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분야 양극화 해소 특히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에 가속도가 붙었다. 방향은 상생협력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 문제를 상생과 동반성장으로 극복하자는 것이다. 궁극적 목표는 물론 선진한국 경제의 구축이다.
노 대통령이 최근 들어 경제분야 양극화 해소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이 문제가 당장 시급한 해결과제인 고용의 창출 등 삶의 질 향상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역 및 국민통합과 직결돼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가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산업간 기업간 근로자 상호간의 양극화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상 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된다면 소득격차는 물론 성장잠재력과 사회통합의 기반마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이 생각하는 양극화 문제의 해결방향은 상생과 동반성장이다. 그래서 신년 회견에서 양극화 문제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반성장 정책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취임 2주년 국회 국정연설 국가고용지원서비스 혁신보고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동계, 시민사회, 경제계 등에 상생과 동반성장을 위한 기반조성에 협력해 줄 것을 당부해왔다.
노 대통령은 대 중소기업간 양극화 해소의 기반조성을 중소기업 기(氣) 살리기’에서부터 시작했다. 지난 10-12일 노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국빈방문에 중소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했다. 당시 우즈벡 방문에는 54명의 경제인이 동행했는데, 이 가운데 40여명이 중소기업인이었다. 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한·우즈베키스탄 경제인 초청 오찬간담회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주최했다.
한국경제 대표자 모인 상생협력 회의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 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 에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대표들이 거의 같은 수로 참석했다. 또 17일에는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중소기업인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경영의욕을 고취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 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떻게 상생과 동반성장을 이뤄가면서 선진경제로 나아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의 구체적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김용구 회장, 터보테크 장흥순 대표 등 7명의 중소 벤처기업 대표가, 대기업 측에서는 경제 5단체장을 비롯해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 총수 등 대기업 대표 8명이 참석했다. 이해찬 총리를 비롯한 관계 국무장관까지 자리를 같이 해 ‘한국경제 대표자 모임 성격을 띤 이 회의는 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시작으로 해외 모범사례 영상물 시청,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사례 및 추진계획 발표 상생협력 강화방안 설명, 자유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이미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간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가는 대책도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생협력은 중소기업을 일방적으로 도와주라는 것은 아니며 쌍방이 서로 돈을 버는 체제로 이뤄져야 한다 고 지적했다.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대기업도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투명성 합리성 원칙 자율성 분권 등은 빠르게 정착되고 있는데 가장 걱정은 상호신뢰 문제 라며 대기업에 대한 감시·불신들을 극복해야 하며 신뢰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있을 때 불필요한 조사들도 줄이고 효율성도 높여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생협력의 이미지가 구축되면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게 될 것이고 정부도 이런 방향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도요타, 포드 폭스바겐 인텔, 노키아 등 외국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사례를 소개한 영상물도 방영됐다. 영상물은 이들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협력기업의 혁신역량 강화를 위해 기술·컨설팅 및 교육훈련을 지원 △협력업체의 거래선 다변화 및 대형화 지원 △생산성 향상 성과 공유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벤처투자 및 지분참여 등의 정책을 소개했다.
영상물 상영 뒤 포스코, 삼성전자, 유성기업 등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사례 및 추진계획을 발표했고 산자부 차관보는 상생협력 강화방안을 보고했다. 산자부가 보고한 방안은 △공정하고 호혜적인 파트너십 구축 △중소기업의 자립능력 확충을 통한 교섭력 강화 △지속가능한 상생협력 이행체계 구축 등 3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10대 정책과제를 담고 있다.
중소기업측 기술예치제 도입 요청
이어 진행된 자유토론은 그야말로 생산적이고 격의 없이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연내 다시 한 번 토론회를 갖자”고 제의할 정도였다. 토론에서 중소기업 측은 현실적인 애로사항을 구체적으로 토로하며 대기업과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은 대기업측에 원자재 가격 전망을 최소 3개월 전에 예고하고 가격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적극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중소기업의 기술보호를 위해 해당기업이 대기업에 기술이 포함된 사업제안을 할 경우, 은행을 포함한 제3기관에 해당기술을 예치한 뒤 대기업이 필요할 때 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예치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회장은 이와 함께, 대기업 퇴직인력, 중견인력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인력의 타기업 취업금지를 중소기업에 한해 해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대 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대기업 임직원들이 중소기업을 하청기업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고 배타적 거래종속 폐지,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및 경영지도 실적을 사업부서 평가에 반영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 이건희 회장은 이런 모임은 재계가 자발적으로 만들어 대통령과 장관을 모셔야 하는데 대통령이 회의를 진두지휘해 송구하고 감사하다”고 말했고,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는 글로벌화의 진행에 따라 국가간, 기업간, 협력업체간 상생협력의 필요성이 매우 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win-win) 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LG 구본무 회장은 우량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해 내년에 해외 공동진출하도록 주력하겠다”고 소개했고, SK 최태원 회장은 이날 토론회는 정부 관계부처 장관들까지 거의 빠짐없이 발언해 당초 예정시간을 1시간 30분 가량 초과했다. 이 때문에 중간에 예정에 없던 10분 정도의 티 타임 휴식을 갖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앞으로 성공사례에서 나타나는 보편성을 최대한 뽑아내서 정착화 하고 지원해 나가는 한편 활용결과를 검증하고 실적도 내면서 추진해 나갔으면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또 산업자원부의 상생협력 강화방안에 대해 2분기 안에 정부 내부회의를 개최해 점검하는 한편 연말까지 정책 진행상황을 대 중소기업과 함께 확인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산자부는 이달 중 대기업 임원과 경제단체 관계자 등이 함께 참석하는 합동회의를 갖고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되고 제시됐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실질적인 대 중소기업 협력 확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양극화 극복 선진경제로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