정치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