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단 초청 오찬에서 97년 대선자금 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을 했다고 알려졌다.
참여연대 X파일공동대책위원회는 노 대통령의 이와 같은 발언은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사실상 수사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이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뿐만 아니라, 공개된 안기부 테이프에 담긴 97년 불법 대선자금 제공등 삼성의 불법 뇌물 공여 사건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노 대통령은 이회창, 김대중 후보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이 야박하게 보일 수 있고, 이회창 후보의 경우 이미 두차례 수사를 받았다는 점을 들어 대선 자금 수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우리는 도대체 대통령이 야박하게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법치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이미 두차례의 수사가 있었다고는 하나 이회창 후보는 모두 사법처리의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설혹 이 후보가 사법처리 되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수사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과거 절도죄로 처벌 받은 사람은 다시 절도를 하더라도 처벌하지 말라는 것인가.
우리는 노 대통령의 오늘 발언의 진의와 배경이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까지 공개된 안기부 테이프의 내용과 관련해 국민들이 요구해 온 것은 삼성의 불법뇌물공여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사법처리였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오늘 대통령의 발언이 표면상으로는 이회창 후보와 김대중 전 대통령 등 97년 대선후보들에 대한 수사에 반대한다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불법대선자금 제공혐의자들인 이건희 회장 등 삼성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중단 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지 하는 강한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대통령은 참여정부와 삼성간의 부적절한 유착관계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직시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SK그룹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던 외압이 있었다는 평검사들의 지적에 대해 소신껏 수사하라’고 강조한 바 있으나, 그 직후 노 대통령은 SK그룹에 이은 다른 재벌그룹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확대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고 실제로 검찰은 SK그룹에 대한 수사만으로 재벌그룹에 대한 수사를 종결지은 바 있다.
또한 지난 8월 8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도청테이프의 내용에 해당하는 정경유착보다 불법도청이 본질적 문제라고 언급해서 불법로비의 주체인 삼성에 대한 검찰수사를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또 다시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한 검찰수사를 사실상 중단시키려는 발언을 하여 대통령이 나서 검찰수사를 좌지우지하려한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X파일 공대위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과 국민의 요구에 반하는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 반대 발언을 강력히 비판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검찰은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의 불법대선자금 제공을 비롯한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 만일 검찰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삼성에 대한 수사를 중단한다면 이는 또다시 검찰이 스스로 권력에 굴복하는 것에 다름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대선자금 수사반대 발언은 검찰 수사독립 위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