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보화사회라면서 여기에 대비해야 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했었다. 그야말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런데, 정보화사회에 산다는 것은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바다에 뛰어들어 몸을 맡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독특한 나만의 개성을 발휘하면서 정보화사회에서 우리는 다양성을 경험하고 있다.
다양한 기준, 다양한 원칙이 있는 사회로서 기존의 정통성이 부여된 온갖 이데올로기, 온갖 가치관이 붕괴되는 사회다. 새로 부여되는 기준과 원칙은 우리에게 변화를 강요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희생이 불가피하다.
거기에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경우가 더 많다.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에서 나는 느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급속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가 아니라 느끼는 갈대가 된 것이다.
감성경영 감성정치, 포퓰리즘 이러한 단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우리에게 체득되었고, 이를 주도한 세대는 현재의 20-30세대가 된 것이다.
신인류(일본) X세대(미국)로까지 불리기도 하는 이들은 기존의 틀을 바꾸는 선택의 기준이 되었고 그로 인한 부작용(세대간 갈등)을 낳기도 했다.
이들은 낙태를 윤리의 잣대로 보지 않고, 안락사를 신의 영역으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또 다른 잣대로 신에게 그 권한을 부여하기도 한다. 동성애는 인간의 권리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기성세대들은 이들을 두고 혼돈(카오스)의 세대라고도 한다.기존의 틀을 가지고 있던 세대에게는 혼란이라는 말 외의 다른 말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가 보다.
이러한 경향을 가진 20-30세대들이 주도했던 정보화사회의 주도권은 10대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소위 10대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친구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며 촛불을 들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두발자유화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가 촛불시위 이상의 축제의 장을 만들기도 한다. 또 자신들의 행복추구권을 위해 교육정책을 과감히 거리에서 비판하기도 한다.
누가 부추겨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유행이 아니라 개성이 저변에 깔린 선택이다. 다양한 정보와 다양한 가치와 다양한 기준들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며 자기만의 인생을 선택한다. 그들에게 후회란 무의미 한 것이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을 느끼는 대로 즐길 뿐이다.
2002년 한나라당은 정보화세대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다시 주저앉았다. 2007년 다시 우뚝 서기 위해서 서태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분도 있지만, 서태지도 이미 지금 세대에겐 반쯤 아 옛날이여 다. 이들 세대에게 선택받기 위한 부단한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고 반성하고 또 반성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그런데 정말 한나라당은 변했는가.
그래서 지난 재보선에서도 압승을 거둔 것인가.
긍정보다는 부정이 더 많으리라.
본래 재보선과 같이 기존 정치의 틀에서 치러지는 선거는 집권세력에 대한 중간 평가의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2007년 대선에서 우리 한나라당이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금물이다.
대선은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드는 선거이기 때문에 사회를 주도해 나가고 있는 20-30세대(10대를 포함한)들의 선택이 곧 대한민국의 선택이 될 것이다.
그들을 그대로 봐주고, 그들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억지이해로는 몸만 고달프다.
입으로는 여전히 두만강 푸른 물을 부르면서 ‘비’나 ‘세븐’의 몸동작을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는 것에 지나지 않다.
그들의 문화를 그저 이해하려는 시도보다는 한번이라도 그들의 문화를 느끼고 따라하려는 시도, 그러다가 그것이 좋아지고, 그것이 우리 한나라당의 일부가 되어 버리는 때 한나라당이 그들에게 또다른 선택권을 던져줄 수 있게 되는 것이고, 그때서야 비로소 집권의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보선에서 이기고 정당지지도가 크게 앞서고, 뒤지던 인터넷에서 앞섰다고 새로운 틀을 만들게 되었다는 착각은 하지 말자. 원래 정당은 좀 시끄러워야 한다. 그렇다고 서로 증오하고 헐뜯으며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채 분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발전적 대안을 가지고 논쟁하면서 자기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기존의 틀을 고수하면서 당의 혁신을 논하려 한다면 이미 혁신이 아니라 안주일 뿐이다. 10년의 야당생활에 안주하면서 대한민국을 이끄는 원동력을 만들 수는 없다.
어제에도 있었던 지금에도 있는, 내일에도 있을 우리의 진정한 현재를 위해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개를 들고, 비오는 하늘을 안으며, 그저 느껴보자. 그리고 거기에 뛰어들어 풍덩 빠져보자.
한나라당이 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