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인 소설가
진중권이 제목보고 혹시 미쳐 날뛰면 어쩌나?
잠잠하던 진중권이 한 번씩 눈빛에 독을 품고 펄펄 뛰는 사안은 이제 조금 덜 완벽한 것도 다 잘한 것으로 보이게 하는 머피법칙적 효과가 생겨 버린 것 같다. 심형래의 <디-워>만 봐도.
군대면제라던가 다른 과목 영어로 다하기 등, 다소 무리수(?)로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진중권이 인수위가 미쳤나? 난 독설을 시작하자, 그런 부정적인 시각들은 모두 진중권에게로 쏠리기 시작해 버린 느낌이다. 필리핀 일본 예까지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논쟁 자체가 이제 성립되지 않는 분위기로 가 버리기 때문이다.
가족을 잊어버릴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는 이경숙 중심의 인수위원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감은 이미 두텁게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이경숙이라는 믿음이 국민의 절반인 여자들에게도 자긍심 있는 미소로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안심이 되는 부분은 일을 할 줄 아는 인재라는 믿음이었다. 그들이 몸을 바쳐 정말 열심히 한다는 점일 것이다.
설령 사람에 따라서는 처음에 몇몇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해도 눈코 뜰 새도 없는 인수위가 지난 한 달 동안 국민에게 보인 건 말은 아낀 채, 묵묵히 낮 밤을 새우며 매진하는 열과 성과 무서운 노력이었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인기몰이나 허접스런 말장난이나 스카프 색깔들이 아니었다. 진정성이다. 눈빛을 보면 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눈빛은 과중한 업무의 피곤함을 덮고 국가 미래를 위한 청사진의 막중함과 책임감의 무게를 잊지 않으면서도, 겸허함과 돌아봄의 지혜와 함께 진실했고, 진지하면서도 서릿발 같은 프로로서의 자신감과 자존심이 언제나 깊이를 지닌 채 차랑차랑 빛나고 있었다.
그 인수위에 대고 미쳤다는 표현을 마구 쓴 진중권은 아직도 거창하게 표현한다면, 유행어처럼 시중에 희자 된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고 있지 못하던가? 분위기파악에 한두 박자 늦은 사오정식 꼴통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는 건가? 묻고 싶다. 설령 그가 주장하는 바가 그리 틀리지 않다 해도, 이제는 그의 독설은 이미 아무 증상에나 매번 수천 배가 지나치게 많이 쓴 항생제 같다. 면역이 되고도 넘쳐서 항생제 자체가 돌연변이 적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어 자신을 공격하는 자폭식 독설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본인만 모른 것 같아 안타깝다. 본의가 아닐지라도 반대를 위한 반대거리를 찾아 기다리고 기다린 것처럼 보일 오해를 살 정도라는 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직 사오십대로 보이는 진중권인데, 그의 전혀 성숙(? 미안하다.) 내지 변화, 진보하지 않는 수구적 자아와 자기애는 치유할 수 없을 정도의 단단한 12센티 두께의 철판 고치를 형성하고 그 속에 자신을 견고하게 가두고 있는 건 혹시 아닌가란 오해가 생길 정도여서 그에게 한번 묻고 싶다. 어느 면으로 그를 아끼고 인정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인선(人選)은 지금까지는 성공이고 더없이 진지해서 다행이다. 28일 국무총리 확정을 발표했다. 70대의 한승수라는 인물에 대해 역시 어느 쪽에서는 과거로의 회기, 국보위참여 부분 등등으로 야단이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인의 국무총리 한승수 지명에 대한 인선은 나 개인적 시각으로는 성공적 인선으로 보고 있다. 정치적 안배 따위로 하는 말이 아니다. 일단 긍정적으로 좋은 가치를 인정하고 그 경험을 높이 산다는 안정감이 좋다. 이명박 당선인의 말대로 한승수는 한국에서 그리 많지 않은 숫자의 중요인재이다. 그는 무게를 지닌 채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글로벌화 되어있는 사람이다. 그의 70평생의 모든 경험과 지식과 삶의 긍정적인 부분을 가치있게 평가하는 안목이 마음에 든다는 얘기다. 과거로의 회기가 아니라 우수한 한 인물의 삶에서 가장 우수한 모든 것을 국가를 위해 쓰겠다는 것이고, 그것은 굳이 말한다면 진정한 개혁과 진보를 위한 품격있는 보수적 사상의 자연스런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 장, 청을 함께 아우르는 인사로의 첫걸음으로 보인다. 이명박 당선인의 인선이 결정 이전의 단계에서 진지함으로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부분과 결과적으로 그 판단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도 마음이 놓인다.
솔직히 이명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변화만을 위해 나이만 젊은 아마추어들로 이명박정부가 채워지면 어떻게 하나? 우려한 부분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이만 젊은 아마추어들의 과거 회기로의 광적인 몇 년을 우리는 이미 겪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몽상적 사상에만 함몰되고, 그 테두리 속에 갇혀서 더없이 수구적이었다. 입으로는 진보라면서 현실로는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꼴통적 퇴보를 거듭하다 궤멸 직전에까지 왔고 참패한 것이다. 좀 심했다면 양해하라. 그래도 미쳤다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새삼 편 가르자는 얘기는 아니다. 이제 눈을 좀 뜨고 현실도 좀 볼 줄 알고 그래서 모두 함께 새로운 번영의 미래로 다 같이 가자는 얘기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질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역사의 장(章)을 열어가야 한다. 그러고자 수많은 사람이 그 오랜 시간 동안 용감하게 투쟁하고 가슴을 치며 기원하고 기도해 왔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제 국민의 염원이었던 정권교체는 이루어졌다.
이명박 정부, 출발은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명박 당선인이 지금의 모습처럼 겸허하고 진지하고 사려 깊게 생각하고 판단해서 애국심을 바탕으로 국민과 국익을 위해 모든 일을 역동적으로 추진한다면 말이다. 자신이 대통령직을 마치고 떠나는 모습을 생각해 본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그 말처럼, 초심이 흔들리지 않고, 겸허히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5년 동안 열과(熱)과 성(誠)을 다한다면 당연히 국민들은 새 대통령을 보호하고 그와 함께 갈 것이다.
업그레이드 코리아 ! 업그레이드 라이프(life) !를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이라는 범선은, 이제 붉은 녹이 슨 채 깊고 어두운 바닷속으로 오래 내려졌던 거대한 닻을 밝은 태양 아래의 뱃전으로 걷어올리고 역사적인 항해를 시작한 것 같다.
기품있는 번영의 내일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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